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5 MBC 방송연예대상에서 유재석이 21번째 대상을 수상하며 역사를 썼다.
'국민 MC' 유재석이 2025년 또 하나의 역사를 썼다. 유재석은 올해 9번째 MBC 연예대상을 품에 안으며, 개인 통산 21번째 대상이라는 전무후무한 대기록을 작성했다. 이는 대한민국 방송 역사상 단일 예능인이 달성한 최다 대상 수상 기록으로, 2위 기록 보유자와의 격차를 더욱 벌린 압도적인 성과다. 12월 29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 미디어센터 공개홀에서 개최된 '2025 MBC 방송연예대상'은 유재석의 이름이 대상 수상자로 호명되자 환호와 박수로 가득 찼다. 유재석은 지상파 3사 연예대상과 백상예술대상을 모두 합쳐 총 21개의 트로피를 수집하게 됐다.

무대에 오른 유재석은 감격스러운 표정으로 트로피를 응시했다. 유재석은 "제가 첫 대상을 받은 시점이 2005년인데, 정확히 20년이 지난 2025년에 21번째 대상을 받게 됐다"고 회상했다. 유재석은 "미래는 누구도 예측할 수 없지만, 가능할지 모르겠으나 30개까지 채울 수 있도록 끝까지 달려보겠다"는 포부를 밝혀 후배 예능인들의 기립 박수를 받았다. 이날 시상식장에는 유재석의 데뷔 초창기 모습을 담은 헌정 영상이 상영되어 뭉클함을 더했다.
수상 소감에서 유재석은 '놀면 뭐하니?'를 함께 이끌어가고 있는 하하, 주우재 등 동료들과 현장 스태프들에게 깊은 감사를 표했다. 유재석은 "올해까지 함께 호흡을 맞추다가 아쉽게 하차한 박진주, 이미주, 이이경에게도 고생 많았고 고맙다는 말을 꼭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최근 하차 과정에서 잡음이 있었던 배우 이이경을 직접 언급한 대목은 시상식의 긴장감을 높였다. 앞서 이이경은 지난달 사생활 관련 의혹으로 프로그램에서 하차한 뒤 "제작진으로부터 하차를 먼저 권유받았다"고 폭로해 파장을 일으켰다. 이이경의 폭로 이후 '놀면 뭐하니?' 시청자 게시판에는 제작진의 해명을 요구하는 글이 쇄도하며 프로그램은 한동안 시청률 부진을 겪기도 했다. 지난 6일 대만에서 열린 타 시상식에서 이이경이 수상 소감 중 유재석의 이름을 고의로 배제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며 불화설이 점화되기도 했다.

유재석의 영광 뒤편에는 MBC 간판 예능들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져 있었다. 올해 MBC 예능계는 유독 다사다난했다. MBC의 상징과도 같은 '나 혼자 산다'는 고정 패널이었던 개그우먼 박나래와 샤이니 키가 '주사이모' 논란에 연루되어 방송 활동을 전면 중단하는 사태를 맞았다. '주사이모' 논란은 연예인 사적 모임에서 발생한 불법 도박 의혹을 지칭하는 것으로, 경찰 수사가 진행됨에 따라 방송가는 큰 충격에 빠졌다. 당초 이날 시상식은 전현무, 장도연, 키의 3MC 체제로 기획되었으나, 키의 급작스러운 하차로 인해 전현무와 장도연이 2인 체제로 진행을 맡았다.

대상 후보이자 '올해의 예능인상'을 수상한 전현무는 수상 소감 내내 무거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전현무는 "이렇게 마음 무겁고 송구스러운 심정으로 시상식에 참석한 적은 처음인 것 같다"고 운을 뗐다. 전현무는 "매년 '나 혼자 산다'를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프로그램으로 뽑아주신 시청자들의 사랑이 있었는데, 저를 포함해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모습을 보여드려 이 상이 기쁘게만 느껴지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전현무는 "이 자리를 빌려 진심으로 송구하다는 말씀을 드린다. 죄송하다"며 90도로 고개를 숙였다. 전현무의 사과에 객석에 앉아있던 '나 혼자 산다'의 또 다른 멤버인 배우 구성환과 코쿤 역시 굳은 표정으로 고개를 숙이는 모습이 포착됐다.
전현무는 "힘든 상황 속에서도 고생하고 있는 제작진을 사랑하고 미안하다"며 "2026년 '나 혼자 산다'는 '새롭게 하기' 프로젝트를 통해 완전히 달라진 모습을 보여드리겠다"고 쇄신을 예고했다. '새롭게 하기' 프로젝트는 기존 무지개 회원 체제를 전면 개편하고 새로운 주거 트렌드를 반영한 포맷 변화를 예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안84 역시 같은 상을 수상하며 "이번에는 말을 매우 조심스럽게 하게 된다"고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다. 기안84는 "'나 혼자 산다' 작가님과 PD님들이 마음고생이 심한데, 버티다 보면 좋은 날이 오지 않을까 싶다"며 제작진을 위로했다.

올해의 예능인상은 유재석, 전현무, 기안84를 비롯해 장도연, 김연경 등 총 5명이 수상했다. 시상식 중반부에는 지난 9월 세상을 떠난 개그맨 고(故) 전유성을 기리는 시간이 마련됐다. KBS에 이어 MBC도 고인에게 공로상을 수여하며 한국 코미디에 남긴 족적을 기렸다. 전유성은 생전 '개그콘서트'의 창시자이자 수많은 후배 개그맨을 발굴해 낸 '개그계의 대부'로 통했다. 대리 수상을 위해 무대에 오른 코미디언 김신영은 눈시울을 붉혔다. 김신영은 "교수님과 사제지간의 연을 맺은 지 벌써 23년이 흘렀다"며 "다가오는 1월 28일이 교수님의 생신이다. 그날 지리산에 계신 교수님을 찾아뵙고 이 공로상을 직접 바치겠다"고 말해 숙연함을 자아냈다.

침체된 분위기를 반전시킨 것은 배구 여제 김연경이 이끄는 '신인감독 김연경' 팀이었다. 시청자 투표로 선정되는 영예의 '올해의 예능 프로그램상'은 '신인감독 김연경'에게 돌아갔다. 이 프로그램은 오합지졸이었던 연예인 배구단 '원더독스'가 김연경의 지도 아래 정식 대회에 출전하는 성장 드라마를 그려내며 하반기 최고 화제작으로 떠올랐다. 베스트 커플상 역시 김연경 감독과 몽골 출신 용병 인쿠시 선수가 차지했다. 인쿠시는 프로그램 초반 서툰 실력으로 김연경에게 잦은 지적을 받았으나, 후반부 에이스로 거듭나는 반전 서사를 쓰며 시청자들의 사랑을 독차지했다.
'신인감독 김연경'은 올해의 예능 프로그램상과 베스트 커플상을 포함해 베스트 팀워크상, 작가상, 우수상 등 총 6관왕을 차지하며 2025년 MBC 연예대상을 휩쓸었다. 김연경은 "배구가 대중적인 관심이 집중되는 종목은 아니었는데, 예능을 통해 이렇게 큰 사랑을 받을 수 있어 감사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메인 연출을 맡은 권락희 PD는 "이 모든 결과는 언더독의 기적"이라며 선수들에게 공을 돌렸다.
2025 MBC 방송연예대상 수상자 명단
❖ 대상 : 유재석
❖ 올해의 예능인상 : 전현무, 기안84, 장도연, 유재석, 김연경
❖ 올해의 예능프로그램상 : 신인감독 김연경
❖ 최우수상(남자) : 유세윤
❖ 최우수상(여자) : 김숙
❖ 최우수상(라디오) : 테이
❖ 우수상(남자) : 구성환, 덱스
❖ 우수상(여자) : 신봉선
❖ 우수상(라디오) : 김일중, 이상순
❖ 신인상(남자) : 최홍만
❖ 신인상(여자) : 김연경
❖ 신인상(라디오) : 더보이즈 에릭
❖ 프로듀서 MC상 : 붐
❖ 프로듀서 특별상 : 이윤석
❖ 베스트 커플상 : 김연경, 인쿠시
❖ 베스트 팀워크상 : '신인감독 김연경' 원더독스
❖ 베스트 엔터테이너상(남자) : 이시언
❖ 베스트 엔터테이너상(여자) : 옥자연
❖ 멀티플레이어상 : 샤이니 민호
❖ 인기상(남자) : 박지현
❖ 인기상(여자) : 쯔양
❖ 핫이슈상 : 부승관
❖ 공로상 : 故 전유성
❖ 특별상(예능) : 복면가왕
❖ 특별상(라디오) : 권순표, 스토리피크
❖ 특별상(시사·교양) : 김호영, 김아영, 故 김동완 PD
❖ MC상(시사·교양) : 서인
❖ 올해의 작가상(예능) : '놀면 뭐하니?' 노민선
❖ 올해의 작가상(라디오) : '여성시대 양희은, 김일중입니다' 인수진
❖ 올해의 작가상(시사·교양) : '손석희의 질문들2·3' 이소영, 이소정, 박고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