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재 기자] “저 같은 캐릭터가 없을 걸요”
시대 간의 애절한 사랑을 그려낸 영화 ‘동감’, 순수의 세계에서 가슴앓이 하는 남자의 사랑을 표현한 ‘화성으로 간 사나이’, 더불어 ‘바보’ ‘그 남자의 책 198쪽’까지. 그간 김정권 감독은 다양한 색의 멜로 영화를 연출해왔다. 이 가운데 배우 김정화는 이른바 ‘멜로 전문가’ 김정권 감독이 아직 신인에 불과한 자신에게 감사를 전했다고 말을 꺼냈다.
더불어 김정권 감독은 작은 역할에도 최선을 다하는 부분이 가슴에 진심으로 와 닿았다며 김정화에게 단어 ‘진심’을 사용했다고. 김정화는 피트니스 선수다. 세계 대회에서 5위를 차지하기도 했고, 국내에서는 최초로 다수 부문의 입상을 기록하기도. 그런 그가 지난해 뮤지컬 ‘로맨틱 머슬’을 통해 무대에 오르더니 이번에는 김정권 감독의 영화 ‘사랑하고 있습니까?’로 배우 행보에 시동을 걸었다. 대가에게 인정받은 김정화를 bnt뉴스가 만났다.
김정화는 ‘사랑하고 있습니까?’에 대해 “로맨스 멜로”라며 장르를 소개한 뒤, “현재 영화계에 잔인한 묘사나 정치 이야기가 대부분이다. 감독님께서 멜로를 하신다고 하셔서 참여하게 됐다”라고 출연 동기를 밝혔다. “작은 역할이에요. 영화에서 제가 맡은 역할은 제 역할에 첫눈에 반한 가수 알렉스 씨의 역할과 막 실랑이를 벌여요. 싫다고 뿌리치죠. 그 신만 등장해요. 배역이 그렇게 크진 않지만, 이번에 처음으로 영화 촬영을 했어요.”
김정화의 출연은 베테랑 감독 김정권 감독이 밤잠을 설치게 만들었단다. 김정화의 사투리가 문제였다고. “사실 원래 촬영 배경은 창원이었어요. 감독님께서 사투리 막 써도 된다고 말씀하셨죠. 그런데 갑자기 촬영지가 바뀐 거예요. 촬영 전날 감독님께서 잠을 한숨도 못 주무셨대요. 왜냐하면 제가 표준어가 안 되는 걸 알고 계셨거든요.” 하지만 김정화는 우려를 불식시키는 통쾌한 반전의 한 방을 현장에서 날렸다. “감독님께서 특훈 받고 왔냐고 여쭈시더라고요. NG 한 번 없이 한 번에 오케이 사인 받았죠.”
김정화가 김정권 감독으로부터 신임을 얻을 수 있는 배경은 그의 연기 선생님인 배우 홍기준이었다. 그는 영화 ‘범죄도시’에서 마석도(마동석)의 오른팔로 활동하는 박병식 형사로 출연해 현재 대중의 주목을 한 몸에 받고 있다. “현장에서의 예의, 상대 배우와의 호흡, 카메라 앵글, 연출의 동선 등 연기뿐만 아니라 현장에서 현재 필요하고 알아야 하는 걸 많이 가르쳐주셨어요. 이번에 ‘사랑하고 있습니까?’도 기준 오빠가 오전 두세 시까지 같이 호흡 맞춰주고 계속 연습해주셨고요. 저한테는 정말 감사한 분이죠.”
“사실 연기는 할 생각이 없었어요. 우연한 기회에 뮤지컬에 캐스팅됐고, 연기는 뮤지컬을 하면서 무조건 해내야 되는 부분이었죠. 잘하든 못하든 해내야 하는 부분. 윤채미 역할이 작은 역할은 아니었어요. 거의 주조연이거든요. 망신을 안 당하려면 내가 잘해내야 된다는 생각밖에 없었어요.” 이후 김진만 연출가가 칭찬을 전할 정도로 연기 신인 김정화는 성공적 무대 데뷔를 치러냈고, 그는 뮤지컬을 통해 연기의 매력을 느끼게 됐다고 술회했다.
이 가운데 대중이 김정화를 인식하는 특징은 피트니스 선수다. 또한, 김정화는 ‘로맨틱 머슬’에서 피트니스 트레이너 윤채미를 공연했다. 피트니스 스타로서 김정화를 인지하는 것. 이런 요소가 배우 김정화가 인정받는 데 방해될 수도 있다는 우려는 없을까.
김정화는 “그 걱정도 조금 했다”라며, “피트니스 선수이자 모델로서 거의 7년을 활동했다. 때문에 영화 출연 제의가 와도 모두 노출 신이 있었다. 앞으로 쭉 비슷한 역할만 제안 받을 것 같아서 정중히 못한다고 말씀드렸다”라고 했다. “‘사랑하고 있습니까?’에서는 피트니스 선수 색깔이 전혀 안 들어간 역을 연기해요. 그래서 더 고마웠고, 반가웠어요.”
다재다능(多才多能)은 김정화를 위한 단어가 아닌가 싶다. 먼저 그는 서라벌대학 음악과에서 비올라를 전공했다. 댄스 강사로도 활동했다. 다음은 피트니스 선수다. 또한, 여성 피트니스 그룹 베베헬의 멤버이기도 했다. 자선 격투 대회 ‘엔젤스파이팅’에 선수로 참가해 케이지에도 두 번 올랐다. 마지막으로 여성 연예인 야구단 ‘고고스 프레밀리’ 에이스로서 현재 ‘평창 동계올림픽’ 홍보도 힘쓰고 있다. 여기에 배우로서의 입지까지.
고작 하루 팔 분지일을 잠에 투자하는 김정화는 일을 최우선으로 삼는 커리어 우먼처럼 보인다. 그러나 그는 bnt화보와의 인터뷰에서 가장 큰 목표가 결혼이라고 언급했던 바 있는 ‘사랑꾼’이기도 하다. 결혼 이후에는 현재 하고 있는 모든 것을 놓겠다고 각오를 다지기도. 영화에서도 현실에서도 경력이 뚜렷한 이는 일과 사랑의 양립에 갈등을 보이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렇기에 김정화의 확고한 결정은 새로움 이상으로 다가온다.
“사랑이 제일 어려운 거 같아요. 왜냐하면 일이나 운동은 내가 잘하면 되고, 시간을 투자하면 돼요. 그런데 진심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잖아요. 어떤 것도 다 돈으로 살 수 있다면, 사람 마음은 돈으로 살 수 없는 유일한 것이니까요. 그리고 저를 정말 사랑해주고 아껴주는 남자라면 결혼 이후에도 제가 일하도록 놔줄 거 같아요. 대신 아이가 태어났을 때는 육아에만 전념하겠죠.” 잠시 인간 김정화를 만나는 순간이었다.
그가 생각하는 이상향은 누구일까. 궁금해 롤 모델을 물었다. 이에 김정화는 “한 번도 생각은 안 해봤다”라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요즘 배우들은 키 크고, 날씬하고, 정말 예뻐요. 인형처럼 생긴 사람들이 많죠. 제가 봐도 참 많아요. 그런데 사실 캐릭터 싸움이라고 생각해요. 때문에 저는 제 캐릭터를 밀고 나갈 생각이고요. 저 같은 캐릭터가 없을 걸요?”
앞서 김정화는 지인 모두가 자신에게 하는 말이 “넌 정말 한결같다. 사람이 안 변한다”였다며, 그 부분을 좋게 받아들인다고 했다. 앞으로도 한결같고 변함없는 사람으로 남길 희망한 것. 여기 초지일관의 자세를 인정받은 이가 이제는 연기를 시작하려고 한다. 역할이 크든 작든 연기를 할 수 있는 것 자체에 의미를 두고, 더불어 누구도 따라할 수 없는 뚜렷한 캐릭터를 자신하는 그는 일곱을 가진 이다. 지금껏 그 다채로움은 주위로 발산됐지만, 이제 일곱은 배우란 하나로 엮였다. 다채로운 하나 김정화가 온다.
(사진출처: bnt뉴스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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