

배우 이병헌의 커리어를 조명한 영상이 미국 유력 매체 베니티 페어(Vanity Fair)의 공식 유튜브 채널을 통해 지난 1월 초 공개되며 글로벌 팬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이번 영상에서 이병헌은 유창한 영어실력으로 자신의 대표작들을 직접 돌아보며, 한 배우의 성장사를 넘어 한국 콘텐츠가 세계 무대로 확장되어 온 시간을 담담하게 풀어냈다.
김지운 감독과의 첫 만남이었던 ‘달콤한 인생’(2005)은 이병헌의 필모그래피에서 또 하나의 전환점이다. 그는 이 작품을 “액션 누아르이면서도 철학적이고 예술적인 영화”라 표현하며, 칸영화제 첫 초청을 계기로 할리우드 관계자들의 주목을 받았고, 당시 미국 에이전트와의 인연으로 글로벌 활동의 문이 열렸다고 밝혔다.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2008)은 이병헌의 첫 본격 악역 도전작이다. ‘마카로니 웨스턴’에 빗댄 ‘김치 웨스턴’이라는 별칭 속에서, 그는 거친 환경 속에서 말 타기와 액션을 직접 소화하며 배우 인생에서 가장 치열했던 시기를 보냈다. 중국과 홍콩, 그리고 곧바로 미국으로 이어진 강행군은 이후 할리우드 진출작 ‘지.아이. 조’로 연결됐다.




‘악마를 보았다’(2010)는 작품성과 논쟁성을 동시에 남긴 대표작이다. 이병헌은 김지운 감독과의 깊은 논의 끝에 결말을 수정했고, 복수가 아닌 ‘텅 빈 상실감’을 담아낸 마지막 감정이 관객들에게 강렬하게 남았다고 전했다. 강도 높은 표현으로 등급 심의에 난항을 겪었지만, 그는 이 작품을 “가장 완성도 높은 작업 중 하나”로 꼽았다. 이후 ‘매그니피센트7’의 안톤 후쿠아 감독이 이 작품을 언급하며 깊은 인상을 받았다고 전한 일화는 그의 연기력이 국경을 넘어 전달되었음을 보여준다.
또한, 천만 관객을 돌파한 ‘광해, 왕이 된 남자’(2012)에서는 1인 2역을 맡아 대중성과 연기력을 모두 입증했다. 이병헌은 런던한국영화제 상영 당시, ‘레드2’의 출연진인 브루스 윌리스, 헬렌 미렌, 존 말코비치가 함께 관람해 준 순간을 “잊을 수 없는 영광”으로 회상했다. 할리우드 작품 ‘레드2’(2013)에는 특별한 개인사가 담기기도. 극 중 사용된 사진과 엔딩 크레딧에 이병헌 아버지의 이름이 등장하며, 그는 “아버지가 가장 사랑하던 할리우드 영화 속에 함께하게 됐다”며 깊은 감회를 전했다.
‘오징어 게임’(2021~2025)에서는 프론트맨이라는 인물을 통해 인간에 대한 절망과 무력감을 그려냈다. 그는 시즌을 거듭하며 캐릭터의 다양한 결을 탐구할 수 있었던 점을 의미 있게 언급하며, “시즌4는 없을 것 같지만, 프론트맨의 과거를 다룬 스핀오프 가능성은 흥미롭다”고 덧붙였다.
가장 최근작인 ‘어쩔수가없다’(2025)는 박찬욱 감독과의 20년 만의 재회작이다. 이병헌은 “사람들의 삶을 더 낫게 만들기 위해 만들어진 ‘시스템’이 과연 행복을 주는가를 묻는 작품”이라 설명하며, 시스템의 피해자이자 가해자가 되는 인물 ‘만수’를 통해 가장 아이러니하고 도전적인 연기를 펼쳤다고 밝혔다. 그는 이 작품을 두고 “가장 자랑스러운 영화 중 하나”라고 자신했다.
이처럼 베니티 페어가 조명한 이병헌의 커리어는 한 배우의 필모그래피를 넘어, 한국 영화와 드라마가 세계 콘텐츠 중심으로 자리 잡아온 과정을 증명한다. 끊임없는 도전과 변주로 경계를 확장해온 이병헌의 다음 선택에 다시 한번 세계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한편, 이병헌이 열연을 펼친 ‘어쩔수가없다’는 미국 개봉에 이어, 오늘부터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되어 한국 시청자들과 만난다.
정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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