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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수첩’ 고교학점제 존폐 갈림길

이진주 기자
2025-06-30 10:5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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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수첩’ (제공: MBC)

매 교시마다 교실을 옮겨가며 자신이 선택한 과목을 듣는 외국 고등학교의 모습, 2018년부터 시범 기간을 거쳐 2025년 3월, 고교학점제가 전면 도입되며 이제는 우리 고등학교의 흔한 풍경이 되었다. 교육과정 선진화를 위해 고교학점제가 도입된 지 4개월이 지난 지금, 그런데 학교 현장 곳곳에서는 혼선과 파행이 벌어지고 있으며, 고교학점제 전면 폐지를 주장하는 목소리도 거세게 나오고 있다. 무엇이 문제인 걸까?

▶ 학교를 떠나는 아이들

고교학점제의 도입 이후 고등학교의 자퇴생 수가 작년에 비해 급증했다는 제보가 쏟아졌다. 한 특성화고 자퇴생 수는 새 학기 시작 두 달 만에 25명으로, 작년 한 해 동안의 자퇴생 수인 15명의 두 배 가까이 되는 수치다. 강남의 한 사교육 관계자 역시 작년에 비해 자퇴 상담이 3배 정도 늘었으며 1학기가 끝나는 시점인 올해 7월에 자퇴생이 쏟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고교 정상화를 위한 과정에서 오히려 학생들이 줄줄이 학교를 떠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제도의 파행이 일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를 심층 취재했다.

▶ 등급이냐, 꿈이냐. 제도 간의 엇박자

고교학점제 구상 초기, 교육부는 “내신 상대평가에서 절대평가(성취평가제)로의 전면 전환”을 계획했으나,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돌연 대부분의 과목에서 절대평가와 함께 상대평가를 병기하기로 결정했다. 그 결과 고등학생들은 다른 학생들과의 경쟁을 염두에 두고 수업을 고르면서 진로에 맞는 수업 선택이라는 당초 취지는 사라지고 말았다. 한편 제작진은 서울 시내 고등학교 229개의 편제표를 분석하며 학습에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을 위해 준비한 과목인 기본영어, 기본수학 개설 현황을 살펴본 결과, 단 한 학교도 과목 개설을 하지 않는 것을 확인했다. 현직 교사들은 상대평가에서 1등급 학생들의 수를 늘리기 위해 하위권 학생들이 별도 수업을 못 듣게 만든 결과라고 비판했다. 정부는 왜 처음의 약속대로 절대평가를 도입하지 않은 것일까?

▶ 소외와 배제의 고교학점제

지속적인 교원 감축 정책으로 인해, 특히 지역 소규모 학교들은 다양한 과목 개설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일부 교사는 학생들의 과목 선택권 보장을 위해 여러 과목을 병행해 가르치는 실정. 이는 고스란히 교사들의 과중한 업무 부담으로 이어질 뿐 아니라 부실 수업으로 이어지기 쉽다. 외부 강사 초빙 제도도 비도심에선 그림의 떡이다. 장시간의 이동을 감수할 강사를 구하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여러 학교 학생들이 모여 듣는 공동 수업의 경우에도 비도심 학생들은 상대적으로 먼 인근 학교로 다니기 위해 열악한 교통 편에 몸을 실어야 한다. 한편 교육부는 온라인 수업 확대를 강조했으나 역시 지역간 교육 격차의 심화를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고교학점제는 우리 교육 환경에서 소외되고 배제되는 학생들이 처한 현실을 있는 그대로 드러낼 상징적 제도가 될지 모른다.

과연 고교학점제는 지속 가능한 제도인가? 폐지를 넘어 좋은 제도로 자리 잡기 위해 무엇이 필요할까? ‘PD수첩 - 미로 속의 고교학점제’는 7월 1일 밤 10시 20분에 방송된다.

이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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