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넘어질지언정 포기는 없었다. 한국 설상 종목 첫 올림픽 금메달의 주인공이 탄생했다.
최가온(18·세화여고)이 13일(한국시간) 이탈리아 리비뇨 스노파크에서 열린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스노보드 여자 하프파이프 결선에서 90.25점을 획득해 88.00점의 클로이 김(미국)을 제치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3위는 85.00점의 오노 미쓰키(일본)가 차지했다.
최가온의 금메달은 그야말로 드라마 그 자체였다. 예선 6위로 결선에 오른 최가온은 1차 시기 두 번째 점프에서 스위치 스탠스로 공중 3바퀴를 도는 ‘캡텐’을 시도하다가 슬로프 턱에 보드가 걸려 크게 넘어졌다.
충격이 컸던 탓에 최가온은 한동안 일어서지 못했고, 의료진이 슬로프 안으로 들어가 상태를 확인했다. 들것까지 준비되는 위험천만한 상황이었다. 2차 시기를 앞두고 전광판에는 잠시 ‘DNS(출전하지 않음)’ 표시가 떴고, 모두가 그의 기권을 예상했다.
그러나 최가온은 포기하지 않았다. 아픔을 참고 나선 2차 시기에서도 부상 여파로 착지에 실패하며 넘어지고 말았다. 1차 시기 10점을 받은 최가온은 결선 12명 중 11위로 사실상 메달권 밖이었다.
반면 올림픽 3연패에 도전한 클로이 김은 1차 시기에서 88.00점을 획득하며 가볍게 1위에 올랐다. 동계올림픽 스노보드 종목 사상 최초의 3연패 가능성이 현실화되는 듯했다.
연기를 마친 최가온은 두 팔을 번쩍 들어 올렸고, 점수를 기다리며 눈물을 흘렸다. 전광판에는 90.25점이라는 믿기 힘든 점수가 표시됐다. 3차 시기에 나선 클로이 김이 중도에 넘어지며 재역전에 실패하자, 최가온의 기적 같은 금메달이 확정되는 순간이었다.
경기 후 JTBC와의 인터뷰에서 최가온은 “넘어졌을 때 어디 한 곳 부러진 줄 알았다. 못 일어날 줄 알았는데 그래도 순간 힘이 돌아왔다”며 “저 스스로도 올림픽이니까 포기하지 않았다. 월드컵이면 바로 그만뒀을 수 있지만, 제가 7살 때부터 원했던 올림픽에서는 끝까지 해보자는 생각으로 보드를 탔다”고 밝혔다.
평소 “눈물이 없는 스타일”이라는 최가온도 금메달 앞에서는 감정을 주체하지 못했다. “그동안 아빠랑 코치님이랑 했던 모든 것들이 생각났다. 다쳤던 것도, 포기하고 싶었는데 포기하지 않았던 것도 생각이 났다”며 “아직도 꿈 같고 안 믿긴다. 정말 제 스스로 뿌듯하다. 오늘 제 꿈이 이뤄진 것 같다”고 감격했다.
올림픽 전 금메달은 “하늘이 내려주는 것”이라던 최가온은 이날도 “하늘이 내려주신 것”이라며 겸손함을 잃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여기 있는 모든 선수 중 내가 가장 열심히 했다는 자부심이 있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최가온의 금메달로 한국은 대회 개막 6일 만에 첫 금메달을 획득했으며, 금 1개·은 1개·동 2개로 종합 11위에 올랐다.
서정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