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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묘약 '겔랑' 향수 이야기

김경렬 기자
2009-08-22 16:2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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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딜(IDYLLE)'은 밤새 여운이 남는 향기이다. 향기처럼 여운이 오래가는 밤이다.

내 존재를 꽉 채웠던 그 절대적인 순간, 내가 '이딜'을 맡을 때마다 다시금 경험하게 되는 그 절대적인 순간에 놓여 있다. 나는 다른 사람들이 신선하고 깨끗한 공기를 들이마시듯 혹은 삶의 에너지를 들이마시듯, '이딜' 향을 들이마신다.

겔랑 향수는 모두 사랑의 향수이다.
그렇기 때문에 남성이 여성을 뒤따라가고, 그녀가 어디에 다녀왔는지 파악할 수 있는 독특한 분위기를 연출해낸다. 가슴 아픈 내 경험에서도 알 수 있듯이, 겔랑 향수는 또한 오래 전에 식었던 옛사랑에 다시 불을 붙이기도 하고, 너무나도 강렬했던 순간을 되살리기도 한다. 그 뜨거웠던 시절은 오래 전에 끝났지만 말이다.

향기는 영원히 잃어버렸다고 생각되는 추억을 되살리는 특별한 힘을 가지고 있다. 나는 3천 가지가 넘는 냄새를 기억하는 한 향수 제조자의 능력에 눈을 떴다. 그는 여성을 향기로 변환시킴으로써, 여성에 대한 영원한 기억을 만들어낸다.

그는 여성의 영원한 애인이다. 그는 여성을 찬양하고 추앙하기 위해서 세상에서 가장 순수한 향, 가장 달콤한 향, 가장 강렬한 향, 가장 부드러운 향 그리고 가장 여성스러운 향을 찾아 헤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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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수 제조자 '티에리 와셔'
'이딜'향수에 대한 조사를 계속하면서, 어떻게 이 향수가 만들어지는지도 알고 싶었다. 뿐만 아니라 이 향수를 만든 사람의 의도는 무엇이었는지, 어떤 대가가 이런 미묘한 조화를 이루어냈는지도 알고 싶었다.

그는 얼마나 여성을 잘 알기에 이토록 우아하고 관능적인 향수로 여성을 찬미하는 것일까? 누가 여성을 잊혀지지 않도록 만드는 이 향수를 만든 것일까?

그리하여 드디어 이 향수를 만든 장본인-겔랑의 정신과 자신만의 창의성을 간직한 당사자를 만나게 되었다. 바로 장 폴 겔랑의 후계자인 티에리 와셔 (Thierry Wasser)였다.

그는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였으며, 지적인 능력이 반짝이는 사람이었다. 우아하면서도 내적인 에너지가 넘치는 사람이었다. 그는 자신의 존재, 자신의 신념, 자신의 세계관 등 자신의 모든 것과 재능을 겔랑에 쏟아 붓고 있었다.

그는 어렸을 때부터 식물을 수집하는 것을 좋아했고, 커서 식물학자가 될 것으로 보였다. 지보단(Givaudan)학교에서 일한 다음 파리로 이주하였고, 파리에서 드디어 향수 제조자가 되었다.

그는 향수 제조자가 되기 위한 훈련을 받으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이 바로 대가들과의 만남이라고 말한다. 그가 만난 대가들은 각자 자신만의 방식으로 특별한 향수 제조 기술을 가르쳐 주었다.

장 폴 겔랑은 그에게 정신적인 아버지와 같았다. 그는 장 폴 겔랑에게 친밀함을 느꼈으며, 그의 풍부한 향수 제조법을 존경해왔다. 또한 그는 향수병의 우아함을, 이야기의 강렬함을, 미묘한 향기와 정수로 표현되는 열정과 욕망을 사랑했다.

그리고 분위기에 대한 집착, 원료의 신뢰도, 이국에서 수집한 순수한 원료 등을 아꼈다. 그는 집처럼 편안하게 느껴지는 이 세계에 뛰어들면서 하우스 퍼퓨머처럼 겔랑의 전통과 정체성을 계속 이어나가고자 했다.

그에게 어떻게 해서 '이들'을 만들게 되었는지 묻자, 그는 '이딜' 만들 당시 사랑에 빠져 있었다고 고백했다. 그래서 그 당시 아주 행복했노라고 말이다.

그는 그토록 자랑스러운 겔랑의 전통을 이어나가는 사명을 받고 겔랑에서 일하는 것이 얼마나 좋은지 외치고 싶었다고 한다. 그는 향기는 자신에게 있어 단어와 같다고 말하며 온 세상에 자신의 행복, 기쁨, 사랑을 말하고 싶었다고 한다.

그리고 여러 가지 꽃을 가지고 다양한 색깔 스펙트럼을 만드는데 꽃들 사이에 조화를 이루는 것이 결코 쉽지 않다고 털어놓았다. 조용한 꽃이 있는가 하면 귀에 거슬리는 소리를 내는 꽃도 있고, 강한 맛을 내는 꽃이 있는가 하면 꿀처럼 달콤한 맛을 내는 꽃도 있으며, 부드러운 꽃이 있는가 하면 톡 쏘는 꽃도 있다. 사랑과 마찬가지로 향수도 균형을 맞추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완벽한 균형을 이루기 위해서, 절대적인 평형 상태를 찾기 위해서, 향기를 통해 결코 본 적이 없는 잊을 수 없는 감각을 자극하기 위해서는 마지막 한 방울까지도 철저하게 측정해야 한다. 그래야지만 그 향을 맡은 남자가 그 여운을 잊지 못해서 밤이 끝날 무렵 무슨 향수를 쓰는지 여자에게 물어볼 것이다.

향수 제조는 예술과도 같다. 많은 인내심과 노력을 요구한다. 물론 재능도 있어야 하고, 향으로 표현할 수 있는 순간의 영감도 작용해야 한다.

나는 그의 열정적인 눈빛에서 단어가 아닌 향기로 작업하는 예술가의 자유를 보았다. 그는 마치 대가처럼 향기라는 수단을 자유자재로 이용하여 신비로운 사랑의 묘약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한경닷컴 bnt뉴스 김경렬 기자 beauty@bn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