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봉을 앞둔 왕가위 감독의 ‘화양연화 특별판’은 1960년대를 담은 ‘화양연화’ 본편에 2001년을 배경으로 한 9분 6초의 미공개 에피소드를 더한 작품이다.
서로 다른 두 시대는 각기 다른 소품을 통해 주인공 남녀의 관계를 은유적으로 드러낸다. 그중 관계의 변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소품 TOP3를 뽑아본다.
두 남녀가 서로의 세계에 발을 들이는 결정적인 순간에 등장하는 매개체는 바로 소설과 열쇠이다. 1960년대에선 첸 부인과 차우가 서로의 배우자가 불륜 관계임을 알게 된 후 차우가 집필하는 소설을 통해 급격히 가까워진다. 이 소설은 각박한 현실로부터의 도피처이자, 차마 고백할 수 없는 두 사람의 진심을 투영하는 비밀스러운 소통 창구 역할을 하는 것이다.
반면 2001년 재회한 두 사람은 남자가 운영하는 편의점에 여자가 집 열쇠를 맡기면서 관계를 다시 시작한다. 1960년대의 소설이 감정적 공유를 상징했다면, 2001년의 열쇠는 물리적 공간에 대한 신뢰를 더한 선택으로 과거보다 더욱 직접적인 관계의 진전을 암시하는 것이다.
# 상실의 고독을 채우는 음식: 국수에서 케이크로
1960년대 첸 부인이 국수통을 들고 좁은 계단을 오르내리며 사 오던 국수는 남편의 잦은 부재를 상징하는 소품이다. 이는 식탁을 홀로 지켜야 하는 그녀의 쓸쓸한 일상을 드러내는 동시에 억눌린 마음을 잠시 밖으로 내보낼 수 있는 유일한 명분으로 등장한다.
# 억압에서 해방으로 향하는 공간: 좁은 복도에서 편의점으로
마지막으로 두 사람을 둘러싼 공간의 변화도 주목할 부분이다. 1960년대의 좁은 복도와 계단은 이웃의 시선을 피해 아슬아슬하게 스쳐 지나가야 했던 두 사람의 욕망을 억압하는 폐쇄적인 공간으로 기능한다. 이러한 환경은 그들의 사랑을 더욱 조심스럽고 불안정하게 만든다.
그러나 2001년의 주요 공간인 편의점은 누구나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개방적인 장소다. 이는 25년이라는 세월이 흐른 뒤 두 사람을 가로막고 있던 사회적 제약과 심리적 장벽이 허물어졌음을 상징하며, 그들의 관계가 비로소 정서적 해방에 이르렀음을 보여준다.
25년 동안 숨겨두었던 미공개 에피소드가 포함된 역사상 가장 긴 버전으로 오직 극장에서만 만나 볼 수 있는 비밀스럽고 아름다운 시간을 그린 로맨스 영화 ‘화양연화 특별판’은 오는 12월 31일, 전국 극장에서 만나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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