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conomy

비트코인 “스캔들 없는 4번째 하락”

박지혜 기자
2025-12-18 06:48:29
비트코인 “스캔들 없는 첫 연간 하락”…블룸버그 “레버리지 청산 폭탄이 촉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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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 “스캔들 없는 4번째 하락” (사진=픽사베이)

비트코인이 대형 스캔들 없이 사상 네 번째 연간 하락세를 기록하고 있다. 

블룸버그는 과도한 레버리지 청산, 고래 투자자 매도, ETF 자금 유출을 주요 원인으로 지목하며 “비트코인 피로감이 확산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18일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비트코인은 올해 1월 1일 개당 9만4771달러에서 출발해 10월 초 12만6000달러로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으나, 이후 급락해 현재 8만7000달러대에서 거래되고 있다. 연초 대비 약 7% 하락한 수치다.

과거 비트코인의 연간 하락은 2014년 마운트곡스 해킹(-57.5%), 2018년 ICO 붕괴(-73.8%), 2022년 FTX 파산(-64.3%) 등 대형 스캔들과 맞물려 발생했다. 그러나 이번 하락은 산업 전반의 붕괴나 대형 추문 없이 진행되고 있어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블룸버그는 이번 하락의 가장 큰 원인으로 극단적 레버리지(차입금) 붕괴를 지목했다. 지난 10월 10일 하루에만 190억달러(약 28조원) 규모의 레버리지 포지션이 청산되면서 시장이 급락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블룸버그는 “10월 고점까지는 비트코인 상승을 막을 것이 아무것도 없어 보였지만, 표면 아래에서는 극단적인 레버리지라는 취약성이 쌓이고 있었다”며 “이 랠리의 취약성은 대규모 레버리지 청산으로 공개적으로 드러났고 암호화폐 시장을 급락으로 몰아넣었다”고 설명했다.

비트코인 대량 보유자인 ‘고래’들의 매도세도 지속적인 가격 압박 요인으로 작용했다. 룩온체인에 따르면 매트릭스포트 연동 지갑이 4000BTC(약 3억4756만달러)를 바이낸스로 이체하는 등 고래들의 거래소 입금이 이어졌다. 이는 통상 매도 신호로 해석된다.

투자자들은 10월 10일 이후 미국 상장 비트코인 현물 ETF에서 52억달러 이상을 회수했다. 12월 17일에만 2억7709만달러가 순유출되며 이틀 연속 자금 이탈을 기록했다. 이는 기관 수요가 더 이상 가격을 받쳐주지 않는다는 신호로 풀이된다.

거래량도 급감했다. 코인데스크 데이터에 따르면 11월 거래량 감소폭은 2024년 초 이후 가장 컸다. 큰 가격 변동 없이 대형 거래를 흡수하는 능력 지표인 ‘시장 깊이’는 올해 고점 대비 약 30% 줄어든 상태다.

이번 하락은 우호적 환경에서 발생했다는 점에서 시장의 혼란을 키우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공개 지지, 스테이블코인 제도권 편입을 위한 지니어스법 통과, 기관 투자자 확대 등 긍정적 요소가 많았음에도 가격은 반대로 움직였다.

S&P500 지수가 연중 16% 상승하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것과 대조적으로 비트코인이 하락하면서 주식시장과의 탈동조화 현상도 뚜렷해졌다.

기술적으로 비트코인은 피보나치 78.6% 되돌림 구간인 8만5569달러 지지선을 위태롭게 테스트하고 있다. 일일 종가가 이 구간 아래로 내려가면 심리적 마지노선인 8만달러까지 밀릴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상대강도지수(RSI)는 39로 중립 수준인 50을 크게 밑돌아 매도세가 시장을 장악했음을 보여준다. 이동평균 수렴확산 지수(MACD)도 데드크로스 발생을 예고하며 약세 전망에 힘을 싣고 있다.

파생상품 시장 분위기도 차갑다. K33 리서치에 따르면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트레이더들이 뚜렷한 상승 촉매를 찾지 못한 채 관망세를 유지하고 있으며, 미결제 약정은 연중 최저 수준인 12만4000BTC 부근에 머물러 있다.

※ 이 기사는 투자 판단을 위한 참고용이며, 투자 결정은 본인의 책임입니다.​​​​​​​​​​​​​​​​

박지혜 기자 bjh@bn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