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정현 기자/ 사진 김강유 기자] 완벽에 가까운 데뷔작이다. 단편 ‘남매의 집’으로 미쟝센 단편영화제 대상을, 졸업 장편 ‘짐승의 끝’으로 벤쿠버, 로테르담 국제영화제에 초청됐던 조성희 감독이 상업영화 데뷔작 ‘늑대소년’으로 관객 앞에 섰다. 늑대인간이라는 신선한 소재 속에 송중기, 박보영을 내세운 ‘늑대소년’은 언론시사와 동시에 평단의 마음을 사로잡는데 성공했다. 모두의 기대를 받던 감독이었지만 이정도로 임팩트 있는 작품을 내놓을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전작 ‘남매의 집’과 ‘짐승의 끝’에서 다크 했던 감성이 이번 ‘늑대소년’에서는 동화적 감성으로 바뀌었다
‘짐승의 끝’처럼 찍고 싶었는데 상업영화이기 때문에 못했다거나 어떤 계기가 있어서 바뀐 것은 아니다. 다크한 영화를 찍어 왔지만 애니메이션이나 스필버그 감독의 80년대 작품들도 좋아한다. 이번 영화도 많은 관객들을 만나고 많은 분들이 공감할 수 있는 영화를 만들기 위한 것이다. 처음부터 이렇게 기획하고 들어간 것이다.
그렇게 볼 수도 있다. 시나리오를 쓰면서 동화적인 감성이 나왔다. 예전에 유아용 애니메이션을 연출했던 적이 있는데 그런 경험들이 이번 작품에 투영된 것 같다. 작품들이 리얼리티를 기반에 둔 영화는 아니다. 이번 영화도 연기나 미술, 촬영 등에서 동화적으로 만들려고 노력했다. 그런 것들이 우리가 하고자 하는 것들과 잘 맞아서 효과를 본 것이라고 생각한다.
늑대는 매우 강렬한 에너지를 뿜는 거친 동물이다. 이런 동물과 송중기의 접점은 어디에서 찾았나?
송중기라는 배우가 ‘밀크남’이라는 별명도 있고 귀엽고 예쁘게 많이 나오는 배우이지만 남자다운 면도 있다고 생각했다. 성격도 남자 같다. 그의 작품을 보면서 송중기 안에 소년의 모습과 강렬한 남성성이 함께 존재한다고 생각했다. 송중기가 꽃미남 배우라는 것은 오해다. 그는 스펙트럼이 매우 넓은 배우다. 외모로만 승부하기 보다는 연기에 대한 야망이 있고 이에 따르는 노력하는 배우다.
박보영의 경우는 그가 가진 밝고 맑은 이미지가 우리 영화 톤에 맞다고 생각했다. 어리고 귀여웁기만 할 것 같지만 강단 있어 보이기도 한다. 박보영이야 말로 순이에 적격이라고 생각했다. 송중기와 박보영이 함께 함으로서 ‘늑대소년’에 감성적이고 따뜻한 이미지가 생겼다.
배우들에게 연기를 주문 하는게 독특하다. 디테일하기 보다는 배우들에게 던져주는 듯 했다.
사실 이번 ‘늑대소년’을 하면서 배우들에게 주문을 거의 안했다. 이야기 구조와 기술적인 것들, 동선과 타이밍에 대한 이야기만 나눴다. 배우들에게 거의 기대 있었다. (웃음)
전작들에서도?
‘남매의 집’을 찍을 때는 오히려 굉장히 많은 이야기를 했다. 처음 영화를 연출해서 그런지 그렇게 하지 않으면 연출자로서 게으르다고 생각했었다. 지금은 오히려 배우들이 캐릭터를 이해하는 것과 창의성을 더 믿고 있다.
사실 걱정이 많았다. 늑대소년을 연기한 송중기의 경우는 더 그랬다. 나도 그렇지만 송중기에게도 위험한 선택이었을 것이다. 깨끗한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데 그런 것들을 내려놔야 했다. 이게 잘못 표현되면 바보 같거나 비호감으로 나올 수 있었다. 그래서 나는 오히려 그에게 계속 겁을 줬던 것 같다. 너 이러다 이미지 망친다고.(웃음) 늑대소년을 연기하기 위한 송중기의 노력과 열정이 대단했다. 결과적으로 우려했던 것들이 오히려 귀엽고 사랑스럽게 표현됐다.
등장 캐릭터에 대한 디테일한 구성은 어떻게 접근했나.
늑대소년은 특수하다. 잘못하면 마치 무용하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었다. 본래 송중기는 엄청나게 준비하는 타입이지만 이번에는 진행되는 상황에 자기를 맡기려고 했다. 자기가 대사가 없으니 현장에서 대사와 상대 배우의 눈빛을 보고 자연스럽게 리액션 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 같았다. 어떤 설명을 듣기보다는 현장의 분위기, 공기, 상대 배우의 감정에 자신 스스로가 자연스럽게 몰입하려고 하더라. 창의적인 접근이 돋보였다.
박보영의 경우는 워낙 준비성이 많아서 자신이 준비를 안하면 불안해 하는 스타일이다. 성실하고 각오도 남달랐다. 촬영에 들어가기 전에 리딩을 세 번 했는데 ‘리딩’이기 보다는 대사와 대사 사이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 기본기가 아주 탄탄한 배우다.

그리움이라는 소재를 다룬 것이 독특했다. 추억을 자극하는 장면도 눈에 띄었다
어렸을 때는 친구들과 놀다가 그 친구 집에 가서 밥도 먹고 해질 때까지 ‘대댄찌’와 ‘다방구’ ‘오징어’ 같은 놀이를 하면서 놀지 않았나. 그런데 요즘 아이들에게는 이런 문화가 없는 것 같다. ‘늑대 소년’이 목표로하는 것이 많은 분들이 공감을 하거나 느낀 바가 있으셨으면 하는 것이다. 또 하이틴 분들이 봐도 새로운 것을 얻어가셨음 했다.
영화 배경이 왜 하필 60년대 였나?
일부러 그런 것은 아니다. 소녀가 할머니의 모습에서 영화가 시작됐으면 했고, 예전 자신의 모습을 닮은 손녀와 함께 돌아오기를 원했다. 그렇게 시간을 계산해 보니 적어도 47년의 시간이 필요하더라. 그렇게해서 60년대로 돌아가게 됐다.
우리 영화는 리얼리티에 기반을 둔 작품은 아니다. 더 만화적이고 동화적이었으면 했다. 정확한 고증은 원하지 않았다. 현실적인 것이 30이라면 70은 허구로 놓고 갔다. 60년대 한국을 그대로 표현하기 보다는 더 동화적으로 표현하고 싶었다.
늑대인간이라는 소재 때문인지 영화 ‘트와일라잇’과 비교되기도 한다
음악감독이 ‘늑대소년’은 초코파이 같다고 말한 적이 있다. 한국적인 정서를 기반으로 하고 정이 있다. ‘트와일라잇’과는 흐르는 정서가 다르다. 늑대소년 철수에 대해 영화 속 그 누구도 크게 거부감을 갖지 않는다. 공동체 안에서 그저 특이하게 자란 아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타인에 대한 접근 방식이 다르다. 우리 영화의 중요한 요소 중 하나다. 오히려 ‘가위손’과는 정서가 비슷해 보일 수 있겠다.
평단의 인정을 받는 것과 많은 관객들의 사랑을 받는 것 하나만 고르라면?
추구하는 것이 다를 뿐 두가지 모두 중요하다. 100개의 영화가 있으면 100가지의 성격이 있고 감성, 그리고 중요시하는 무언가가 있다. ‘늑대소년’은 많은 세대와 사람들에게 공감을 원하는 영화에 가깝다. 해외에 초청되고 평단의 인정을 받는 것은 기쁜 일이나 그것보다는 일반 관객과의 소통이 더 중요하다.
영화를 보고 난 후 관객들이 어떤 대화를 나눴으면 하나
대화라기 보다는 자기 안에 품고 있었던 따뜻한 인간애를 느끼셨으면 한다. 소년과 소녀의 인간다움과 순수함에서 자기 안에 있는 감정들을 보셨으면 한다. 모두 가지고 있는데 잊고 산다고 생각했던 것들, 그런 것들을 새삼스레 깨달았으면 좋겠다.
예전에 SF영화에 대한 욕심을 드러낸 바 있다. 차기작은 어떤 이야기가 될 것 같나
언젠가 스타워즈 못지 않은 볼거리 풍성한 SF영화를 만들어 보고 싶다. 하지만 다음 작품이 SF가 될 것 같지는 않다. ‘늑대소년’과는 많이 다른 이야기가 될 것 같다. 감성적으로 더 묵직한 무언가?

한경닷컴 bnt뉴스 기사제보 star@bntnews.co.kr
▶ 김성수전처 CCTV, 흉기들고 들어간 범인 '끔찍'
▶ 이병헌 과거 팬미팅 “이병헌의 초호화 생일파티?”
▶ 이나영 마네킹 몸매, 군더더기 없는 완벽한 S라인
▶ 구하라 오이 팩 “피부가 건조할 땐? 구하라식 피부관리법”
▶ [bnt포토] 쥬얼리 김은정, 치맛자락 살짝 올리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