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또 연예인 집자랑이다. 이번엔 배우 이정현이 새 보금자리를 공개하며 수천만원을 들인 맞춤형 주방을 자랑했지만, 네티즌들의 반응은 싸늘하기만 하다. 경기 침체와 치솟는 집값에 시달리는 서민들에게 연예인들의 화려한 ‘집 자랑’은 더 이상 부러움의 대상이 아닌 박탈감의 원인이 되고 있다.
지난 20일 방송된 KBS2 ‘신상출시 편스토랑’에서 배우 이정현은 새로 이사한 집을 공개했다. 이정현은 널찍한 거실과 미끄럼틀이 있는 아이들 방에 이어 이 집의 하이라이트라며 주방을 소개했다.
더 큰 화제는 “30년 소원”이었다는 전문 요리용 철판이었다. 이정현은 “30년 전부터 철판을 갖고 싶었다. 공장에서 맞췄고 환풍기 4개를 설치했다. 부엌 설계를 다 다시 했다. 기본 설계부터 환풍기, 천장까지 다 뜯었다”며 상당한 공사비를 투입했음을 시사했다.
하지만 이정현의 집 공개에 대한 네티즌들의 반응은 차갑기만 했다.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에는 “또 집자랑이네”, “지겨워 죽겠다”는 반응이 쏟아졌다.
한 누리꾼은 “요즘 예능 다 이런 식이다. 연예인들 집자랑 명품자랑 그만해달라”고 토로했고, 또 다른 네티즌은 “이런 뉴스는 90%가 꿈도 못 꾸는 사람들한테 위화감만 줄 뿐”이라고 꼬집었다.
“연예인들 집 자랑하는 건 자유지만 요즘 같은 때 보기 좋지 않다”, “서민들은 전세금도 못 구하는데 철판 자랑이라니”라는 반응도 이어졌다.
최근 방송가에서는 연예인들의 ‘집 자랑’이 연일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가수 김종국은 SBS ‘런닝맨’에서 서울 강남구 논현동 아파트를 62억원에 전액 현금으로 매입한 사실을 재확인해 화제를 모았다. 극도의 절약으로 유명했던 그는 “봉투를 그렇게 모으더니 집을 샀다는 댓글을 봤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방송인 박수홍은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70억5000만원에 매입한 압구정동 아파트의 인테리어를 공개했다. 이탈리아 하이엔드 브랜드로 꾸민 주방을 자랑하며 “한식조리사 자격증이 있어서 넓은 주방을 꿈꿔왔는데 드디어 완성했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가수 정동원도 자신의 유튜브에서 2023년 20억원에 매입한 서울 합정동 아파트를 공개했다. 전체를 검정 벽지로 도배한 특이한 인테리어로 화제를 모으며 “어린 시절 내 집 마련이 꿈이었다”고 소회를 밝혔다.
연예인들의 화려한 집 자랑과 대조적으로 일반 서민들의 주거 현실은 점점 팍팍해지고 있다.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는 11억원을 넘어섰고, 수도권 전체로도 9억원을 상회한다. 청년층과 신혼부부들에게 ‘내 집 마련’은 요원한 꿈이 되었다.
연예인의 재산은 개인의 노력과 재능이 만들어낸 성과이지만, 동시에 대중의 관심과 사랑이 있었기에 가능한 결과물이기도 하다. 특히 모든 이가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지금 같은 시기에는, 타인을 향한 ‘공감’이라는 기본적인 감각이 그 어느 때보다 소중한 가치로 다가온다.
방송가의 ‘집 자랑’ 열풍이 단순한 부러움을 넘어 사회적 위화감으로 번지고 있는 지금, 연예인들과 방송 제작진 모두에게 더 깊은 성찰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박지혜 기자 bjh@bn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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