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nt뉴스 김희경 기자]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토요일, 쌍문동 아이들이 다시 한 자리에 모여 마지막 추억을 가졌다. ‘응답하라 1988’의 공식적인 마지막 행사였지만, 마지막이기에 팬들과 배우 모두 미련 없이 행복한 미소를 머금으며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3월5일 서울 경희대학교 평화의 전당에서는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88’(극본 이우정, 연출 신원호, 이하 ‘응팔’) 콘서트가 개최됐다. 이날 자리에는 배우 고경표, 류혜영, 이동휘, 류준열, 혜리, 가수 변진섭, 노을, 박보람, 와블 등이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이어 최성원은 ‘응팔’ 배우들을 한 사람씩 소개하기 시작했다. 호명된 순서대로 등장한 배우들은 김정환, 성덕선, 성보라, 성선우, 류동룡을 연기하며 입었던 옷과 흡사한 의상으로 팬들에게 더욱 환호성을 받았다. 좌석을 가득 채운 관객을 바라보는 배우들은 감격한 표정을 지었다.
서로의 안부를 물은 배우들은 바로 자신들이 직접 뽑은 명장면에 대해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졌다. 먼저 최성원은 성보라(류혜영)가 공부를 위해 고시원으로 떠나기 전 아버지 성동일에게 약과 돈을 건네받은 장면을 명장면으로 뽑았다. 그는 “두 분의 연기력이 정말 최고였다. 특히 성동일이 혼자 집으로 걸어가는 장면은 우리 아버지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감탄했다.
이어 류혜영은 극중 외국산 담배를 피우는 학생들을 호되게 꾸짖으며 “국산품을 애용하자” “등록금 동결” “구국의 불꽃으로”를 외치는 보라의 장면을 뽑았고, 즉석에서 대사와 액션을 함께 재현하며 큰 웃음을 자아냈다. 이를 본 배우들은 “전보다 더 우렁차졌다”며 너스레를 떨기도.
또 혜리는 성덕선(혜리)이 언니 보라와 함께 생일파티를 하는 점에 울분을 터트리는 장면을 명장면으로 꼽았다. 최성원은 “사실 대본을 받고 3시간 정도 걸릴거라고 생각했는데 한 번에 끝났다. 정말 잘 울었고 대사 전달도 확실했다. 신원호 감독님이 ‘잘 했다’라는 말을 잘 안 하시는 분인데 혜리에겐 그렇게 말했다”며 당시의 상황을 언급했다. 혜리는 “저도 이런 감정신은 처음이라 힘들었다. 특히 모션이나 제스처가 없어서 돌아버리는 줄 알았다”며 “당시 준열 오빠에게 전화를 걸어 많이 조언을 받았다. 그때부터 제 연기 선생님이 됐다”며 류준열에 대해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이어 고경표는 성덕선과 성선우(고경표)가 이별 뒤 카페에서 재회하는 장면이었다. 이때 관중들은 “선우야, 미친 소리 같겠지만 사랑해”라고 말하는 보라의 대사에 뜨거운 반응을 보이며 ‘선보라’ 커플의 케미를 흡족하게 바라봤다. 고경표는 “실제 절친과 연인 연기를 하는 것에 단점은 없었다. 오히려 서로 많이 챙기고, 그 날의 컨디션을 배려하기 때문에 소통하기도 편하다”라며 혜영과 다정한 모습을 유지했다.
마지막으로 이동휘가 뽑은 명장면은 사랑에 대해 혼란스러워하는 덕선에게 진중한 조언을 하는 류동룡(이동휘)이었다. 그는 “사랑에 대해 아는 척을 한다는 것이 부끄럽긴 하지만, 사랑이라는 것은 나를 사랑하는 것보다 남을 더 배려하고 남의 감정을 존중하고 열심히 서로의 감정을 쌓아가는 것이라 생각한다. 남을 더 생각한다면 즐거운 사랑을 하게 되지 않을까 싶다”며 멋쩍은 표정을 지었다.
이어진 VCR에서는 ‘응팔콘’에 참석하지 못한 김성균, 이세영, 김선영, 류재명, 안재홍, 최무성, 박보검의 모습이 등장했다. 그들은 각각 콘서트에 참석하지 못한 것을 아쉬워하며 팬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했다.
특히 쌍문동 아이들 중 유일하게 참석하지 못한 박보검은 택이의 시점으로 그들에게 영상 메시지를 남겼다. 그는 “덕선아, 늦게 들어가게 되면 연락해라. 정환이는 감기가 빨리 낫길 바라고 비타민 잘 챙겨먹어라. 그리고 선우는 내가 없을 때마다 생각해주고 걱정하는 모습에 감동받았다. 정말 고맙고 사랑한다. 보라 누나는 언제나 승리하시길 바란다. 엄마가 선우랑 같이 저녁먹지 말고 일찍 집에 들어오라고 하셨다. 계란프라이에 냉면 했다고 한다. 동룡이는 기원 식구들과 갈비탕 먹으러 갈 테니 서비스 많이 해줘라. 마지막으로 노을이는 노래를 정말 잘 하니까 잘 될거다. 언제나 응원할 테니 노래 많이 불러달라”며 최택으로서 해줄 수 있는 마지막 이야기를 전해 뭉클한 감정을 전했다.
잠시 배우들이 들어가고 난 뒤에는 드라마의 분위기를 더욱 감성적으로 이끌어낸 가수들의 무대가 이어졌다. 와블은 ‘매일 그대와’ ‘보랏빛 향기’를, 박보람은 ‘혜화동’ ‘너의 의미’를 열창했다. 특히 박보람은 “진주 양이 ‘혜화동’을 너무 예쁘게 불러줘서 고맙다”며 객석에 앉아있는 김설에게 반갑게 손을 흔들며 감사의 표시를 전했다.
노을은 ‘소녀’ ‘세월이 가면’ ‘함께’ ‘아파트’ ‘황홀한 고백’을 부르며 장내의 분위기를 더욱 고조시켰다. 그중 최성원과 ‘함께’를 부른 노을은 “노을과 노을이 만났다”며 센스 있는 입담을 펼쳤고, “저희 그룹 이름이 노을인 만큼 드라마를 보면서 노을에게 많이 집중했다”고 말해 훈훈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응팔’ 배우들은 서로가 기억하는 명대사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그중 가슴 아픈 첫사랑으로 주목받았던 류준열의 순서에는 관객에 있는 팬들이 너나할 것 없이 서로가 기억하는 명대사를 외치기도. 류준열은 “물론 ‘일찍 다녀’나 ‘하지마 소개팅’도 좋았다. 하지만 가장 달콤했던 대사는 역시 ‘내 신경은 온통 너였어’라는 말인 것 같다”며 혜리를 지그시 바라봤다. 이에 혜리는 민망한 듯 손가락을 접어 장내를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배우들은 팬들의 요청을 최대한 이뤄주기 위해 노력했다. 먼저 이동휘와 혜리는 극중 찰떡 호흡을 선보였던 ‘아이스크림 사랑’을 서툴지만 열심히 열창했다. 고경표, 류준열, 이동휘가 췄던 소방차 댄스는 뜨거운 앙코르 요청이 있었으나 채 준비되지 않은 노래로 결국 실패하고 말았다.
‘응팔’은 단순히 높은 시청률을 넘어 하나의 신드롬적인 작품으로 자리잡게 됐다. 그리고 그 작품에 출연한 배우들에게도 ‘응팔’은 오랫동안 남다른 의미로 기억될 터. 먼저 이동휘는 “개인적으로 저는 해가 바뀌면 타로카드를 보는 게 습관이다. 그때 받은 카드가 ‘응답’이었는데, 이후 드라마에 캐스팅돼 너무 신기했다. 정말 제게 응답이라는 의미가 되는 작품이 아닐까 싶다. 과분하고 귀중한 사랑을 받아 이 사랑을 토대로 더 좋은 모습으로 연기하는 배우가 되겠다”고 말했다.
또 고경표는 “한 마디로 정리가 되지 않는 드라마다. 이 촬영을 하면서 정말 많은 걸 배우게 됐다. 선우에게 많은 걸 배우기도 했고, 혜영과 함께 촬영한 것도 너무 기뻤다. 물론 다른 배우들에게도 감사드린다. 제게 너무나 갚진 추억이었고 잊히지 않는 좋은 추억이 될 거다. 응답해주셔서 감사드린다”며 연신 감사의 뜻을 전했다.
이어 혜영은 “제게 ‘응팔’은 돌아갈 수 없는 평행우주 속의 시간이다. 나의 분신 성보라가 살고 있는 곳”이라며 간단하지만 묵직한 말로 주목받았다.

혜리는 “사람들에게 에너지를 주고 가슴에 남는 사람이 되는 것이 꿈이었는데 ‘응팔’을 통해 여러분을 만나고 보니 꿈에 한 발짝 가까이 가게 된 것 같다. 오랜 시간이 지나더라도 제 마음 속, 그리고 여러분들의 마음 속에 이 작품이 오랫동안 기억에 남고 감동을 주는 작품이 되길 바란다”며 미소지었다.
류준열은 “이 작품 자체가 제게 굉장히 큰 사랑이다. 여러분을 만나 큰 사랑을 받을 수 있었고, 더 건강해지고 건강한 사람이 되고 있다는 걸 느끼게 됐다. 드라마의 인기가 많았던 이유 또한 여러분들이 모두 건강한 사람들이고, 앞으로 건강한 세상을 만들고 모두가 아름다워지길 꿈꾸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이 사랑을 모두 돌려드릴 수 있도록 열심히 노력하겠다”며 고개 숙여 인사했다.
마지막으로 최성원은 “이런 훌륭한 친구들과 제작진을 만날 수 있었다는 것은 분명 좋은 기회였다. 하지만 저는 드라마 초반부터 저보다 어린 친구들에게 폐를 끼치면 어쩌나 걱정했다. 함께 할 수 있는 물리적 시간이 적다 보니 잘 어울리지 못했다고 느껴 먼저 다가가지 못했다. 그래서 푸켓에서 많이 후회가 됐다. 제가 먼저 따뜻하게 다가가지 못했던 점에 대해 후회와 반성이 들게 만든 작품이었고, 앞으로 저라는 사람을 많이 드러내고 다가갈 수 있는 계기가 될 작품이길 바란다”고 말해 감동을 안겼다. 이런 최성원의 진심에 배우들은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그를 꼭 안아주는 모습으로 훈훈한 모습을 보였다.
콘서트의 막바지에 접어들 즈음 ‘응팔’의 OST 한 축을 담당했다고 과언이 아닌 변진섭이 등장해 뜨거운 박수를 받았다. 그는 ‘그대 내게 다시’ ‘숙녀에게’ ‘네게 줄 수 있는 건 오직 사랑 뿐’ ‘새들처럼’ ‘걱정말아요 그대’를 부르며 녹슬지 않는 라이브 실력을 과시했다. 특히 변진섭의 무대 뒤에서는 그의 과거 영상이 공개돼 아련한 감성을 자아냈다.
마지막으로 배우들은 ‘그대에게’를 부르며 팬들과 아쉬운 작별을 고했다. 이 자리 이후 쌍문동 아이들은 골목 속으로 사라지듯 우리 곁을 떠났지만, 앞으로 보여줄 그들의 행보에 더욱 큰 기대를 걸 수 있는 순간이기도 했다. (사진제공: CJ E&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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