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탄소년단(BTS) 슈가(본명 민윤기)가 소집해제 이틀 만에 전한 50억 원 기부 소식에 누리꾼들의 찬사가 쏟아지고 있다. 최근 방송가를 달구고 있는 연예인들의 ‘집자랑’ 논란과는 결이 다른 행보라는 점에서 더욱 주목받고 있다.
23일 세브란스병원에 따르면 슈가는 자폐스펙트럼장애 환자의 치료와 사회적 자립을 돕는 전문 치료기관인 ‘민윤기 치료센터’ 설립을 위해 50억 원을 기부했다. 방탄소년단 활동 중에도 꾸준히 정신건강 문제에 관심을 기울여온 그는 지난해 11월 세브란스병원 천근아 소아정신과 교수와의 만남을 계기로 이 프로젝트를 본격화했다.
슈가는 단순 기부에 그치지 않았다. 지난 3월부터 주말마다 자폐아동들을 직접 만나 음악 프로그램 ‘MIND’를 함께 개발했다. 아이들과 악기를 연주하며 감정 표현을 유도하고, 사회성 훈련을 도왔다. 그 진정성은 세브란스병원 관계자들뿐 아니라 현장을 지켜본 의료진들에게도 깊은 인상을 남겼다. 기부금 역시 세브란스와 연세의료원을 통틀어 아티스트가 전한 후원금 중 최대 규모다.
누리꾼들의 반응은 한마디로 ‘감동’이었다. “50억은 돈 있어도 아무나 못 하는 결정”, “다른 멤버들도 기부 클래스가 다르더니 슈가도 역시”, “연예인이 보여줘야 할 진짜 품격이 이런 것”이라는 댓글이 줄을 이었다. 팬덤은 물론 일반 대중들까지 마음을 연 이유다.
이 같은 호평은 최근 연예인들의 잇단 ‘집자랑’과 맞물리며 더욱 선명하게 대비된다. 배우 이정현은 20일 KBS2 ‘신상출시 편스토랑’을 통해 맞춤형 철판과 초대형 도마가 설치된 주방을 공개했지만, “도마값만 몇천만 원”, “요즘 같은 때 철판 자랑이 웬말이냐”는 싸늘한 반응만 받았다. 앞서 김종국, 박수홍, 정동원 등의 고가 아파트 공개 역시 마찬가지였다.
연예인들의 화려한 집 자랑과는 달리, 서민들의 주거 현실은 날로 팍팍해지고 있다. 청년층과 신혼부부들에게 ‘내 집 마련’은 이제 꿈처럼 여겨지며, 자영업 폐업률과 대출 연체율도 위험 수위에 다다랐다. 그만큼 지금은 모두에게 여유롭지 않은 시기다.
방송가에 번지는 ‘집 자랑’ 열풍이 위화감으로 번지고 있는 지금, 필요한 건 더 깊은 성찰이다. 누구보다 치열하게 일한 결과일지라도, 자신을 내세우기보다 대중의 마음에 먼저 닿으려는 태도야말로 진짜 스타의 조건 아닐까.
박지혜 기자 bjh@bn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