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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꼬무' 모세의 기적의 시작을 되짚다

장아름 기자
2025-06-20 11:3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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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꼬무’ 모세의 기적의 시작을 되짚다, 하지절단 사고 SBS

SBS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꼬꼬무) 180회가 19일 방송됐다. 이번 방송은 ‘시간과의 사투 - 운명을 건 6시간’이라는 주제로, 하나의 사회적 변화를 일으킨 실제 사건을 재조명했다. 이날 방송에는 댄서 모니카, 추신수 전 메이저리거의 아내 하원미, 배우 최영우가 이야기 친구로 참여해 깊은 공감을 전했다. 시청률 조사기관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이날 방송은 전국 시청률 3.3%, 수도권 시청률 3.4%를 기록했으며, 특히 2049 시청률 1.8%로 동시간대 전체 예능, 교양, 드라마 프로그램 가운데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하며 다시 한 번 목요일 밤의 강자임을 입증했다.

이날 방송의 중심에 놓인 사건은 2013년 겨울에 발생한 10중 연쇄 추돌 사고였다. 사고는 눈길 위 고속도로에서 일어났고, 여러 차량이 연달아 부딪히며 큰 혼란이 이어졌다. 그 와중에 한 여성은 도로 위에 멈춰 선 차량 안의 아이들을 구하기 위해 뛰어들었다. 그러나 그 순간, 뒤따르던 차량에 끼여 다리가 절단되는 큰 사고를 당했다. 문제는 이 사고 이후의 이송 과정이었다. 하지가 절단된 환자에게 주어진 시간, 곧 골든타임은 단 6시간. 그 시간 안에 절단 부위를 접합하는 수술이 이뤄져야만 다리를 살릴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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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꼬무’ 모세의 기적의 시작을 되짚다, 하지절단 사고 SBS

007작전 같은 이송, 그러나 현실은 냉정했다

사고 현장은 전라남도 영광, 그러나 접합 수술이 가능한 병원은 서울에 있었다. 생사를 가르는 6시간 안에 서울까지 도착해야 했기에 현장에서는 말 그대로 007작전이 펼쳐졌다. 헬기를 동원해 환자를 공중으로 이송하는 동시에, 서울의 병원과 긴급 구조대, 경찰 등이 동원됐다. 헬기는 서울 잠실에 착륙했고, 그다음 단계는 육상 이송이었다. 하지만 문제는 여기서부터 시작됐다. 환자를 병원까지 싣고 이동해야 할 구급차는 주말 오후 차량으로 가득 찬 서울의 도로 위, 특히 올림픽대로에 갇혀버렸다.

당시 강남소방서에서 구조대원으로 근무하던 배우 박기웅은 ‘심장이 뛴다’ 촬영 중 이 사건을 직접 목격했다. 그는 “처음에 하지 절단 환자가 온다는 말을 듣고 너무 당황해서 ‘어떡하지’ 싶었다”며 당시의 긴박했던 상황을 떠올렸다. 병원까지의 거리는 약 10km. 빠르게 움직이면 10분이면 갈 수 있는 거리였지만, 올림픽대로는 주말 교통 체증으로 전혀 움직이지 않았다. 박기웅은 “설마 이 정도로 안 비켜줄 줄은 몰랐다”며 “심지어 구급차 앞으로 끼어드는 차량까지 있었다”고 분노했다. 그는 “구급차에서 내려서 직접 비켜달라고 소리쳐야 하나 싶을 정도로 절박했다”며 “물속에서 달리기하는 느낌, 아무리 발버둥 쳐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그런 답답함이었다”고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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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꼬무’ 모세의 기적의 시작을 되짚다, 하지절단 사고 SBS

환자의 고통과 가족의 눈물

환자는 엄청난 통증을 견디며 구급차에 실려 있었다. 통증을 견디기 위해 입을 꽉 물었고, 그로 인해 앞니가 전부 부러질 정도였다고 한다. 이 이야기를 들은 모니카는 눈물을 참지 못하고 오열했다. 그녀는 “고통도 고통이지만, 사랑하는 사람에게 아무것도 해줄 수 없는 가족들의 마음이 더 아팠을 것 같다”고 말했다. 병원에 도착한 시간은 사고가 발생한 지 5시간 30분이 흐른 오후 6시 33분이었다. 골든타임이 끝나기 직전이었지만, 결국 접합 수술은 성공하지 못했고 환자는 다리를 잃게 됐다.

이 장면을 본 최영우는 “조금만 더 빨리 도착했다면 결과는 달라졌을 수도 있었는데…”라며 울컥한 감정을 드러냈다. 박기웅은 “이 사건을 겪으며 생명 이송의 현실을 뼈저리게 느꼈다”고 말했고, 방송에 함께 출연했던 리스너들 역시 모두 고개를 숙였다. 환자였던 종순 씨는 이후 수차례 수술을 반복했고, 결국 하지 절단이라는 현실을 받아들여야 했다. 하지만 그녀는 ‘심장이 뛴다’ 방송에 출연해 오히려 밝은 모습을 보이며 시청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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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세의 기적’ 캠페인, 그리고 변화의 시작

SBS는 방송을 통해 ‘모세의 기적’ 캠페인을 시작했다. 구급차 등 긴급차량이 도로를 빠르게 지나갈 수 있도록 운전자들이 자발적으로 길을 터주는 운동이었다. 이 캠페인은 전국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켰고, 이후 긴급차량이 등장하면 자연스럽게 도로가 갈라지는 장면들이 자주 목격되기 시작했다. 박기웅은 “시민들의 의식이 확실히 달라졌다는 걸 체감했다”며 “이런 변화가 계속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시간이 흐른 지금, 종순 씨는 사고 이전과 마찬가지로 유치원 원장으로 일하고 있다. 그녀는 “사고 이후로 많이 울었다. 나도 저런 상황이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마음이 컸다”며 “살아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하고, 앞으로는 더 밝게, 더 씩씩하게 살고 싶다”고 말했다. 하원미는 “한 사람 한 사람의 작은 실천이 모이면 결국 기적이 된다”고 감탄했고, 장도연, 장성규, 장현성은 “골든타임은 단 한 명의 노력이 아니라, 모두가 함께 만들어가는 ‘금빛 이어달리기’”라고 덧붙였다.

방송이 끝난 직후 각종 커뮤니티와 SNS에는 수많은 시청자들의 반응이 쏟아졌다. “오늘 ‘꼬꼬무’는 정말 가슴이 먹먹했다”, “이런 사건을 잊지 않고 다시 꺼내준 방송에 감사하다”, “심장이 뛴다에서 봤던 사고인데, 다시 보니 더 울컥했다”, “구급차 안 비켜주는 사람들 진짜 너무하다. 끼어들기까지 하는 건 인간으로서 이해할 수 없다”는 비판과 함께 “조금만 비켜줬으면 결과가 달라졌을 텐데 너무 안타깝다”, “그 고통을 참고 입을 깨물어 치아가 부러졌다는 이야기에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그분이 아이들을 구하려고 한 행동이 너무 멋있다”, “모세의 기적, 너무 당연한 일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공감의 글들이 이어졌다.

‘꼬꼬무’는 매주 목요일 밤 10시 20분, SBS를 통해 방송되며, 리스너와 이야기꾼이 함께하는 방식으로 일상의 공간에서 사람 냄새 나는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이번 회차는 단순한 교통사고가 얼마나 큰 사회적 의미로 확장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며 깊은 감동과 묵직한 울림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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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꼬꼬무)는 골든타임 내 수술이 필수였던 하지 절단 환자의 응급 이송을 막아선 차량들로 인해 안타깝게도 다리를 잃게 된 실제 사건을 다뤘다. 당시 긴급 이송 과정에서 고속도로의 극심한 정체와 일부 운전자들의 양보 없는 행동은 생사의 갈림길에 선 환자의 시간을 빼앗았고, 결국 환자는 수술이 늦어지며 감염과 재수술 끝에 다리를 절단해야 했다. 이 사건은 이후 ‘모세의 기적 캠페인’을 촉발시키며 시민들의 인식 개선에 큰 영향을 끼쳤으며, 방송은 이 비극 속에서도 꿋꿋이 살아가고 있는 환자의 현재 모습까지 조명하며 큰 울림을 전했다. 2049 시청률 1위를 기록한 이날 방송은 시청자들에게 ‘양보와 피양’이라는 주제의 무게를 다시금 각인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