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bnt뉴스 박슬기 기자] ‘미생’의 마지막 촬영이 끝난 지 일주일. 강소라의 모습에서는 안영이의 잔상이 여전히 남아 있었다.
최근 ‘미생’ 종영 기념으로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강소라는 홀가분한 심정과 함께 시원섭섭함이 가득한 모습이었다. 그는 “마지막 촬영 날, 안영이 책상에 갔는데, 언제 그랬냐는 듯이 깨끗이 정리돼 있어서 너무 섭섭했다”며 남다른 그리움을 전했다.
“전 오히려 장그래 같은 역할을 맡았으면 더 못했을 것 같아요. 안영이라는 캐릭터를 고민하면서 만들어 나가는 작업이 더 재밌었고, 많이 배우게 되는 것 같아서 좋았죠. 그래서 아버지와의 갈등, 상사와의 갈등, 업무를 진행하는 모습 등을 디테일하게 소화하기 위해 많이 노력했어요.”
실제 극중에서는 편집이 되거나 카메라가 차마 잡지 못한, 또 시청자의 눈으로 발견할 수 없었던 강소라만의 디테일한 아이디어는 놀라울 정도로 많았다. 강소라의 비하인드 아이디어를 몇 몇 공개하자면, 극 중 안영이가 컵라면을 먹는 신은 사실 편의점용 햇반, 깻잎, 김 등 편의점 밥상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소품이 준비되지 못해 컵라면을 대신 했다고.
또 컴퓨터에 붙어 있는 각종 포스트잇은 강소라가 손수 적은 정보들로 가득채워 디테일을 더했다. 그 외에 실제로 파워포인트를 배우기도 하고, 극 중에서 필요한 러시아어를 위해 경인방송을 보며 공부를 하기도 했다. 특히 남자들이 많이 분포돼있는 자원팀이기에 의상도 주로 정장바지와 함께 플랫슈즈를 많이 매치했다고 밝히며 ‘미생’에 대한 남다른 열정을 전했다.

특히 강소라는 극 중 상사들에게 유난히 많이 혼나며 시청자들로 하여금 안쓰러움을 자아냈다.
또 강소라는 “처음에 직장 다니시는 분들을 생각했을 때 굉장히 안정적일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몇 년 만 있으면 승진하고 그러는 줄 알았거든요. 반면에 연예인들은 작품이 언제 들어갈지도 모르고, 승진이라는 것도 딱히 없고, 언제 잊혀질지 모르는 거잖아요. 그런데 이 작품을 해보니까 직장생활이 생각보다 훨씬 치열하고, 감당해야할 게 많더라고요. 제 생각의 틀이 많이 깨진 계기가 됐어요” 라며 직장인 생활에 대한 소회를 밝혔다.
‘미생’은 그만큼 실제 직장생활을 완벽히 담으려고 노력했고, 대한민국의 수많은 직장인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키며 사랑을 받았다. 케이블, 종편 채널을 막론하고 모든 프로그램에서 최고 시청률인 9.0%(전국 시청률)를 기록했으며 수도권 시청률은 12.5%를 경신해 케이블 방송의 역사를 다시 썼다. 이렇듯 이번 작품은 강소라에게도 남달랐고 또 소중했다.
“‘이 작품을 안 하면 후회할 것 같다’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었어요. ‘못난이 주의보’ 때 호흡이 긴 드라마다보니 중간쯤 약간 지쳐있었는데 그 때 저에게 힐링을 줬던 만화이기도 하고요. 지금은 ‘이런 작품을 다시 만날 수 있을까’라는 생각도 많이 들어요. 또 대본이 워낙 좋아서 ‘어떤 방식으로 잘 표현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었죠. 스스로 발전할 수 있었던 작품이면서, 힐링 되는 작품이었어요”
이날 강소라는 작품에 대한 아쉬움으로 눈물을 보였다. 깊은 애정만큼 아쉬움도 컸던 터. 씩씩하게 말을 이어나가던 그는 ‘마지막’이라는 말 앞에 여린 속내를 드러냈다. 작품에 대한 깊은 애정. 이보다 더 좋은 배우의 자세가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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