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로의 품격이 다르다. 이종석이 선보이는 ‘서초동’ 안주형의 이성과 감성의 완급 조절이 시청자의 몰입을 최고조로 끌어올렸다.
지난 13일 방송된 tvN 토일드라마 ‘서초동’에서 이종석은 선택할 수 없는 직장 생활의 현실을 받아들이며 ‘참을 인’을 삼켜내는 고년 차 변호사인 직장인의 모습으로 시청자 공감과 몰입을 이끌었다. 이에 4회 시청률이 수도권 가구 평균 5.6%, 최고 6.8%, 전국 가구 평균 5.6%, 최고 6.3%(케이블, IPTV, 위성을 통합한 유료플랫폼 기준 / 닐슨코리아 제공)를 기록하며 자체 최고 시청률을 경신. 케이블 및 종편 채널에서 동시간대 1위를 차지하며 시청률 고공행진을 이어갔다.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은 얼굴에 냉소적인 말투로 감정을 철저히 배제한 듯 보이지만, 그 이면에 겹겹이 쌓인 복잡한 마음이 화면 너머까지 전해지며 감정이입을 불러온 것. 이종석은 ‘일은 그냥 일’일뿐이라며 사적인 감정을 개입시키지 않고 주어진 일을 받아들이며 냉정함을 유지하려는 주형의 고연차 프로페셔널리즘을 깊이 있는 내면 연기로 설득력 있게 풀어냈다.
분노가 치밀어 오르는 순간에도 극도로 절제된 방식으로 대응하는 주형의 정제된 감정의 파동은 이종석의 리얼한 호흡과 미세한 표정 변화로 생생하게 전해졌다. 자신이 수정의 전 연인임을 알고 의도적으로 사건을 맡긴 남편의 무례함에 주형은 한계점까지 누르고 누른 감정 끝에서 서서히 분노를 드러냈고, 선 넘는 상대에게 날카로운 말투로 경계를 분명히 하되, 끝까지 이성을 놓지 않는 냉철한 태도로 팽팽한 긴장감을 형성. 무심히 돈 봉투를 찢고 낮게 깔린 목소리로 반격하며 억눌렀던 열기를 차가운 분노로 터뜨린 이종석의 완급조절이 극에 현실적인 무게를 더했다.
이종석은 하기 싫어도 해야 하는 직장인의 현실과 냉정함을 유지하기 어려운 사적 감정 사이에서 갈등하는 주형의 내면을 밀도 있게 그려냈다. 피해보려 했지만 끝내 마주할 수밖에 없었던 전 연인의 가사 사건 앞에서 흔들리지 않으려는 의지와는 상관없이 순간순간 스며 나오는 감정의 균열을 찰나의 눈빛과 숨결로 표현. 이종석의 디테일한 완급조절이 주형의 모든 말과 행동을 숨죽여 바라보게 만들었다.
오랜 경험에서 비롯된 현실적인 체념과 눈앞에 놓인 상황을 받아들이고 묵묵히 감내하는 직장인 모먼트는 리얼한 공감을 유발. 모든 감정을 눌러 담은 절제된 연기로 정교하게 쌓아 올린 이종석의 열연이 주형이 품고 있는 감정의 결을 따라가게 만드는 몰입감을 자아내며 이종석이 안주형임에 안도감을 느끼게 함으로써 그의 드라마 속으로 시청자를 끌어들였다.

박지혜 기자 bjh@bn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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