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일본 영화가 음식에 빠진 날

김명희 기자
2010-03-12 11:03:25

2004년 정식으로 일본 문화가 개방되면서 우리는 심심치 않게 극장에 걸리는 일본 영화와 케이블 채널에서 방영하는 일본 드라마를 만나게 됐다.

또한 일본의 만화나 드라마를 원작으로 국내에서 제작되는 영화나 드라마도 늘고 있다. 2008년 개봉한 영화 <서양골동양과자점-엔티크>는 꽃미남 4인방을 기용해 케잌 전문점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로 동명의 일본 만화를 원작으로 한다.

일본 영상 문화를 보면 한 가지 특징이 있다. 바로 ‘음식’이다. 유난히 음식을 소재로 한 영화나 드라마, 애니메이션이 많은데 국내에서도 유명한 ‘미스터 초밥 왕’이나 ‘신의 물방울’도 음식을 소재로 한 일본 애니메이션이다.

영화로는 <우동>이나 <불고기>, <카모메 식당>처럼 직접적으로 음식을 소재로 삼는 것뿐 아니라 <지금 만나러 갑니다>나 <메종 드 히미코>같이 음식을 만들고 식탁을 차리는 장면이 섬세하게 그려진 영화들도 존재한다.

끝까지 한번 가 보자! - ‘카와메루’
이런 일본인들의 습성을 ‘카와메루’와 관련이 있다. 즉 고집하고 파헤친다는 의미로 우리의 ‘장인 정신’과 가까운 단어. 일본 아사히 TV의 한 관계자는 “전통을 중시하는 일본인은 평범한 초밥이나 라면 하나를 만들 때도 재료 준비부터 날씨까지 모든 부분을 연구하고 파헤친다”고 한다.

또한 “‘정신적인 가치’를 가장 귀하게 여기는 한국과 달리 일본 사람들은 어떠한 기술이나 기교를 높이 사며 가치 있다고 여기는 생각들이 문화 저변에 깔려있다”고 덧붙였다.


초밥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회가 아니라 밥이다
더불어 일본 영화나 만화에서 소재로 삼는 음식들은 ‘평범한’ 것들이 많다. 흔히 일본인들이 먹는 우동이나 초밥, 라멘 같은 소재들이 자주 등장하는데 이는 ‘기본’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습성의 영향으로도 볼 수 있다.


이 관계자는 “예를 들어 초밥의 맛을 결정하는 것은 쉽게 ‘회’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샤리’라고 부르는 밥이 초밥의 맛을 결정하는 중요한 부분이다. 밥을 만드는 물과 쌀, 샤리의 크기, 뭉치는 강도에 따라 맛이 달라진다”며 “특별한 사건이나 갈등이 등장하는 영화가 아닌 일상에서 일어나는 소소한 일들을 보여줌으로 공감대를 형성하는 영화에서는 이런 부분을 이용하는 경우가 더 많다”고 전한다.

밥은 싫은 사람이랑 먹으면 채한다
음식을 함께 만들고 함께 먹는다는 것은 서로 마음을 나누는 것이다. 흔히 영화에서도 갈등 관계에 있던 이들이 서로 마음을 나누고 화해하는 과정에서 이런 시퀀스가 자주 등장한다.
오다기리 죠 주연의 영화 <메종 드 히미코>는 자신과 어머니를 버리고 떠난 게이 아버지와 딸 사오리가 서로의 가치를 인정하고 받아들이게 되는 과정을 그린다. 이 과정에서도 음식은 중요한 소재가 된다.

아버지와 함께 사는 증오해 마지않는 게이들과 함께 명절 음식을 만드는 장면은 비로소 사오리가 그들을 이해하고 받아들이게 된 심리 상태를 그린다. 사람은 싫은 사람과는 음식을 함께 나누지도 만들고 싶어 하지도 않기 때문. 어쩌면 진정으로 ‘친한 사람’은 함께 식사를 해도 어색함 없이 즐거운 사람일 것이다.

매일 먹기에 가장 특별한 음식
영화 <카모메 식당>은 헬싱키에서 일본 가정식 요리를 파는 미도리가 우연히 같은 도시로 여행 온 두 명의 여성을 만나고 이후 서로를 통해 상처를 치유하는 과정을 그린 영화다.


영화의 중반, 미도리는 오니기리(주먹밥)를 두고 “일본의 소울 푸드(Soul Food)”라고 표현한다. 어린 시절 먹어 본 어머니의 손맛이 나는 음식인 오니기리는 특별한 조리법을 가지고 있지 않다. 그저 밥 한 덩어리에 좋아하는 반찬을 중간에 넣고 김 한 장을 얹어주면 끝.

영화에서 이 오니기리는 간단하고 흔히 먹을 수 있는 음식이지만 익숙하고 편하기에 더욱 특별한 의미를 가지게 된다.

이렇게 일본 문화에서 음식은 ‘장인 정신’과 만나 ‘흔하지만 특별한’ 존재가 된다. 아사히 TV 관계자는 “영화나 드라마, 애니메이션에 등장하는 이런 장인정신은 일본 대중에게 큰 공감대를 형성하고 인정받게 된다”고 전한다. 특히 “‘음식’이라는 소재는 일상에서 필수불가결하고 매일 섭취하는 것으로 흔하지만 특별한 의미를 설명하는데 가장 좋은 소재이다”라고 전한다.
(사진출처: 위 부터 영화 <우동>, 드라마 <초밥 왕>, 영화 <카모메 식당> 캡처)

한경닷컴 bnt뉴스 김명희 기자 gaudi@bn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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