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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의편지’ 원작자 소감

박지혜 기자
2025-10-14 09: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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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의편지’ 원작자 소감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실관람객들의 뜨거운 호평과 과몰입을 유발하는 작품의 저력에 힘입어 N차 관람 열풍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애니메이션 영화 '연의 편지'가 원작자 조현아 작가와의 일문일답 인터뷰를 공개했다. 
 
Q. <연의 편지>가 영상화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가장 기대했던 점은?

<연의 편지>는 처음부터 애니메이션을 본 것 같은 웹툰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하면서 만들었다. 정말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질 거라고는 생각도 못 해서 기뻤다. 완성도 역시 놀라웠다. 처음 마주한 건 가녹음 편집본 상영에 초대받았을 때인데, 녹음과 음향이 다 들어가지 않았는데도 계속 울면서 봤던 기억이 난다. 열심히 만든 캐릭터들이 살아 움직일 때 감동은 이루 말할 수 없다. 그리고 그게 얼마나 고된 작업인지 알기 때문에 더 감사했다. 제 상상을 가장 멋진 형태로 실현시켜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린다.
 
Q. 웹툰이었던 원작에서 보다 구체화된 공간이나 인물이 있다면? 원작 작가로서 이런 부분에 공을 들인 제작진분들께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소리’가 눈을 감고 아지트로 가는 장면을 정말 좋아한다. 그 장면은 애니메이션으로만 느낄 수 있는 것들이 더해져서 훨씬 더 몰입되고 표현이 풍부해졌다고 생각한다. 눈을 감아도 느껴지는 풍경의 연출이 정말 아름답다. 눈을 감고 걷는 장면의 신비로운 음악이 기억에 남는다. 만화에서는 음악을 표현할 수 없기에 영화가 줄 수 있는 아주 매력적인 요소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단편인 원작에서 ‘수경’, ‘호란’, ‘송희’ 세 친구의 비중과 ‘승규’의 퇴장이 아쉬웠는데 애니메이션에서 좋은 방향으로 구현되어 정말 감사할 따름이다.
 
Q. 편지를 보낸 친구가 ‘호연’이라, 제목도 <연의 편지>인데, 이외에도 담긴 의도가 있을 것 같다. 요즘에는 사라져 가는 문화 같은 편지를 소통의 매개로 한 이유가 있다면?

데이터로 남긴 메시지는 영원할 것 같아도 오히려 사라지기 쉬운 것 같다. 몇 년 전 친구에게 보낸 SNS 메시지는 리셋돼도 부모님의 연애편지는 지금도 읽을 수 있는 것처럼.  저 역시 초등학교 때부터 받은 편지들을 모아두고 있는데, 그 당시 발행한 편지지, 보낸 사람의 글씨, 눈물 자국, 직접 그린 낙서 등 손때 묻은 편지들이 훨씬 더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어서 좋아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받는 사람을 위해 들이는 정성이 좋다. 작중의 ‘오랜 시간과 정성을 들여야 하는 마법’과 가장 닮은 매체인 것 같다. 점점 사라져 간다는 점에서도 그렇다. 시간적, 공간적으로 떨어져 있더라도 보낸 이의 마음이 가장 잘 전달되는 소통 방식이라고 생각한다. 
 
제목의 경우 편지를 소재로 고민하던 중 편지하면 가장 친근한 ‘연애편지’와 닮게 지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애’를 빼면 인연, 연결, 연대의 ‘연’ 자만 남아서 이야기와 딱 어울렸다. 그렇게 제목을 먼저 정해놓고 캐릭터 이름을 지었다.
 
Q. 영화를 보고 눈물을 흘렸다고 들었는데, 어떤 장면이었는지? 눈물을 흘린 이유가 있다면?

꽤 여러 번 눈물을 흘렸다. 처음엔 지민이의 편지에서, 다음엔 호연이의 독백에서 가장 많이 눈물이 났다. 가장 중요한 장면들이기도 하고, 성우들의 감정연기가 작품에 깊게 몰입할 수 있게 해줬던 것 같다. 
 
Q. 배우들의 목소리로 원작의 캐릭터가 다시 만들어지는 과정을 본 소감과 스크린에서 목소리 및 OST를 들었을 때의 느낌에 대해서 들려준다면?

작화가 캐릭터들을 살아있게 만든다면, 성우들의 연기는 캐릭터들을 숨 쉬게 만들어준다는 생각이 들었다. ‘호연’ 역의 민승우 성우의 녹음현장을 한번 참관할 기회가 있었는데 숨소리까지 완벽하게 연기하는 모습에 감탄했다. 재능 있는 많은 분들이 힘을 합쳐 만들어 준 캐릭터들이라 저 혼자 만들 때보다 훨씬 깊이 있고 풍부해졌다고 생각한다. 게다가 한국 오리지널 애니메이션이기 때문에 그 캐릭터 고유의 목소리가 되어주어서 더 감동적이었다.
OST는 음향실에서 처음 들었을 때 저를 포함해 현장에 같이 있던 분들이 모두 소름이 돋았다. 같이 듣는 가족들까지도 수현 씨가 ‘소리’가 되어 부르는 것 같다고 했는데, 나중에 인터뷰를 보니 정말 그런 마음으로 불렀다고 하셨다. 
 
Q. AKMU(악뮤) 이수현이 ‘소리’의 ‘소리’가 되었다. 원작자로서 상상했던 ‘소리’와 비슷했는지 궁금하다.

이수현 님의 ‘소리’는 이수현이라는 것을 완전히 잊어버릴 만큼 ‘소리’다웠다. 제가 상상하던 ‘소리’의 목소리 그 자체였다. 맑지만 차분하고 강단 있는 목소리였다.

Q. 엔딩 장면도 원작의 감성을 잘 살렸는데, 이를 보신 작가님의 느낌도 궁금합니다.

마지막 장면은 작품으로서 마음에 드는 장면 중 하나다. 원작을 많은 분들이 좋아해 주셨지만 독자들도 저도 그 뒤가 나오지 않는 것에 아쉬움이 있었을 거라 생각한다. 애니메이션 영화가 만들어지면서 졸업식 장면도 나오고, 그 뒤의 일상을 폴라로이드 형태로 그릴 수 있어 즐거웠다.
 
책상 서랍에서 우연히 의문의 편지를 발견하게 된 전학생 ‘소리’가 편지 속 힌트로 이어지는 다음 편지들을 찾아가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애니메이션 영화 '연의 편지'는 현재 전국 극장에서 상영 중이다.

박지혜 기자 bjh@bn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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