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명품 호떡.' 노란 차양 위에 걸린 간판이 손님을 부른다. 엄지를 치켜세운 손 그림 옆에서 '호떡' 두 글자가 붉게 빛나고, 그 아래 포장마차 한 채가 하얀 여백 위에 자리 잡았다. 차양 밑 메뉴판에는 토스트, 즉석 김치김밥, 찹쌀 꽈배기가 빼곡하다. 그 앞에 붉은 저고리를 입고 머리를 단정히 올린 여인이 서 있다. 먹빛으로 번진 반투명한 치마 아래로 다리가 비치고, 발에는 꽃 장식이 달린 분홍 하이힐을 신었다. 한 손에는 어묵 꼬치를 들어 막 한 입 베어 무는 참이다. 뒤편에서는 주황색 앞치마를 두른 주인아주머니가 국자로 어묵 국물을 뜨고, 검은 옷을 입은 남자는 등을 돌린 채 철판 위의 호떡을 뒤집는다. 바닥에는 제주 감귤 상자와 커다란 식용유 통, 고추장 통, 검은 비닐봉지를 얹은 노란 플라스틱 상자가 어지럽게 놓여 있다. 어묵 꼬치를 베어 문 여인은 이 그림을 그린 화가, 필자의 자화상이다.
그림을 그린 지 열 해가 지났는데 '명품' 딱지는 더 흔해졌다. 명품 호떡, 명품 김밥, 명품 아파트, 명품 교육. 값이 비싸거나 솜씨가 특별해서가 아니라, 그렇게 불러 달라는 바람을 담아 붙이는 이름이다. 정작 백화점의 명품 매장에서는 다른 일이 벌어지고 있다. 올해 국내 주요 백화점의 명품 매출은 전년 같은 기간과 견주어 2분기에 40% 안팎 늘었다가, 3분기에는 20%대, 10월에는 10%대로 증가 폭이 줄었다. 해마다 값을 올려도 줄을 서던 매장에 가격 인상에 대한 피로감이 쌓였다는 분석이 뒤따랐다. 그래도 매출은 여전히 느는 중이다. 값이 오르면 지치면서도 결국은 사는 것, 그것이 명품을 대하는 우리의 태도다.
길거리 노점의 사정은 다르다. 2000년대 초 세 개에 1000원이던 붕어빵이 서울 도심에서는 한 개 1000원, 어떤 곳에서는 1500원이 됐다. 팥값과 가스비, 자릿세가 함께 오른 탓인데, 손님 입에서는 비싸다는 말부터 나온다. 어느 경제신문이 지난해 취재한 노점 노부부의 셈법은 이렇다. 다섯 시간 동안 붕어빵 261개를 팔아 17만 4000원을 벌었지만, 가스비와 재료비를 빼고 손에 쥔 돈은 9만 원 남짓이었다. 두 사람의 품값도, 자리를 빌린 값도 들어 있지 않은 돈이다. 비싸졌다고 놀라는 손님과, 그 값을 받아도 남는 것이 없는 상인이 손수레 하나를 사이에 두고 마주 선다. 수백만 원짜리 가방의 값이 오르는 데는 관대하고, 1000원이 된 붕어빵에는 야박한 셈이다. 그 차이는 값의 크기가 아니라 값이 무엇을 사느냐에 있다. 명품 매장에서 치르는 돈은 남이 알아봐 주는 이름값이고, 포장마차에 내는 돈은 지금 내 허기와 추위를 달래는 값이다. 앞의 값은 올라도 참을 수 있지만, 뒤의 값은 조금만 올라도 서운하다. 일상에 가장 가까운 것일수록 우리는 그 값을 가장 낮게 매겨 왔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림 속 포장마차의 재산을 헤아려 본다. 간판은 '명품'을 내걸었지만, 그 아래 놓인 것은 식용유 한 통과 고추장 한 통, 빈 과일 상자가 전부다. 이 집의 명품은 진열장에 든 물건이 아니라 매일 아침 반죽을 치대고 기름을 데우는 손이다. 추위에 곱은 손을 녹여 주는 어묵 국물 한 컵, 종이에 싸 건네받은 뜨거운 호떡 한 장은 그 저녁만큼은 분명한 명품이었다. 간판에 쓰인 '명품'은 과장이면서 동시에 정직한 말이다. 명품의 자리는 값표가 아니라, 그것이 필요한 순간이 정한다.
이번 주 토요일이 겨울의 문턱인 입동(立冬)이다. 옛사람들은 이날 마을에서 꿩과 닭, 쌀을 거두어 나이 든 어른들께 따뜻한 음식을 대접했는데, 이 세시풍속을 거둔 음식의 이름을 따서 치계미(雉鷄米)라 불렀다. 겨울 들머리에 가장 먼저 한 일이 따뜻한 것을 나누는 일이었다. 포장마차도 그런 자리다. 한복을 차려입은 손님이나 앞치마를 두른 주인이나, 기름 냄비에서 올라오는 온기 앞에서는 똑같이 손을 녹인다. 입동 저녁, 명품 매장의 진열대 대신 길가의 노란 차양 아래 잠시 멈춰 선다면, 그때 손에 쥐는 뜨거운 한 장도 명품이라 불러도 되지 않을까.

한국화가 김현정은 선화예중·예고를 거쳐 서울대학교에서 경영학과·동양화과 학사(2012년 8월 졸업, 졸업 당시 미술대학 차석에게 수여되는 서울대학교 총동창회장상 수상)와 동양화전공 석사(2015), 미술박사(2026년 8월) 학위를 취득했다. 김현정 작가는 현대 한국인의 삶과 감정을 유머와 풍자로 풀어낸 21세기 풍속도 〈내숭 시리즈〉로 널리 알려졌으며, 다수의 개인전과 전시 작품 완판, 6만 7402명의 국내 개인전 최다 관람객 기록 등으로 주목받았다. 2016년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초대 개인전을 열었고, 2015~2016년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 〈한국화 소장품 특별전: 멈추고, 보다〉에는 참여 작가 중 최연소로 참여했다. 김현정 화가의 작품은 초·중·고 교과서 31종에 수록되어 있으며, 서울시 홍보대사와 희망브리지 희망대사로 활동하고 있다. MBC 연기대상에서는 연말 방송 시상식 최초로 한국화를 무대 배경으로 선보이며 메인 작품과 로고, 포스터, 티켓, 브릿지 영상을 맡았다. MBC 일일드라마 〈가족관계증명서〉에서 동양화가인 주인공 '지니'의 그림 역시 김현정의 〈내숭〉 연작이다. 프랑스 카스텔 그룹의 스파클링 와인 뵈브 드 베르네(Veuve du Vernay) 코리아 에디션에는 서울의 풍경을 그려 넣는 등 방송과 브랜드를 넘나드는 협업을 이어가고 있다. 지은 책으로는 그림에세이 《김현정의 내숭》, 컬러링북 《내숭이야기 컬러링북》, 《한국화를 배우는 시간: 개념편》, 《한국화를 그리는 시간: 실기편》 등이 있다. 또한 김현정 작가는 2026년부터 경희대학교 교육대학원(미술교육전공)과 미술학부 겸임교수로 재직하며, 수원대학교·대구대학교 겸임교수와 성신여자대학교·용인대학교·안양예술고등학교 강사를 역임했다. 전통 회화와 동시대 시각문화를 연결하는 강연과 강의를 이어가며, 30만 팔로워와 소통하고 국내외 전시·교육·집필·칼럼을 통해 한국화의 새로운 가능성을 확장하고 있다.
글_김현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