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봉제·모직 공장이 고령화로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 오랜 기간 국내 의류 제조의 중심이던 봉제 산업은 숙련 인력의 은퇴와 신규 인력 감소가 겹치며 생산 기반이 축소되고 있다. 일정 규모를 유지하던 지역 단위 생산망도 점차 힘을 잃고 있으며, 이는 의류업계 전반에 구조적 전환을 요구하는 상황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의류 생산이 해외로 이동하는 흐름은 특정 브랜드의 전략이라기보다 산업 구조 자체가 만들어낸 자연스러운 선택으로 자리 잡고 있다. 통계청과 섬유업계 자료에 따르면 국내 의류 생산지수는 완만한 감소세를 이어온 반면, 의류 및 봉제 관련 수입 규모는 꾸준히 증가해 왔다. 국내 인력 기반이 약화되는 동안 중국·베트남·인도네시아 등 주요 생산국의 대량 생산 능력은 더욱 고도화되며 경쟁력을 강화해 왔다.
이와 같은 조건은 자연스럽게 해외 생산의 비중을 높이는 결과를 가져왔다. 하지만 이는 국내 제조의 약화 때문만이 아니라, 해외 생산국의 역량이 빠르게 성장한 결과이기도 하다. 주요 생산국들은 오랜 기간 글로벌 브랜드의 OEM 기반을 통해 기술력을 축적했고, 자동화 설비 도입과 품질 관리 체계를 고도화하면서 ‘저가 위주 생산지’에서 ‘대량·정밀 생산이 가능한 산업 파트너’로 변모했다. 업계에서는 “해외 공장의 수준이 이미 글로벌 표준 수준에 도달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교복 시장 역시 이러한 산업 변화의 흐름 속에 놓여 있다. 최근 학교 교복 입찰 공고가 매년보다 늦어지는 경향이 나타나면서 실제 생산 일정이 크게 짧아지고 있다. 그러나 국내 봉제공장은 인력 고령화와 업체 수 감소로 생산 여력이 한정돼 있어, 압축된 납기 일정을 모두 소화하기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 때문에 브랜드들은 촉박한 납기에 보다 안정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자연스럽게 해외 생산공장을 병행하는 방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특히 중국·베트남·인도네시아 등 주요 생산국은 글로벌 봉제 시장에서 오랜 기간 기술을 축적하며 품질 관리 수준을 크게 끌어올렸다. 단순 대량생산을 넘어, 교복처럼 규격·내구성·핏 관리가 세밀하게 요구되는 품목에서도 국내와 견줄 만큼의 높은 완성도를 구현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산업계 역시 변화에 맞춰 국내 생산의 역할을 재정의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숙련된 기술 인력 양성, 스마트 설비 도입, 지역 기반 제조 인프라 재편 등 다양한 정책적 논의가 이어지는 한편, 해외 생산지를 활용하는 기업들은 글로벌 표준에 맞춘 품질 관리 체계를 강화하며 생산 효율을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결국 국내 봉제 산업의 변화는 단순한 쇠퇴가 아니라, 글로벌 생산 생태계 속에서 역할을 재조정하는 과정으로 이해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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