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런베뮤' 20대 직원 과로사 의혹

이지은 기자
2025-10-28 07:4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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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집, '런던베이글뮤지엄'(런베뮤) 20대 직원 과로사 의혹, 런던베이글뮤지엄

'베이글 열풍'을 일으킨 유명 베이커리 '런던베이글뮤지엄'(런베뮤)에서 근무하던 20대 청년이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다 숨졌다는 의혹이 제기돼 사회적 파문이 일고 있다. 정의당과 진보당 등 정치권은 27일 잇따라 성명을 내고, 고인이 사망 직전 주 80시간에 달하는 과로에 내몰렸다고 주장하며 고용노동부의 철저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고 나섰다.

정의당에 따르면, 런던베이글뮤지엄(런베뮤)에서 근무하던 26세 청년 정효원 씨는 입사 14개월 만인 지난 7월 16일 회사 숙소에서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유족 측은 고인의 스케줄표와 메신저 대화 등을 근거로 사망 직전 일주일간 노동시간이 80시간에 달했다고 주장했다.​

정의당은 성명에서 "고인은 사망 전날 아침 9시에 출근해 자정 직전에 퇴근했으며, 닷새 전에는 21시간 연속으로 일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진보당 역시 "고인은 사망 전날 끼니도 거르며 15시간 넘게 일했고, 사망 직전 주간의 노동시간은 이전 12주 평균보다 37%나 증가했다"고 지적했다. 만성적인 과로 상태에 급격한 업무량 증가가 겹치면서 비극적인 결과로 이어진 것 아니냐는 추정이 나오는 대목이다.​

고인의 근로계약서 자체에 이미 문제가 있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정의당에 따르면, 고인의 근로계약서는 주 14시간의 초과 근로를 기본값으로 산정해 작성되어 있어, 처음부터 주 52시간 상한제를 위반할 소지가 다분했다. 유족 측은 실제 근무 시간은 계약서에 명시된 것보다 훨씬 길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불안정한 근무 환경도 청년을 압박했다. 고인은 입사 후 14개월 동안 근무지를 네 차례나 옮겨야 했다. 서울 강남점에서 시작해 수원, 그리고 신규 매장인 인천점까지 부임하면서 근로계약서만 세 번을 다시 작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잦은 근무지 이동은 노동자의 육체적, 정신적 스트레스를 가중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유족은 근로복지공단에 산업재해를 신청했지만, 진상규명은 난항을 겪고 있다. 회사 측이 고인의 정확한 근로시간을 입증할 자료 제출을 거부하고 있기 때문이다. 런던베이글뮤지엄 운영사인 '엘비엠'은 과로사 의혹을 부인하면서도 유족이 주장하는 근무 기록과 회사 측이 확인한 기록이 다르다는 입장만 반복하고 있다.​

런던베이글뮤지엄(런베뮤)은 2021년 9월 서울 안국동에 1호점을 낸 이후 '오픈런' 맛집으로 불리며 큰 인기를 끌었고, 전국에 7개 매장을 운영 중이다. 공교롭게도 고인이 사망한 시점과 비슷한 지난 7월, 회사는 사모펀드 운용사인 JKL파트너스에 2000억 원대에 매각됐다.​

진보당은 "청년의 노동과 목숨을 브랜드의 원가로 삼은 기만"이라고 강하게 비판하며 고용노동부의 즉각적인 특별근로감독을 촉구했다. 정의당 역시 "언젠가 자기 매장을 열겠다는 꿈을 안고 열정적으로 일해온 청년의 죽음 앞에 회사는 책임을 회피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힙한' 공간과 맛으로 청년 세대의 사랑을 받던 브랜드의 어두운 이면이 드러나면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노동 인권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