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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이알고싶다' 채도령과 사라진 딸들의 진실

정지연 기자
2025-09-21 12:5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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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이 알고 싶다' 채도령과 사라진 딸들의 진실 SBS

'그것이 알고 싶다' 1460회는 14년 차 승무원을 포함한 30대 여성들이 연이어 한 신당에서 신내림을 받고 가족과 단절된 사건을 추적했다.

SBS의 시사 교양 프로그램 '그것이 알고 싶다'가 한 신당을 둘러싸고 연이어 발생한 기묘한 사건의 실체를 추적했다. 1460회 방송은 안정적인 직장을 다니던 30대 여성들이 갑작스럽게 신내림을 받고 가족과 단절되는 사건을 집중적으로 다루었다. 제작진은 경기도 동두천에 위치한 한 신당과 그 중심에 있는 '신아버지'를 둘러싼 의혹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 심층 취재에 나섰다. 딸을 잃었다고 절규하는 가족들의 호소와, 신의 부름에 따른 선택이었다는 여성들의 주장 사이에서 사건의 본질을 조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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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이 알고 싶다' 갑작스럽게 무속인이 된 베테랑 승무원

사건의 시작은 지난 7월, 국내 유명 항공사에서 발송된 한 통의 이메일이었다. 14년 경력의 베테랑 승무원 정혜원(가명) 씨가 2,000명이 넘는 동료들에게 작별 인사를 전했다. 메일의 내용은 충격적이었다. "하늘을 날며 이곳저곳을 다니던 제가, 신내림을 받아 무속인의 삶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정혜원 씨는 자신의 신당 이름과 신명이 적힌 명함까지 첨부하며 새로운 인생의 시작을 알렸다. 평소 전혀 낌새를 채지 못했던 동료들은 놀라움 속에서도 정혜원 씨의 선택을 응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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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이 알고 싶다' 신의 부름인가 계획된 비즈니스인가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회사 내부는 다시 한번 술렁였다. 정혜원 씨와 입사 동기였던 또 다른 승무원 이수정(가명) 씨 역시 올해 초 신내림을 받고 퇴사했다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기 때문이다. 더욱 놀라운 점은 두 사람이 경기도 동두천에 위치한 '장호사(가명)'라는 동일한 신당에서 신내림을 받았다는 사실이었다. 평범하게 직장 생활을 하던 동료 두 명이 같은 곳에서 비슷한 시기에 무속인이 된 상황은 우연으로 보기에는 석연치 않은 구석이 많았다. 심지어 이수정 씨의 친동생마저 같은 신당에서 1년 전 신내림을 받은 것으로 확인되면서 의혹은 더욱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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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이 알고 싶다' "신내림은 다단계 같은 것" 친동생의 폭로

'그것이 알고 싶다' 제작진은 의혹의 중심에 있는 신아버지 채도령을 만나기 위해 인터뷰를 시도했지만, 채도령은 거부했다. 결국 제작진은 채도령의 자택으로 향했고, 그곳에서 채도령의 친동생을 만날 수 있었다. 박수무당의 아들이지만 신내림을 믿지 않는다는 동생은 채도령에 대해 사뭇 다른 이야기를 꺼내놨다. 동생은 "사람들이 신내림에 대해 착각하는 게 있다. 거기서 징 치고 뭐 하면 다 운다. 감정이 폭발해서 우는 것"이라며 "신내림은 다단계 같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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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이 알고 싶다' "돈 버는 건 신내림뿐" 친동생의 충격 증언

동생의 증언은 충격적이었다. 채도령은 과거 부산에서 옷 장사를 하는 등 사업을 했으며, 신내림을 받은 지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동생은 "2020년 초에 내림굿을 한다고 올라왔었다"라고 말하며, 불과 5년 차 경력의 무속인이 10명이 넘는 신제자를 거느리고 있는 상황에 의문을 제기했다. 5년 전 채도령이 자신에게 '대한민국에서 돈을 버는 건 신내림뿐'이라고 말했다는 폭로는 '그것이 알고 싶다'가 추적하는 사건의 본질을 관통했다. 신내림을 순수한 종교적 행위가 아닌, 돈을 벌기 위한 사업 수단으로 여겼을 가능성을 보여주는 대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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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이 알고 싶다' 짧은 경력과 무분별한 내림굿, 무속계의 시선

다른 무속인들 역시 채도령의 행보에 강한 의구심을 나타냈다. 무속인 비단아씨는 채도령의 짧은 경력을 지적하며 "유치원생이 누군가를 가르칠 수 있다고 보세요?"라고 반문했다. 신내림을 통해 한 사람의 인생을 이끌어야 하는 신아버지의 자격에 대한 비판이었다. 무속인 태극도령은 "10명 중에 5명은 신기가 있다는 소리를 듣고 올 겁니다"라면서, 제자를 만드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며 함부로 만들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신의 부름이 아닌, 인간의 욕심으로 제자를 만들 경우 그 책임은 온전히 신아버지에게 돌아간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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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채도령의 방식이 부모와의 관계를 깨뜨리는 등 무속 신앙이 지향하는 조화로운 삶의 가치를 무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신내림을 받지 않으면 가족에게 화가 미친다는 불안감을 조성하고, 대출까지 받게 해 굿을 강행하는 것은 신의 뜻이 아닌 무당의 욕심이 개입된 사기 행위일 수 있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그것이 알고 싶다'는 이번 방송을 통해 신성한 종교 의식으로 포장된 채 이뤄지는 비즈니스적 행태에 경종을 울렸다.

SBS '그것이 알고 싶다'는 매주 토요일 밤 11시 10분에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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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그것이 알고 싶다' 1460회는 14년 차 승무원을 포함한 30대 여성들이 연이어 한 신당에서 신내림을 받고 가족과 단절된 사건을 추적했다. 사건의 중심인물인 '신아버지' 채도령은 제작진의 인터뷰를 거부했지만, 친동생을 통해 충격적인 증언이 확보됐다. 동생은 채도령이 과거 "대한민국에서 돈 버는 건 신내림뿐"이라며 신내림을 '다단계 같은 비즈니스'로 여겼다고 폭로했다. 다른 무속인들 역시 경력 5년 차인 채도령이 10명이 넘는 제자를 둔 것을 비판하며, 신내림을 이용한 사업적 의도에 강한 의혹을 제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