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46년간 다채로운 캐릭터로 전 세계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아온 배우 톰 크루즈가 이번엔 괴짜 재벌로 분해 인간의 욕망과 모순을 그린다.
13번째로 한국을 찾은 톰 크루즈는 “정말 사랑한다. 날씨마저 완벽한 오늘, 한국에 와서 여러분과 ‘디거’를 함께하게 되어 무척 기쁘다”며 한국 관객과 재회한 벅찬 소감을 전했다.

본격적인 질의응답에 앞서 현장 스크린에는 톰 크루즈의 필모그래피를 집약한 회고 영상이 상영됐다. ‘미션 임파서블’부터 ‘엣지 오브 투모로우’, ‘우주전쟁’, ‘뱀파이어와의 인터뷰’, ‘제리 맥과이어’까지 시대를 풍미한 대표작들이 펼쳐지며 액션과 드라마를 넘나든 그의 46년 연기 인생을 되돌아봤다.
이어 공개된 신작 ‘디거’는 괴짜 석유 재벌 디거 록웰의 그린란드 빙하 시추 시설에서 발생한 작은 균열이 전 지구적 재앙으로 번지며 벌어지는 소동극을 담은 블랙 코미디다. ‘버드맨’, ‘레버넌트: 죽음에서 돌아온 자’ 등을 통해 인간의 본질을 짚어온 거장 알레한드로 G. 이냐리투 감독과 톰 크루즈가 의기투합해 탐욕과 권력, 그리고 그에 따르는 책임이라는 묵직한 화두를 유쾌한 풍자로 풀어냈다.

톰 크루즈는 ‘디거’를 선택한 배경에 대해 “이냐리투 감독은 영화사의 위대한 예술가이자 거장”이라며 “함께 작업할 수 있어 영광이었다”고 밝혔다. 이어 “디거 록웰이라는 인물과 작품의 세계관은 지금까지 어디서도 보지 못한 독창적인 캐릭터였다”며 “시네마틱한 관점의 모든 층위에서 바라보아도 완전히 차원이 다른 수준(어나더 레벨)의 작품이다. 프레임 안에 담긴 콘텐츠 하나하나에 감독의 뛰어난 재능이 깃들어 있다”고 자부심을 드러냈다.
패권주의와 자본주의 등 날카로운 시대적 비판을 품은 작품에 끌린 이유에 대해서는 ‘인간의 본성’을 꼽았다. 그는 “내 이목을 끄는 것은 언제나 인간의 본성”이라며 “현대 사회의 모던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지만, 작품 이면에는 시대를 초월하는 고전적인 질문이 담겨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인간의 본성을 스크린에 녹여내 관객들이 캐릭터를 통해 스스로의 삶을 돌아보게 만드는 것이 내 오랜 꿈”이라며 “진정성 있는 영화를 통해 관객들이 서로 공통의 분모를 찾고 대화할 수 있는 기제가 된다는 점에서 뜻깊다”고 덧붙였다.

특히 이날 간담회에서는 극 중 약 10분간 원테이크로 펼쳐지는 롱테이크 모놀로그 장면이 큰 주목을 받았다. 톰 크루즈는 이 고난도 장면을 완성하기 위해 동선과 신체 움직임, 리듬을 끝없이 연습했다고 전했다. 그는 “기본적인 리듬을 완벽히 체화한 뒤 현장에서 자유롭게 연주하는 ‘재즈’와 같다”며 “충분한 사전 준비와 훈련이 갖춰져야만 카메라가 돌아갈 때 진정으로 자유로운 연기가 나온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톰 크루즈는 ‘디거’가 일회성 소비에 그치지 않고 오랜 시간 관객들의 가슴에 남아 지속적인 울림과 토론을 이끌어내는 작품이 되길 바란다는 소망을 전했다.
친숙한 블록버스터 액션 스타의 타이틀을 잠시 내려놓고, 낯선 인물과 부조리한 세계 속으로 거침없이 뛰어든 톰 크루즈. 그가 거장 이냐리투 감독과 손잡고 꺼내 든 파격적인 새 얼굴이 관객들에게 어떤 파동을 일으킬지 기대가 모인다.
영화 ‘디거’는 오는 10월 3일 개봉한다.
글: 김연수 기자 / 사진: 김치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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