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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각기동대’, 유니크한 오리지널 배우 스칼렛 요한슨 (종합)

2017-03-17 18:5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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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재 기자 / 사진 조희선 기자] 스칼렛 요한슨이 메이저로 돌아왔다.

영화 ‘공각기동대: 고스트 인 더 쉘(감독 루퍼트 샌더스/이하 공각기동대)’의 기자간담회가 3월17일 오후 서울시 강남구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에서 개최됐다. 이날 현장에는 루퍼트 샌더스 감독, 스칼렛 요한슨, 줄리엣 비노쉬, 필로우 애스백이 참석했다.

‘공각기동대’는 범죄 테러 조직에 맞서는 특수부대 요원들의 이야기를 담은 SF 블록버스터로, 지난 1995년 개봉 이후 약 20년간 다양한 미디어 믹스를 거듭했던 명작 애니메이션의 실사화로 화제를 모으는 작품이다.

스칼렛 요한슨이 기억과 과거를 잃고 특수부대 리더가 된 메이저 역을, 줄리엣 비노쉬가 메이저의 비밀을 감추고 있는 닥터 오우레 역을, 필로우 애스백이 섹션9의 팀원이자 메이저의 조력자 바토 역을 맡았다. 이 밖에 마이클 피트가 전신 의체의 미스터리한 인물 쿠제를, 기타노 다케시가 다이스케 아라마키를, 친 한이 토구사를 연기하며 극에 힘을 보탰다.

루퍼트 샌더스 감독은 “한국도 원작 애니메이션에 관심이 많다고 알고 있다. 저 또한 애니메이션의 광팬이다”며, “지난 3년간 원작의 모든 것을 최대한 영화 쪽으로 옮기기 위해 노력했다. 그 열정을 기대해주셨으면 좋겠다”고 성원을 당부했다.

더불어 그는 “영화 ‘공각기동대’는 아주 유니크한 오리지널 작품이다. 배경이 되는 세계는 우리가 경험해 본 적 없는 새로운 곳이며, 정말 멋진 퍼포먼스들이 들어가 있다. 이번 작품을 통해 과거에는 볼 수 없던 정말 특별한 것들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인생의 큰 부분을 할애하여 투자했다. 그 애정과 창의력이 여러분에게 전달되기를 바란다”고 열정을 뽐냈다.

기자간담회 주인공은 단연 스칼렛 요한슨이었다. 영화 ‘사랑도 통역이 되나요?’를 통해 평단의 주목을 받았던 그는 우디 앨런 감독의 영화들을 통해 이목을 사로잡았고, ’어벤져스’ 시리즈와 ’루시’에서는 걸크러시를 뽐내며 현재는 할리우드 독보적 여배우로 성장했다. ’공각기동대’는 ‘스칼렛 요한슨=액션’ 공식을 상기시키는 그의 정유년 첫 액션 영화다.

더불어 이번 행사는 스칼렛 요한슨의 첫 방한(訪韓)으로 큰 관심을 모으는 자리였다. 영화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과 ’루시’의 개봉에도 불구, 그의 임신을 이유로 한국 방문이 두 차례나 무산됐던 아쉬움 때문. 어쩌면 이번 간담회는 국내 팬들의 혹은 스칼렛 요한슨의 삼고초려 끝에 성사된 기적으로, 취재진의 눈과 귀는 오롯이 그를 향했다.

이날 스칼렛 요한슨은 “와우”라는 탄호성을 지르며, “이렇게 와주셔서 감사드린다. 처음으로 한국을 방문했다. 늘 오고 싶었다. 그래서 정말 기쁘고, 기대가 많다. 더불어 작품을 만드는 데 있어서 지금까지의 훌륭한 여정을 최종적으로 여러분에게 보여드릴 수 있어서 기쁘다. 저희들만큼이나 ‘공각기동대’에 많은 관심 가져주셨으면 좋겠다”고 첫 인사를 건넸다.

#눈빛이 강렬한 배우...당신의 이름은 스칼렛 요한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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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칼렛 요한슨은 눈빛이 강렬한 배우다. 앞서 언급했던 그녀의 출세작들이나 ‘내니 다이어리’ ‘우리는 동물원을 샀다’ 등 평범한 드라마들에서의 그는 여타 배우와 다를 것 없는 편안함을 연기했지만, ‘흑과부’라는 인상적인 별명의 블랙 위도우를 ‘어벤져스’ 시리즈에서 공연할 때의 스칼렛 요한슨은 기존과 다른 인물 색(色)과 눈빛으로 악인을 징벌했다.

‘루시’도 마찬가지였다. 악당의 간계 속에 초월적 인류로 거듭난 루시를 연기했던 스칼렛 요한슨은 인간이 가지고 있는 뇌의 한계가 개방된다는 소재도 물론 흥미로웠지만, 그만의 눈빛으로 관객들을 매료시켰다. 뇌가 열릴수록 마치 감정이 거세되는 듯한 루시의 눈빛은 최민식이 연기했던 미스터 장의 복수에 찬 눈빛과 대비되며 관객을 몰입시켰다.

스칼렛 요한슨은 눈빛에 관해 “답을 어떻게 드려야 할지 모르겠다”며, “기타노 다케시와의 촬영에서 느꼈는데, 눈빛은 가장 강력한 도구다. 흔히 눈빛은 영혼에 대한 창문이라고 이야기하는데, 더불어 눈빛은 누군가와 커넥션을 이루는 영혼 대 영혼의 도구다. 그래서 커뮤니케이션의 상당 부분은 눈빛이라고 생각한다”고 입을 열었다.

이어 그는 “특별히 의식적으로 눈빛 연기를 하진 않는다. 다만 내면의 깊은 곳에서 일어나는 것이 있다면 그게 눈빛으로도 전달될 수 있다”고 덧붙여 관객을 매료시켰던 눈빛이 자연스러움의 발로인 것을 알렸다.

#기억을 잃은 인물을 연기한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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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칼렛 요한슨이 연기했던 메이저는 기억과 과거를 잃고 특수부대 리더가 된 인물이다. 주목할 점은 기억과 과거를 상실했다는 부분으로, 지금까지 많은 영화들 속 주인공들이 자신이 걸어왔던 세월을 반추하며 자아를 반성하고 돌이켜보는 데 집중했다면 메이저는 말 그대로 기억이 백지 상태가 됐기에 이전과 다른 새로운 고민을 기대케 한다.

이와 관련 메이저 역할의 매력은 무엇인지 질문이 건네졌고, 스칼렛 요한슨은 “캐릭터의 매력이 즉각적으로 보이진 않았다. 메이저의 전체적인 경험과 실제적인 것을 파악하기가 쉽지 않았다”고 운을 뗐다.

이어 그는 “메이저는 작품 속에서 고스트 내지 영혼으로 불려지는데, ‘지금 나의 모습’ ‘과거의 나의 정체성’ ‘내가 알고 있는 정체성’ 등이 나중에 전체적인 그림을 만들어 냈을 때가 되서야 캐릭터 표현의 확고한 의지를 갖게 되었다”고 밝혔다.

덧붙여 그는 “루퍼트 샌더스 감독이 이번 영화와 관련해서 오랫동안 준비했다. 이에 그와 함께 훌륭한 여정을 걷게 된 것에 대해서 기쁨이 컸다. 루퍼트가 없었다면 이 추상화 같은 작업의 실현은 불가능했을 것이다”고 감독에게 감사를 전했다.

#‘블랙 위도우’ 아닌 ‘메이저’ 스칼렛 요한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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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칼렛 요한슨의 액션에는 언제나 감정이 넘쳐났다. 물론 ‘루시’에서는 마약으로 뇌가 개방된 루시를 연기하며 기계보다 더 기계 같은 눈빛과 어투로 미스터 장을 벌했지만, 그의 액션 대표작 ‘어벤져스’ 시리즈에서는 사연 많은 블랙 위도우를 공연하며 관객에게 유연한 액션과 감정을 남겼던 바가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공개됐던 ‘공각기동대’ 영상 속 메이저의 액션은 전과 달리 딱딱하고, 무자비하고, 감정이 느껴지지 않는다. 마치 로봇처럼 말이다.

이에 스칼렛 요한슨은 “우선 싸우는 방식이 다르다”며, “메이저의 싸우는 방식은 블랙 위도우와 다르다. 블랙 위도우는 과거에 발레리나였고, 체조 선수처럼 움직이는 게 가능했다. 상대적으로 작기 때문에 몸에 체구를 이용해서 싸우는 경향이 강했다. 그리고 방어적으로 싸우는 편이었다”고 말을 시작했다.

더불어 그는 “반면 메이저는 공격적, 전술적으로 싸우는 경향이 강하다. 그렇기 때문에 준비하는데 있어서 과거보다 더 전술적인 훈련을 받았다. LA나 뉴욕 경찰과 함께 하며 자연스럽게 무기를 다룰 수 있는 방법을 연구했고, 싸우는 전투 장면을 효율적으로 하기 위해 많은 것들을 배웠다”고 언급했다.

또 그는 “메이저의 움직임을 보면 초월적인 움직임뿐 아니라 기계의 모습이 보인다. 벽을 타고 움직인다거나, 높은 곳에서 낙하한다거나, 발차기를 날린다거나 할 때 강한 힘이 나간다. 메탈이기 때문이다. 일반적인 사람이 움직이거나 액션을 하는 것보다 훨씬 더 효과가 크게 나타난다. 그래서 더 많은 훈련을 해야 했다”고 인간과 기계가 섞인 메이저를 위한 노력을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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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스칼렛 요한슨은 맺음말을 위한 마이크를 들고 자부심이란 단어를 취재진에게 꺼냈다. 출연했던 영화의 안녕을 위한 흔하디흔한 인사치레일 수도 있지만, 한결 같은 그의 미소에서는 어떤 거짓도 보이지 않았다. 동시에 사랑하는 일을 자신이 만족하는 결과물로 도출해내는 스칼렛 요한슨은 참으로 행복한 일을 업으로 삼고 있다는 부러움마저 샘솟았다.

“이 영화에 대해서 큰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 힘든 부분도 많았지만, 특별한 애정이 가는 작품이었다. 루퍼트 샌더스 감독을 비롯한 훌륭한 사람들이 모두 훌륭한 작업들을 해냈다. 이런 결과물을 여러분에게 보여줄 수 있어서 기쁘게 생각한다.”

루퍼트 샌더스 감독은 ‘공각기동대’를 “아주 유니크한 오리지널 작품”이라고 표현했다. 영화 속 메이저를 낯설어하며 원작의 쿠사나기 모토코를 기억하는 애니메이션의 팬들을 의식하는 뼈 있는 한마디였으리라. 동시에 기자는 감독의 발언에서 영화 ‘공각기동대’의 독창성과 배우 스칼렛 요한슨의 가치를 연관시키고 싶어졌다.

왜냐하면 스칼렛 요한슨은 현재 할리우드에서 가장 핫한 여배우이자 ‘액션’ 배우이기 때문이다. 멜로와 드라마로 시작됐던 그의 연기가 액션으로 완성되는 최근의 역설은 어쩌면 지금의 관객들만 스크린에서 항유할 수 있는 즐거움이다. 그렇기에 ‘공각기동대’로 액션의 맥을 이어나가는 그의 노력이 반갑고, 감독의 자랑이 이해되는 기자간담회 현장이었다.

한편 영화 ‘공각기동대: 고스트 인 더 쉘’은 3월29일 개봉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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