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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저트의 진화…두바이 김밥

전종헌 기자
2025-12-26 08:5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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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저트의 진화…두바이 쫀득 ? 김밥

두바이 초콜릿 열풍이 '두바이 김밥'이라는 새로운 형태로 진화해 화제다.

한국 디저트 시장은 여전히 '두바이'라는 키워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상반기를 휩쓸었던 두바이 초콜릿 열풍이 하반기 들어 '두바이 쫀득 쿠키'로 옮겨붙더니, 연말에는 기어코 김밥 형태를 띤 이색 디저트가 등장해 소비자들의 시각과 미각을 동시에 공략 중이다. 밥과 김, 단무지라는 익숙한 형태를 빌려왔지만, 그 속은 피스타치오 스프레드와 카다이프(중동식 얇은 면)로 꽉 채운 이른바 '두바이 김밥'이 그 주인공이다.

두바이 김밥은 겉모습만 보면 영락없는 참치 김밥이나 누드 김밥을 연상시킨다. 하지만 재료를 뜯어보면 철저하게 당 충전을 위한 고칼로리 디저트다. 주재료인 두바이 초콜릿 소(피스타치오 크림과 볶은 카다이프)를 중심에 배치하고, 이를 감싸는 밥알 역할은 하얀 마시멜로나 꾸덕꾸덕한 버터 쿠키 반죽이 대신한다. 김밥의 핵심인 검은 김은 블랙 코코아 파우더를 묻히거나 흑임자 떡 반죽을 얇게 펴서 구현해 냈다.

일부 개인 카페에서는 단무지나 당근의 색감까지 재현하기 위해 황치즈 가루나 식용 색소를 섞은 반죽을 끼워 넣는 치밀함까지 보인다. 수원 영통구와 부천 원종동 등지의 유명 디저트 카페에서 시작된 이 메뉴는 SNS 숏폼 영상을 타고 삽시간에 전국적으로 퍼져나갔다. 영상을 접한 소비자들은 "김밥을 베어 물었는데 '바삭' 소리가 나는 인지 부조화가 재밌다", "이제는 김밥까지 나오다니 두바이 시리즈의 끝은 어디인가"라는 반응을 쏟아내고 있다.

두바이 김밥의 등장을 두고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갑론을박이 치열하다. 한쪽에서는 인기 소재를 무리하게 변형해 피로감을 준다며 '뇌절(같은 말을 반복해 싫증이 남)'이라는 비판을 제기한다. 이미 두바이 초콜릿, 두바이 찹쌀떡, 두바이 호떡 등 수많은 파생 상품이 쏟아져 나온 상황에서 김밥 형태까지 등장한 것은 과하다는 지적이다.

반면, 소비자들의 구매 열기는 식을 줄 모른다. 수원에 위치한 한 디저트 전문점은 평일 오전에도 두바이 김밥을 구매하려는 대기 줄이 매장 밖까지 이어지며, 1인당 구매 개수를 2개로 제한하고 있음에도 오후 2시면 전량이 매진된다. 현장에서 만난 20대 구매자는 "두바이 쫀득 쿠키는 이제 흔해졌지만, 김밥 모양은 사진 찍기에 좋고 친구들과 나눠 먹는 재미가 있어 줄을 섰다"고 답했다. 희소성과 시각적 재미를 중시하는 펀슈머(Fun+Consumer) 성향이 두바이 김밥의 인기를 견인하는 원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두바이 김밥의 가격은 한 줄(또는 롤케이크 형태의 조각)당 6,000원에서 1만 3,000원 선에 형성되어 있다. 일반 김밥 가격의 2~3배에 달하는 고가임에도 불구하고 불티나게 팔려나간다. 경기 불황이 장기화되면서 명품 같은 고가 제품 소비는 줄이는 대신, 비교적 적은 돈으로 확실한 만족을 얻을 수 있는 프리미엄 디저트에 지갑을 여는 소비 심리가 반영된 결과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러한 현상을 두고 한국 특유의 빠른 트렌드 적응력이 만들어낸 결과물이라고 분석한다. 오리지널 레시피를 그대로 따르기보다 한국인에게 익숙한 떡, 쿠키, 김밥 등의 형태로 재빨리 변주를 줌으로써 유행의 수명을 연장하고 있다. 두바이 김밥 역시 초콜릿이라는 서양 식문화와 김밥이라는 한국적 형태가 결합된 하이브리드 콘텐츠로서 2025년 하반기 디저트 시장의 대미를 장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