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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중현·신예진·유가연 작가 ‘조용히 피어나다’, 1월 23일까지 아트문갤러리서 선보인다

정윤지 기자
2025-12-17 16:2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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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중현·신예진·유가연 ‘조용히 피어나다’ 연말 전시 전 포스터


박중현, 신예진, 유가연 작가가 참여하는 3인전 ‘조용히 피어나다’가 12월 14일부터 내년 1월 23일까지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아트문갤러리에서 선보인다.

지난 14일 전시 개막일에 진행된 오프닝 행사는 장새별 아나운서의 진행과 하피스트 장하리의 축하 연주가 어우러지며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 

이번 전시는 서로 다른 시선과 언어를 지닌 세 작가가 ‘고요한 성장’과 ‘존재의 본질’을 주제로 각자의 내면적 탐구를 펼쳐 보이는 자리다. 전시 제목 ‘조용히 피어나다’는 눈에 띄지 않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변화의 순간, 그리고 각자의 속도로 이루어지는 성장을 은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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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se SessionsV-016 (fleurs dans la vie)
-30F (90.9x72.7cm), oil on canvas, 2024


먼저, 박중현 작가는 장미를 모티프로 한 회화를 통해 추상화의 과정과 본질을 탐구한다. 그의 장미 그림은 구체적인 형상의 재현이라기보다, 아직 명확히 규정되지 않은 감정을 포착하려는 시도에 가깝다. 

작가는 그림을 그리는 행위를 언제나 무언가를 찾아가는 여정으로 인식한다. 추상화란 대상을 해체하는 것이 아니라, 본질을 추출하고 명료화하는 과정이며, 자신이 무엇을 찾고 있는지 스스로에게 묻는 행위라는 것이다. 

수많은 꽃 중 오직 장미만을 선택한 이유 역시 이러한 추출의 결과다. 장미는 박중현의 추상화 과정을 통해 본질적으로 남겨진 하나의 상징이며, 작가가 끝없이 질문하고 탐구해온 대상이다. 

그의 작품은 찾는 행위 자체가 이미 추상화임을 보여주며, 창작의 철학과 여정을 고스란히 담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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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enesis-49_80.3x100cm_Acrylic,
Swarovski and mixed media on canvas_2025_신예진


신예진 작가는 연작 Genesis를 통해 인간 본연에 내재된 자연에 대한 갈망과 스스로에 대한 존중을 이야기한다. 핵 위협과 기후 변화, 기술의 오용 속에서 점차 본래의 모습을 잃어가는 현대의 자연을 바라보며, 우리가 보지 못한 태초의 자연을 질문한다. 

작품 속 자연 한가운데 놓인 왕관은 인간 자신을 상징하며, 이는 권위의 상징이 아닌 자긍심과 자기 존중의 표식으로 재해석된다.

대표작 Genesis-49에서는 자연 속에 배치된 금빛 왕관과 아치형 구조물, 바다와 잔디, 표범과 나비, 그리고 물에 비친 반영을 통해 인간과 자연의 관계가 다층적으로 펼쳐진다. 작품은 인간이 자연과 조화를 이루고 공존할 때 비로소 진정한 가치를 회복할 수 있음을 조용히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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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의 요람(stellar nursery): Série 2유가연 2025
725mm x 910mm Mixed media on linen


유가연 작가의 작품 세계는 프랑스 안시 호수에서의 경험에서 출발한다. 알프스 산맥의 만년설이 녹아 형성된 이 투명한 호수에서 작가는 잔잔한 수면 위에 맺힌 작은 물방울을 바라보며 생명과 우주의 근원에 대한 사유를 시작했다. 

그녀에게 물방울은 단순한 자연 현상이 아니라, 생명을 잉태하고 소멸시키는 거대한 순환의 시작점이자 하나의 소우주다.

유가연은 물방울을 통해 모든 존재가 서로 관계를 맺으며 공존하는 상생의 질서를 이야기한다. 동양의 도 사상과 음양의 원리를 바탕으로 나뉘고 합쳐지며 끊임없이 순환하는 자연의 섭리를 추상적 언어로 구현하며, 개별적인 존재를 넘어 모두가 연결된 관계망 속의 ‘우리’를 사유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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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프닝 진행을 맡은 장새별 아나운서와 박중현 작가


이번 전시의 작품들은 즉각적인 해석이나 강한 메시지를 앞세우기보다, 천천히 바라보고 머무르며 감정의 결을 느끼게 하는 데 집중한다. ‘조용히 피어나다’는 빠르게 소비되는 이미지의 시대 속에서 잠시 멈춰 서서 자신과 세계를 돌아보게 하는 전시다. 

한편 이번 전시는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아트문갤러리 1층에서 진행되며, 관람 시간은 평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11시까지, 주말은 오후 2시부터 오후 11시까지다.

정윤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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