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냥 화려하지 않고 허황되지 않아 좋다. 보통의 이야기지만 채색된 그림으로 보니 더 희망적이다. 살아있는 작화에 쏟아지는 OST까지 필요한 감성만 담은 웰메이드 애니메이션 ‘이 별에 필요한’이다.
‘이 별에 필요한’은 2050년 서울, 화성 탐사를 꿈꾸는 우주인 ‘난영’과 뮤지션의 꿈을 접어둔 ‘제이’가 만나 꿈과 사랑을 향해 나아가는 로맨스로, 무려 2억 2,500만 km의 물리적인 거리를 뛰어넘는 사랑의 힘을 역설한다.
지난 27일 오후 서울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 ‘이 별에 필요한’ 언론시사회 및 간담회가 진행됐다. 현장에는 한지원 감독을 비롯해 배우 김태리, 홍경이 참석했다.

영제는 ‘Lost in Starlight’. 한지원 감독은 “지구와 화성처럼 멀리 떨어지게 되는 연인의 이야기를 그린다. 하지만 둘의 헤어짐만이 아니라 개인의 내면에 있는 상처와도 이별하는 중의적인 의미”라고 소개했다.
한 감독은 캐스팅과 관련해 “표현하고 싶은 난영과 제이의 성격들이 있었다. 두 배우들의 목소리뿐 아니라 가지고 있는 에너지가 캐릭터와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태리 님의 통통 튀면서 강인한 성향과 밝지만 그림자를 지닌 홍경 님을 통해 자연스럽게 녹여보고 싶었다”고 이유를 밝혔다.
판소리에 이어 더빙까지 넘나든 김태리는 “제의가 들어왔을 때 꿈만 같았다. 하지만 걱정이 앞섰다. ‘미스터 션샤인’ 때부터 목소리에 대한 콤플렉스가 많았다. 배우로서 작품을 임할 때 전작이 생각나지 않았으면 좋겠는 바람이 있어서 난영이의 모먼트마다 퍼센티지를 생각하며 목소리를 잡아갔다”고 이야기했다.

홍경 역시 캐릭터 구축 과정부터 실사 촬영, OST 작사 및 녹음 참여 등 디테일을 더했다. 그는 “목소리로만 연기를 해야 해서 고충이 있었다. 그럼에도 우리만이 할 수 있는 표현을 잘 담아보려 노력했다. (실사 촬영은) 자유로움을 느낀 작업이었는데 다양하게 표현하기 위해 누나와 자유롭게 뛰어논 것 같다”고 말했다.
또 ‘악귀’ 이후 김태리와 재회한 소감에 대해서는 “그때나 지금이나 좋은 배움이 있었다. 단순히 연기만 하는 게 아니라 작품 깊이 에너지를 도모하게끔 해줘서 잘 따라가려 했다”면서 “부스 안에서는 누나를 의지할 수밖에 없었다. 내 목소리를 듣고 힘들 때가 있는데 그럴 때면 서로 길잡이가 되어줬다”고 언급했다.
이에 김태리는 “경이랑 연극 무대하듯 작업했다. 실제로 하면 이보다는 덜 부끄러웠을 것 같다. 부스에서 숨결 하나하나 풍성하게 들리다 보니 굉장히 부끄러웠다”고 거들었다.
그런가 하면, 노들섬, 잠수교, 을지로 등 친숙하지만 세련된 서울 곳곳이 눈요기를 더한다. 한 감독은 “나 역시 동년배들과 유사한 취향을 갖고 있고 평상시 입고, 가는 장소들을 담으려 했다. 매일 보는 풍경들을 미술적으로 반영했다”고 하자, 홍경은 “서울의 미래 모습들이 나를 압도시켰던 기억이 난다”고 말을 이었다.

이어 두 사람을 잇는 매개, 턴테이블에 대해서는 “난영의 엄마 유품으로 중요한 소재다. 아날로그한 취미가 있는 엄마가 아빠와 무전으로 교신을 하는 설정이 있다”면서 “음악은 만질 수 없는데 LP는 음악이 물체가 된 것 같고, 돌아가는 모습도 우주나 은하 같다. 재생되고 순환되는 정서가 마음에 들었다”고 설명했다.
주인공 둘의 듀엣곡부터 존박, 김다니엘, CIFIKA 등이 참여한 OST도 관전 포인트. 한 감독은 “음악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미래의 음악은 어떤 재질이어야 할지에 대한 고민이 있었고, 20년 주기의 트렌드를 상상하며 음악감독님과 조금 더 미래적인 터치와 감성을 더해 만들어가려 했다. 두 분의 목소리가 좋아서 음악으로 만났을 때 그림과 잘 어울려서 행복한 경험이었다”고 전했다.
끝으로 김태리는 “난영과 제이의 데이트들이 몽타주처럼 지나가는 장면”을, 홍경은 “제이와 난영이 홀로그램을 넘어 처음 마주치는 장면. 모든 게 시작되는 운명적인 만남”을 최애 장면으로 꼽았다.
한편 넷플릭스 첫 한국 애니메이션 영화 ‘이 별에 필요한’은 오는 30일 공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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