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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원 9회말 동점포[종합]

김주원 9회말 극적 동점포…한일전 11연패 저지했지만 투수력 과제 여전
“할아버지께 플레이로 보내드리고 싶었다”…외조부상 중에도 묵묵히 경기 소화
박지혜 기자
2025-11-17 07: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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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원 9회말 동점포[종합] (사진=연합뉴스)

류지현 감독이 이끄는 한국 야구대표팀이 16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K-베이스볼 시리즈’ 일본과 2차전에서 7-7 무승부를 기록했다. 전날 1차전에서 4-11로 대패한 한국은 9회말 2사 후 김주원(NC 다이노스)의 극적인 동점 솔로포로 2015년 프리미어12 준결승 이후 일본과 1군 맞대결 11연패를 간신히 막아냈다.

6-7로 뒤진 9회말 2사. 도쿄돔을 가득 메운 관중이 숨을 죽인 가운데 김주원이 타석에 들어섰다. 일본 최고의 마무리 오타 다이세이(요미우리)의 세 번째 공을 받아친 타구는 우중간 담장을 훌쩍 넘어갔다. 한국 벤치는 환호성을 질렀고, 패색이 짙던 경기는 순식간에 7-7 동점이 됐다.

이날 김주원은 첫 두 타석에서 삼진을 당하며 부진했다. 하지만 7회 몸에 맞는 공으로 출루해 만루 찬스를 만들었고, 마지막 타석에서 팀을 구하는 결정타를 터뜨렸다. 2002년생 김주원은 올시즌 KBO리그에서 144경기 전경기 출전, 타율 0.289·15홈런·65타점·44도루(리그 2위)를 기록하며 공수주 겸비 유격수로 자리매김했다.

김주원의 홈런은 더욱 특별한 의미를 지녔다. 일본 입국 직후 외할아버지의 별세 소식을 들었지만, 부모의 “경기에 집중하라”는 당부에 팀에 남아 경기를 소화했다.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관련 질문이 나오자 김주원은 눈시울을 붉히며 “한국에 가지 못하는 대신 플레이로 할아버지를 보내드리고 싶었다. 마지막 타석에서 좋은 결과가 나와 마음을 전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류지현 감독은 직접 물을 건네며 “만약 국제대회가 아니고 KBO리그였다면 팀에서 보내주었을 것이다. 이런 굳은 각오로 국가대표에 임한다면 WBC에서도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다. 김주원에게 정말 고맙다”며 위로와 감사를 전했다.

한국 타선은 일본보다 많은 9안타(2홈런)를 기록하며 화력을 과시했다. 송성문이 5타수 2안타 2타점, 문현빈이 4타수 2안타 1득점, 안현민이 2경기 연속 홈런을 포함해 1안타 1홈런 1타점을 기록했다. 3회말 송성문의 2타점 적시타로 2-0을 만든 뒤, 안현민과 송성문의 더블스틸로 3-0까지 앞서나갔다.

하지만 문제는 투수진이었다. 선발 정우주(한화)가 3이닝 1볼넷 4탈삼진 무실점 노히터로 호투했지만, 뒤이은 불펜진이 무너졌다. 이날 한국 투수진은 12개의 볼넷을 내줬고, 그중 밀어내기 볼넷만 4개였다. 오원석(KT)이 4회초 밀어내기 볼넷으로 2실점, 조병현(SSG)도 밀어내기 볼넷으로 동점을 허용했다. 5회엔 김영우(LG)가 다시 밀어내기 볼넷으로 실점했고, 8회 배찬승(삼성) 역시 밀어내기 득점을 내줬다.

2경기 동안 한국 투수진이 허용한 볼넷은 무려 23개. 1차전에서 11개, 2차전에서 12개를 내주며 제구력 부족을 여실히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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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원 9회말 동점포[종합] (사진=연합뉴스)

일본 매체 ‘스포니치 아넥스’는 “한국 대표팀은 연패를 피했지만 과제는 산처럼 남았다”며 “송성문의 적시타와 안현민의 2경기 연속 홈런, 김주원의 동점포 등 인상적인 장면을 연출했지만, 투수력 과제는 변함없는 사실이다. 피치클락 도입으로 경기 시간 단축이 기대됐지만 4시간이 넘는 장시간 경기를 만들었다”고 따끔하게 지적했다.

더 큰 문제는 ABS(자동 투구 판독 시스템) 역체감이다. 2024년부터 KBO리그에 도입된 ABS에 익숙해진 한국 투수들은 사람 심판의 판정에 적응하지 못했다. 이번 한일전과 2026년 3월 WBC에는 ABS가 없다.

이틀간 주심을 맡은 MLB 최초 여성 심판 젠 파월과 브록 발루 심판 모두 스트라이크존이 좁았고, 특히 발루 심판은 우타자 바깥쪽 존에 인색했다. 일본 투수들도 어려움을 겪었지만 한국은 ABS 역체감을 더 심하게 겪었다. 물론 이를 핑계로 삼아서는 안 된다. 국제대회 룰에 대표팀이 적응해야 하고, 제구력을 갈고 닦아야 한다.

류지현 감독은 “오늘 결과를 떠나 가능성을 볼 수 있는 평가전이었다. 볼넷이 12개로 많았지만 3월까지 잘 준비하겠다. 1월부터 대표팀이 소집되니 영상을 분석하며 철저히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긍정적인 부분도 있었다. 고졸 신인 정우주는 3이닝 무실점 호투로 차세대 일본 킬러 가능성을 보였고, 박영현(KT)은 2이닝 무실점으로 안정감을 과시했다. 내야 백업진도 경쟁력을 확인했다. 박해민(LG)과 신민재(LG)가 안정적인 수비와 공격을 펼쳤고, 김주원은 이정후·김하성·김혜성으로 이어지는 센터라인을 뒷받침할 유틸리티 자원으로 자리매김했다.

한국 대표팀은 17일 귀국해 내년 1월 사이판 전지훈련을 위해 재소집할 예정이다. 일본과 다음 맞대결은 2026년 3월 도쿄돔에서 열리는 WBC다. 극적인 무승부로 11연패는 막았지만, 투수진 제구력과 ABS 역체감 극복이라는 명확한 과제를 안고 WBC 준비에 돌입한다.​​​​​​​​​​​​​​​​

박지혜 기자 bjh@bn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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