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트코인이 10만달러 선을 내준 지 사흘 만에 9만 3000달러 아래로 급락하면서 시장에 ‘크립토 겨울’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장기 상승 사이클이 무너지고 본격적인 하락장이 시작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18일 가상자산 데이터 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비트코인은 전날 9만 2985달러까지 하락했다가 9만 5000달러 선까지 가격을 회복했다. 지난 14일 10만달러 지지선을 내준 지 사흘 만이다.
이에 장기간 지속돼온 비트코인 상승 사이클이 끝난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본격적인 ’크립토 겨울(가상자산 하락장)’이 시작됐다는 분석이다.
비트코인은 지난해 11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 이후 꾸준히 상승 사이클에 머물렀다. 지난 4월 미국 발(發) 관세 갈등 당시 조정을 겪었으나 기관투자자들의 자금 유입이 이어지면서 이내 가격을 회복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비트코인을 장기간 보유해온 ’고래(대량 보유자)’들의 매도세가 이어지고 있다. 블록체인 데이터 분석업체 글래스노드는 “오랜 투자자들의 차익 실현이 증가하는 것은 강세장의 ‘후반부’에 나타나는 일반적인 현상”이라고 분석했다.
가상자산 애널리스트 알리 마르티네즈는 코인데스크에 “비트코인이 일정 기간 갇혀 있었던 가격 구간을 이탈했다”며 “8만 3500달러까지 하락할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친(親)암호화폐 정책 기대감으로 부풀었던 시장 거품이 꺼지고, 전반적인 ‘위험자산 회피’ 심리가 확산된 영향이 크다. 기술주 중심의 증시가 냉각기에 접어들며 위험자산 투자 심리가 위축된 것도 한몫했다.
알트코인 시장은 직격탄을 맞았다. 마켓벡터의 상위 100개 디지털 자산 중 하위 50개 토큰을 추적하는 지수는 연초 대비 60% 가까이 폭락했다.
시장 참여자의 투자 심리를 나타내는 ‘공포-탐욕 지수’도 지난 4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 중이다. 17일 현재 가상화폐 공포-탐욕 지수는 18포인트로 ‘극단적 공포’ 단계를 가리키고 있다. 지난 11일 31포인트를 나타내며 ‘공포’ 수준이었던 지수는 한 주에 걸쳐 지속적으로 하락했다.
일부 매체에서는 공포·탐욕 지수가 10까지 내려갔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극단적 공포’ 단계는 변동성이 크고 높은 거래량이 동반된 하락 구간을 의미하며, 투자자들의 패닉셀링(투매)이 발생하는 지점이기도 하다.
3개월 미만 보유자들의 ‘패닉셀’이 하락장에서 매도 물량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특히 레버리지 포지션이 청산되며 가격 하락을 부채질했다.
다만 가격 하락에도 불구하고 ‘실현 시가총액’은 계속 상승하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인 신호로 해석됐다. 실현 시총 상승세는 신규 자금이 손절매 물량을 흡수하며 꾸준히 유입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무엇보다 눈에 띄는 대목은 비트코인이 장기 흐름의 기준선으로 불리는 365일 이동평균선을 하회했다는 점이다. 이 선은 현재 약 10만 2000달러 부근에 자리하고 있는데, 비트코인은 이를 회복하지 못한 채 아래에서 움직이고 있다.
2018년과 2021년의 약세장 역시 이 선이 무너진 뒤 본격화된 전례가 있어, 시장에서는 이번에도 구조적 변화가 시작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온체인 지표에서는 6~12개월 보유 물량의 미소비 거래(UTXO) 실현 가격이 약 9만 4600달러로, 비트코인은 이보다 소폭 높은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 이 구간 보유자들이 손실 구간으로 내려앉는 시점부터 시장 체력이 빠르게 약해지는 경향이 있다.
단, 일각에서는 이전과 같은 ‘비트코인 4년 사이클’이 이번에는 작용하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그간 비트코인은 4년마다 돌아오는 반감기를 기점으로 상승과 하락을 반복했다. 2016년 반감기 이후 2017년 말 대폭 상승했고 2018년 말 조정을 맞았으며, 2020년 반감기 이후 2021년 말 크게 상승했다가 2022년 말 다시 저점을 형성했다.
그러나 현재는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등으로 기관투자자들이 많이 유입된 상태라 이전과 같은 4년 주기가 유지되지는 않을 것이란 분석이 있다. 비트코인이 조정을 맞더라도 이전처럼 크게 하락하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매트 호건 비트와이즈 최고투자책임자(CIO)는 “비트코인의 펀더멘털은 여전히 탄탄하고, 근본적인 상승 요인들은 쉽게 꺾이지 않을 것”이라며 “2026년에도 강세장이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XWIN 리서치도 “온체인 구조는 사이클 정점의 반전이 아닌 ‘강세장 속 조정’을 가리키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지혜 기자 bjh@bntnews.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