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0일 한국의 핵추진 잠수함 건조를 승인했다고 밝히면서, 전날 경주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의 성과가 구체화되고 있다.
한국을 방문 중인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을 통해 “한국이 현재 보유한 구식이고 기동성이 떨어지는 디젤 잠수함 대신 핵추진 잠수함을 건조할 수 있도록 승인했다”며 “한미 군사동맹은 어느 때보다 강력하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한 한미 무역 합의와 관련해 “한국은 미국이 부과하던 관세를 인하받는 대가로 미국에 3500억 달러(약 500조원)를 지불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다만 과거 수차례 언급했던 ‘선불(up front)’ 표현은 이번엔 사용하지 않았다.
29일 경북 경주 국립경주박물관에서 87분간 진행된 한미 정상회담에서는 지난 7월 말 이후 3개월 넘게 교착상태에 빠져있던 관세 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됐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한국은 약속한 3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액 중 2000억 달러를 현금으로 투자하되, 연간 200억 달러의 상한선을 두기로 했다. 외환시장에 미칠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연간 200억 달러 한도 내에서 사업 진척 정도에 따라 달러를 투자하기 때문에 우리 외환시장이 감내할 수 있는 범위 내에 있다”고 설명했다.
투자 수익 배분은 원금 회수 전까지 한미 간 5대5로 설정됐다. 20년 내 원리금 전액 상환이 어려울 경우 수익 배분 비율을 조정할 수 있는 조항도 마련했다. 김 실장은 “원리금이 보장되는 상업적 합리성이 있는 프로젝트만 추진하기로 합의하고 이를 양해각서 문안에 명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한국이 얻은 것도 적지 않다. 한국산 자동차와 자동차 부품에 대한 관세가 기존 25%에서 일본·유럽연합(EU)과 동일한 15%로 인하된다. 반도체는 경쟁국 대만과 비교해 불리하지 않은 수준의 관세를 적용받는다. 의약품과 목재는 최혜국 대우를, 항공기 부품과 제네릭 의약품, 미국에서 생산되지 않는 천연자원은 무관세 혜택을 받게 된다.
정부는 쌀과 쇠고기를 포함한 농업 분야의 추가 개방은 끝까지 막았다고 강조했다.
관세 인하 시점은 관련 특별법이 국회에 제출되는 달 첫날부터 소급 적용된다. 이에 따라 이르면 11월 1일 또는 12월 1일부터 인하된 관세가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한 “한국 기업들의 대미 투자액이 6000억 달러를 초과할 것”이라며 “한국은 미국산 석유와 가스를 대량으로 구매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한미 양국은 이번 합의를 통해 ‘마스가’(MASGA·Make America Shipbuilding Great Again) 프로젝트를 본격화하고, 조선협력협의체를 출범시키기로 했다. 국내 조선업계는 이번 합의로 HD현대의 미국 조선소 인수 가능성이 높아지고 미국 해양 방산 시장 진출에 탄력을 받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박지혜 기자 bjh@bntnews.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