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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허인창, 한국 힙합 1세대 래퍼의 홀로서기

2015-12-31 10:4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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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우진 기자] 2015년 여름, 모래 속의 진주를 찾아냈던 Mnet ‘쇼미더머니4’가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았다. 힙합과 심장 박동 소리를 요동치게 만들었던 비트 속에서 래퍼 허인창은 웃을 수 없었다.

‘쇼미더머니4’에서 비춰진 그의 모습은 한국 힙합 1세대 래퍼지만 다소 고지식적이고 실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졌다. 하지만 허인창은 프로그램 속 허인창이라는 캐릭터는 이미 만들어져 있었고 편집 과정에서 오류가 있었다고 밝혔다.

네티즌들의 많은 질타와 악플에도 꿋꿋이 버틸 수 있던 원동력은 힙합에 대한 열정. 최근에는 기존에 몸 담았던 브랜뉴뮤직에서 나와 제자들을 위한 독립 레이블 ‘그레이트5 레코드’로 홀로 섰다. 그가 밝히는 진짜 ‘쇼미더머니4’ 속 이야기와 함께 홀로서기를 위한 다짐을 들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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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오늘 화보 촬영을 마친 소감이 어떤가.
너무 재미있었다. 포즈 취하는 점이 어색한데 지도해주셔서 잘 찍을 수 있었던 것 같다.

Q. 최근 근황.
개인적으로 ‘쇼미더머니4’ 결과가 좋지 않아 정신적으로 회복하는데 시간이 걸렸다. 지금은 브랜뉴뮤직에 나와 독립 레이블을 차려 앨범 준비를 하고 있다.

Q. 음악적 롤모델.
래퍼 메소드 맨과 전인권 선생님. 그게 잘못된 것 같다(웃음). 예술가적인 아이덴티티가 강하고 상업적인 면이 없는 아티스트들이기 때문이다. 나중에 깨닫게 된 점인데 더 넓은 스펙트럼을 위해 재정적인 부분이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걸 느꼈다. 인기가 많았을 때도 돈과 관련된 일이라면 멀리했었다. 그 때 경제를 알았더라면 더 좋은 입지에 있지 않았나 싶다.

Q. 디지털 싱글 ‘At the Corner’를 소개해달라.
크리스마스 전에 나오는 디지털 싱글 ‘At the Corner’을 만들 때는 이틀 전까지 가사를 못쓰고 있었다. 그러던 중 SNS를 보다가 예전 여자친구 페이지를 보게 된 후 가사가 한번에 써지더라. 순수하고 불 같았던 어린 시절 사랑 얘기를 담아냈다. 모퉁이를 돌았지만 지금은 내 곁에 없다는 의미를 녹아냈다.

Q. 최근 눈 여겨보고 있는 래퍼.
지코와 박재범. 일단 잘생겼다(웃음). 지코는 오디션 및 연습생 시절까지 옆에서 지켜봤는데 실력이 뛰어났다. 시대의 흐름과 유행을 잘 만났으며 자기 관리도 철저히 하는 친구라 반대로 내 롤모델이 될 만큼 부러운 행보를 하고 있다.

Q. ‘한국 힙합 1세대 래퍼’ 수식어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너무 부담스럽다. ‘쇼미더머니2’에 나갈 당시 제작진이 붙여준 타이틀이다. 맞는 말이지만 부끄럽기도 하고 한편으로 감사하다.

Q. 논란이 됐던 ‘쇼미더머니4’, 당시 후배 래퍼들한테 심사 받는 기분은.
지누션 형님들이 아니었다면 출연을 안 했을 것이다. 평가 받는다는 점에서 심리적으로 거부감은 없었지만 방송이기 때문에 실력적으로 퇴보했다는 이미지를 비춰질 수 있어 우려하긴 했다. 다소 편중된 모습으로 편집됐지만 현장에서는 굉장히 즐겁게 촬영했었다. 나이 많은 형으로서 동생들이 불편해 할까봐 과자를 많이 사가지고 갔다.

Q. ‘쇼미더머니4’가 악마의 편집이라고 생각하는지.
방송에서 스토리를 만드는 것까지는 괜찮았는데 후반에 그 분위기를 완화시킬 수 있는 장면도 필요하지 않았나 싶다. 현장 스태프들도 즐거운 현장 분위기를 알았는데 그런 식으로 매도해 한편으로 아쉬움이 컸다.

방송을 많이 했던 사람으로서 편집이나 스토리를 만드는 점에 이해를 한다. 네티즌들이 쇼미더머니를 두고 악마의 편집이라고 말했을 때도 나는 제작진 편을 들어줬다. 악마의 편집이라기 보다 촬영분이 12시간, 이틀 촬영분을 20분 분량으로 담다 보니 결과물이 그렇게 나온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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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편집적으로 문제가 있던 부분을 설명해달라.
예선 당시 내가 무대 위에서 했던 랩을 보고 20대 친구들의 반응이 좋지 않아 랩을 그만 두려고까지 했다. 하지만 알고 보니 20대 친구들 리액션 속 장면에 내가 같이 앉아 있더라. 그걸 보는 순간 배신감을 크게 느꼈다. 이후 방송을 천천히 다시 보니 의도적으로 스토리를 만들었다는 부분들이 보이기 시작하더라. 심지어 많은 인터뷰 질문에 다른 답변을 붙이기까지 했었다.

그리고 시력이 나쁜 짝눈이라 한쪽 눈으로만 집중해서 보는 버릇이 있다. 심지어 그런 표정을 심사위원이 질문하는 장면과 편집해서 내보냈다. 돌 맞을 정도로 욕을 먹어 후폭풍이 심했다. 그런 여파가 평생 갈 것 같다. 색안경을 끼고 보는 사람은 허인창을 그런 사람으로 보겠지만 나는 주변 사람만 알아주면 그걸로 됐다.

Q. 많은 논란 중 특히 서출구와 기싸움이 화제였는데 당시 상황을 설명해달라.
제작진이 내가 하지 않은 멘트를 괄호로 부연 설명해 노출했다. 당시 서출구씨가 게임에 심취해 나에게 폄하하고 조롱하듯 말했었다. 그런 부분에 섭섭해 존중을 할 줄 모른다고 말한 적이 있다. 선배와 후배로써가 아닌 인간적인 존중의 뜻을 담은 말이었는데 제작진이 그 앞에 ‘선배를’이라는 멘트를 붙이더라.

이후 같이 곡을 선택할 때는 속으로 ‘쇼미더머니4’에 괜히 나왔나라는 생각을 하면서 안 좋은 표정을 짓고 있는데 카메라맨이 서출구씨를 나이로 누르는 듯한 이미지로 담아냈다. 사실 현장에서는 서출구씨가 더 공격적으로 대해 ‘내가 이런 취급까지 받으면서 해야 될 건 아닌데’라는 생각까지 했었다.

하지만 서출구씨가 바로 분위기에 휩쓸려 실수한 것 같다고 사과를 했다. 섭섭하긴 했지만 게임이니 받아주고 이후로 둘이 정말 잘 지냈었다. 후반에는 웃으면서 서로 문제됐던 장면에 사과까지 하는 인터뷰를 했었다.

Q. 프로그램 이후 서출구와 개인적으로 풀었는지. 연락은 하는가.
그 날 이미 다 풀었다. 방송 이후 이대로 가다가는 정말 오해가 심하게 생기겠다고 생각해 이노베이터 친구가 연결해줘 서출구씨와 개인적으로 대화했었다. 서출구씨는 내가 나이 많은 형이다보니 아무래도 불편하게 생각할 것 같다. 나중에 내가 더 성공해서 보듬어주고 케어하고 길도 열어주고 싶은데 그런 여건이 지금은 안 되는 것 같다.

Q. 2차 예선 당시 30초 랩을 두고 악플이 많았다. 원래 30초 랩을 하려고 했었나.
그 당시 바보같이 중간에 비트를 바꿨다. 그리고 전주까지 포함해 1분인 줄은 몰랐다. 정말 바보같았다. 다른 참가자들이 비슷한 트랩과 비트를 준비할 것 같아 일부러 재즈스러운 음악을 준비했는데 전부 다 실패했던 것 같다. 나름대로 준비했던 전략이 전부 실패했다(웃음).

Q. 또한 예선 전주에 ‘인창이도 요즘 랩해야 되요’라는 멘트도 화제가 됐다.
(웃음) 당시 내가 생각해도 전주가 너무 길었다. 그래서 무슨 멘트라도 해야 할 것 같아서 그런 말을 했었다. 그런데 그것도 전부 실패했다(웃음). 준비할 때 부담감이 많아 생각을 더 많이 하니까 더 잘 안됐던 것 같다. 그냥 이전에 준비했던 비트로 할 걸 그랬다(웃음).

Q. ‘쇼미더머니4’를 통해 얻은 것과 잃은 것을 꼽자면.
사실 아직까지 극복하는 과정이다. 현재까지는 잃은 점이 더 많다.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를 보면 천송이가 바닥을 치면서 “잃은 게 있지만 얻은 것도 있는데 그 부분이 바로 진짜 내편”이라는 말을 한 적이 있다. 나도 방송 이후 진짜 내 편을 얻은 것 같다.

Q. 앞으로 ‘쇼미더머니에 출연 할 의향이 있는지.
전혀 없다. 나이를 들어도 너무 순진하게 생각했던 것 같다. 사실 그 안에는 많은 이익 집단의 경쟁이 있는데 그 부분을 보지 못했었다. 그 가운데서 뭔가를 보여주고 싶었다는 나의 순진한 생각은 아무 것도 아닌 점이 됐다.

내가 출연한다고 했을 때부터 제작진들은 이미 콘티를 다 만들어놨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행동과 말을 떠나서 어차피 결과물은 안 좋게 보여질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제자들이 출연하고 싶은 의향이 있으면 내보겠지만 아직 내가 케어해 줄 수 있는 힘이 없기 때문에 추천하고 싶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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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쇼미더머니4’에서 의지했던 사람은.
이노베이터. 힘들 때마다 보듬어 줘 너무 고마웠다. 이노베이터와 베이식이 힙합 2세대인데 예전에는 마주칠 기회가 거의 없었다. 하지만 쇼미더머니 때 팬이었다고 먼저 인사를 건넸고 끝난 후 서출구씨와의 벽을 많이 녹여줬었다.

Q. ‘쇼미더머니’ 측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쇼미더머니’의 방송 콘셉트도 모두 승자가 될 수 있는 훈훈하고 즐거운 방향으로 바뀌었으면 좋겠다. 너무 못된 것 같다. 개인이 힘 있는 나라가 아니기 때문에 불이익에 대처할 수 없는 상황이 너무 아쉽다.

Q. 요즘 랩, 예전 랩에 대한 생각.
내가 예전 랩을 한다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나는 둘을 구분 못하겠다. 랩이 자신만의 색을 지니고 상대에게 영향을 주는건데 나의 랩을 두고 옛날 랩이라고 하는 것은 방송에서 보여진 모습이 선입견으로 굳혀진 것 같다. 요즘 랩, 예전 랩이라는 경계보다 최근에는 신선한 느낌과 유행하는 음악을 많이 작업하려고 한다.

Q. 그 동안 많은 상황에 대한 해명이 담긴 곡 ‘허인창이 아니지’를 발표했다. 그 중에서도 ‘친딸처럼 아끼던 내 제자가 한 순간에 날 버렸을 때’라는 가사가 나온다. 예전 제자와 무슨 일이 있었던 건가.
떠났다기 보다 이제는 ‘허인창 제자’라는 꼬리표를 떼고 싶지 않았나 생각한다. 다른 회사와 연결하려고 했을 당시에도 주위에서 바보같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왜 남좋은 일 시켜주냐는 식으로 말했지만 그런 점을 떠나 제자가 잘 되면 나중에 또 작업을 할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제자가 잘 되기 위해 힘이 되어주기 위해 노력했다. 가족이라고 생각할 정도로 일상을 지내왔었는데 어느 순간 내 꼬리표를 떼고 싶었나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언젠간 떠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는데 그 순간이 너무 빨리 찾아온 것 같다. 나는 언제든 힘이 되어주려고 싶어하는데 제자는 하루 아침에 연락이 없더라. 프로그램 속 마지막 노래 녹음하러 가기 전에도 카페에서 같이 가사를 봐주고 연습하고 택시 태워보낸게 마지막이다. 프로그램 속 음원이 차트 상위권에 오르고 난 후 연락이 없었다. 바쁘겠거니 하고 기다렸지만 시간이 지나 지금까지도 연락이 없더라.

고맙다는 말은 바라지도 않고 연락이라도 해줬으면 좋았을 텐데, 그 부분에서 많이 아쉽고 안타깝다.

Q. 미래가 기대되는 제자가 있는지
있지만 이제는 나 때문에 걸림돌이 될까봐 걱정된다. 지금은 제자들을 위해 해 줄 수 있는 점이 많지 않아 미안함이 앞선다. 그런 점이 나아진다면 미래가 기대되는 친구들이 있다. 내 소속 아티스트로 나온다기 보다 대형 소속사에서 잘 봐주고 스카우트해 갔으면 좋겠다.

Q. 최근 브랜뉴뮤직에서 나왔는데 그 이유는.
‘쇼미더머니2’가 끝나고 회사에서 나한테 집중하는 몰입도가 떨어졌다. 브랜뉴뮤직은 자기 앨범을 손수 프로듀싱하는 형식이라서 사실상 각자 개인 레이블을 운영하는 형태다. 회사에 큰 이바지를 하고 있지 않은 입장에서 후배들의 자리를 뺏고 있는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평소에도 이 회사가 아니어도 혼자 할 수 있다는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 ‘쇼미더머니4’ 후폭풍을 겪고 난 뒤 회사에 민폐를 끼치는 것 같기도 해 나오게 됐다.

Q. 1인 레이블 ‘그레이트5 레코드’를 통해 홀로서기에 나섰는데 앞으로의 목표는.
매출 규모를 키우는 점이 목표다. 개인 앨범을 통해 규모를 키운 뒤 제자들이 사람들 앞에 좋은 모습으로 보여질 수 있도록 자리를 만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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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허인창의 전성기.
20대 초반. 그 당시에는 툭 쳐도 랩이 바로 나오고 눈 뜨고 눈 감을 때까지 랩을 하면서 지냈다. 어떤 행동을 해도 사람들이 박수 쳐주고 예술적으로 받아주던 시기였다. 그 경험들을 통해 지금 더 단단해질 수 있었던 것 같다. 단지 아쉬운 점은 좋은 조언과 방향성을 제시해주는 선배가 없었다.

Q. 허인창의 실제 성격.
숫기가 없는 전형적인 A형이다. 친해지기 전까지 말수가 적은 편이다. 또한 인생관이 ‘적을 만들지 말고 둥글게 살자’는 생각이 있어 사람들과 좋은 관계를 맺고 싶어 한다.

Q. 주량은 어떻게 되는지.
술과 담배를 하지 않는다. 굳이 마신다고 해도 소주 두 잔이면 취한다. 어렸을 적 친구들이 술을 잘 마셔 지금 정도까지는 아니었지만 한번 위에 탈이 나고 기절해 본적이 있어 줄이다 보니 지금 상황까지 됐다.

Q. 친한 연예인을 꼽자면.
어렸을 때부터 신화의 김동완, MC몽하고 친했는데 지금은 각자의 일을 하다 보니 연락만 하고 지낸다. 요새는 농구를 같이 하고 있는 정진운, 남주혁, 나윤권과 친한 것 같다.

Q. 여자친구와 이상형.
지금은 없다. 하지만 기회가 된다면 빨리 결혼하고 싶다. 어렸을 때는 외모를 많이 봤지만 자기 관리하는 여자분을 좋아한다. 특히 운동하는 여자를 좋아한다.

Q. 자신이 생각하는 매력과 콤플렉스.
사람을 즐겁게 해주고 현장에서도 특별히 모나지 않고 분위기도 잘 맞추고 어른에 대한 공경심이 크다. 콤플렉스는 너무 많다(웃음). 키도 그렇고 다리도 길었으면 좋겠다. 피부 좋고 얼굴도 잘 생겼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웃음).

Q. 어떤 래퍼로 기억되길 원하는가.
아직 ‘쇼미더머니4’로 인한 충격을 극복하는 중이다. 언젠가는 이 상황을 꼭 해피엔딩으로 만들어 시련과 역경을 딛고 끝내 해낸 래퍼로 기억되고 싶다. 그러기 위해 지금도 계속 노력하고 있다. 주저앉는 사람이 되고 싶지 않다.

Q. 연말 및 추후활동 계획은.
제자 두 명이 졸업해 선물로 졸업을 주제로 노래 피처링을 같이 할 생각이다. 내년에는 독립레이블 ‘그레이트5 레코드’가 하나의 징검다리가 되어 제자들이 더 좋은 곳으로 갈 수 있는 레이블로 성장했으면 좋겠다.

기획 진행: 최우진
포토: bnt포토그래퍼 심형준
의상: 슈퍼스타아이, 블라디스, 반하트디알바자
슈즈: 슈퍼스타아이, 블라디스, 미소페
시계: 게스
헤어: 마블 헤어
메이크업: 라뷰티코아 이정이 부원장
장소협찬: 클럽 오피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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