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대통령이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열린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정상회의 일정을 마치고 27일 밤 귀국했다.
이번 1박2일 방문은 곧 개최될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와 한미·한중·한일 정상회담 등 ‘정상외교 슈퍼위크’의 전초전 성격으로, 이 대통령은 귀국 즉시 본격적인 준비 작업에 돌입할 전망이다.
이 대통령은 26일 안와르 이브라힘 말레이시아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양국 간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타결을 공식 선언했다. 2019년 협상 개시 이후 6년 만의 성과다.
이번 FTA로 말레이시아는 682개, 한국은 288개 품목의 관세를 추가 인하하거나 철폐한다. 특히 자동차 분야의 변화가 두드러진다. 전기차 조립용 부품세트(CKD)에 부과되던 10% 관세가 0%로 낮아지고, 완성차 SUV는 30%에서 15%로 인하된다. 냉연 등 9개 철강 품목은 관세가 전면 철폐되고, 열연 등 일부 품목은 15%에서 10%로 줄어든다.
한국은 두리안·파인애플 등 열대과일과 가리비 등 수산물 위주로 시장을 추가 개방했다. 말레이시아는 전기차 등 자동차 제조업 분야의 외국인 투자 지분 제한 규제를 철폐하기로 했다.
이 대통령은 27일 한·아세안 정상회의에서 “한국과 아세안의 연간 교역액 3000억 달러 달성이라는 과감한 목표를 세우고, 이를 위한 첫걸음으로 한·아세안 FTA 개선 협상 개시를 제안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기준 1928억 달러였던 교역액을 50% 이상 확대하겠다는 구상이다.
이 대통령은 “미국과 중국 중심의 교역 구조에서 벗어나 동남아시아 시장으로 지경학적 리스크를 분산하겠다”며 “한국은 아세안의 성장과 혁신의 도약대가 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아세안 포괄적전략동반자관계(CSP)에 ‘조력자(contributor)’, ‘도약대(springboard)’, ’파트너(partner)’라는 의미를 부여하며 협력 관계의 고도화를 제안했다. “한국은 아세안의 꿈과 희망을 이루는 조력자가 되어 한·아세안 상호 방문 1500만 명 시대를 열겠다”며 “평화와 안정의 파트너로서 초국가 범죄, 해양 안보, 재난·재해 등 역내 평화와 안정 수요에 적극 부응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이 대통령은 현지 매체 ‘더 스타’에 기고한 글에서도 “한·아세안 간 인공지능(AI), 디지털 전환, 보건, 에너지 등 미래 산업 협력과 함께 인재 양성, 기술 협력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27일 훈 마네트 캄보디아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최근 논란이 된 캄보디아 내 한국인 납치 및 구금 사태에 대한 대응책을 논의했다.
양 정상은 스캠 범죄 대응을 위해 한국 경찰을 현지에 파견하는 ‘한국인 전담 한·캄보디아 태스크포스(TF)’ 명칭의 ‘코리아 전담반’을 11월부터 가동하기로 합의했다. 구체적인 파견 규모와 운영 방식은 빠른 시일 내에 확정할 예정이다.
이 대통령은 “대한민국에서는 현재 스캠 범죄 때문에 국민 전체가 매우 예민한 상태”라며 협력을 당부했고, 마네트 총리는 “캄보디아 경찰 당국도 즉시 조사해 범인을 체포했다”며 “한국과 긴밀히 공조하고 있다”고 화답했다.
양 정상은 또한 양국의 전략적 동반자 관계 발전과 국방·안보 분야 협력 확대 방안도 논의했다.
이 대통령은 한·아세안 정상회의에서 “2029년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의 한국 개최를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현지 브리핑에서 “비공개회의에서 각국 정상이 한·아세안 FTA 업그레이드, 디지털·기후 변화 대응, 인프라 협력 확대 등을 희망했다”며 “한반도 평화와 공존, 공동 성장에 대한 한국 정부의 노력을 지지한다는 뜻을 밝혔다”고 전했다.
이 대통령은 “남북의 무너진 신뢰를 되찾아 대화를 재개하고 교류 협력을 확대하며,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 정착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귀국한 이 대통령은 28일 공식 외부 일정 없이 주요 참모진으로부터 관세 협상 현황과 주요 국정 보고를 받으며 APEC 정상회의 준비에 집중할 예정이다.
29일 예정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한미 정상회담에서 3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펀드 문제 해결이 핵심 현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4일 “한국과의 관세 협상은 타결에 매우 가까워졌다”며 “그들이 준비가 된다면 나는 준비됐다”고 말해 한국 측 양보를 압박했다.
이에 대해 이 대통령은 블룸버그 통신 인터뷰에서 “모든 것이 여전히 쟁점으로 남아 있다”며 “한국은 일본이 아니다”라고 일갈했다. 오현주 국가안보실 3차장도 APEC 계기 타결 가능성에 대해 “이번에 바로 타결되기는 어렵지 않나 생각한다”고 전망했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안보 분야는 대체로 문구들이 공통으로 양해돼 있다”며 “관세 분야에서 공통의 문서에 이르지 못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이번 APEC 정상회의 주간 동안 AI 협력과 인구구조 변화 대응을 핵심 의제로 설정하고, 공급망 재편·통상 현안·디지털 규범·지역 안보 환경·한반도 정세 등을 포괄적으로 점검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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