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적인 것은 가까이에 있을수록 자주 가볍게 여겨진다. 한식은 매일 먹는 밥이라 특별하지 않고, 소주는 흔한 술이라 귀하지 않으며, 삼겹살은 그저 불판 위에 고기를 굽는 일처럼 보인다. 그런데 외국인의 시선이 닿으면 같은 장면이 달라진다. 서울은 영어로 Seoul이고, 영혼을 뜻하는 Soul과 발음이 닮아 있다. 그 발음의 우연 때문인지, 외국인들은 서울을 ‘소울이 넘치는 도시’로 상상하며 꼭 한번 가보고 싶은 곳으로 말하곤 한다. K-팝과 드라마, 영화 속에서 먼저 만난 한국의 거리와 음식, 사람들의 생활문화는 이제 외국인들에게 실제로 가보고 싶은 풍경이 되었다. 한국 음식은 여행의 이유가 되고, 저렴한 소주를 한잔하는 것이 귀한 체험이 된다.
〈내숭: 삼겹살 한 잔 하고 싶은 밤〉은 그 질문에서 출발한 작품이다. 화면은 둥근 원형 구도 안에 차려진 삼겹살 식탁을 보여준다. 중앙에는 숯불 불판이 있고, 그 위로 은색 환기통이 길게 내려와 있다. 검은 원형 테이블 위에는 삼겹살, 파무침, 쌈 채소, 마늘, 된장, 김치, 양파절임, 소주와 물병, 추억의 옛날 도시락까지 놓여 있다. 분홍빛 저고리를 입은 내숭녀는 한 손에 소주잔을 들고, 다른 손에는 상추쌈을 들어 입에 넣고 있다. 한복 차림은 단아하지만, 입안 가득 쌈을 넣는 순간은 조금도 점잔을 빼지 않는다.
제목의 ‘삼겹살 한 잔’이라는 표현은 의도적인 어긋남이다. 삼겹살은 보통 한 점 먹고, 소주는 한 잔 마신다. 그런데 이 작품에서는 삼겹살을 한 잔 한다고 말한다. 고기와 술이 따로 떨어져 있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인의 삼겹살은 단순한 돼지고기구이가 아니다. 고기를 굽고, 기름이 떨어지고, 연기가 오르고, 쌈을 싸고, 소주를 따르고, 서로의 잔을 채우는 일련의 의식이다. 삼겹살은 음식이면서 시간이고, 소주는 술이면서 마음을 낮추는 장치다. 그래서 이 밤에는 고기 한 점을 먹는 것이 아니라, 하루를 한 잔 마시는 것에 가깝다.
처음에는 외국인이 삼겹살을 맛있어한다는 사실이 의아했다. 돼지고기는 외국에도 있고, 삼겹살은 조리법만 보면 그저 굽는 음식처럼 보인다. 그러나 낯설게 보기의 태도로 다시 들여다보니, 삼겹살의 본질은 고기 자체에만 있지 않았다. 한국의 삼겹살은 불판의 구조, 반찬의 배열, 쌈의 동작, 술잔의 온도, 연기와 소음, 함께 굽는 사람들의 거리까지 포함하는 문화다. 한 점의 고기보다 중요한 것은 그 고기를 둘러싼 방식이다. 가장 한국적인 것은 재료가 아니라 관계의 형식 속에 숨어 있곤 한다.
우리는 종종 우리 것을 낮춰 본다. 그 시작은 어쩌면 겸손이었을지도 모른다. 유교 문화 안에서 자신을 낮추고 상대를 높이는 태도는 오랫동안 예의의 언어로 작동해 왔다. 논문이나 책의 서두, 강연의 첫머리에서 자신을 과하게 낮추며 인사하는 방식도 한때는 자연스러운 태도로 여겨졌다. 그러나 요즘은 그런 표현이 조금씩 옛날 방식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자신을 낮추는 것이 곧 겸양이라는 감각은 약해지고, 대신 자기 작업의 의미를 분명하게 말하는 태도가 더 중요해지고 있다.
스시는 세계 어디서나 고급 음식의 언어로 통한다. 반면 한국 음식은 여전히 충분히 많은 자리에서 소개되지 못한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물론 한류와 K-푸드의 확산으로 상황은 많이 달라졌다. 그러나 우리의 자부심이 그 속도만큼 함께 자랐는지는 다시 생각해 볼 일이다. 외국인이 좋아해야 비로소 좋은 것처럼 느끼고, 바깥에서 인정받아야 안심하는 태도는 오래된 문화 사대주의의 그림자와 닿아 있다. 우리 식탁을 우리가 먼저 존중하지 않으면, 그것은 언제나 남의 평가를 기다리는 문화가 된다.
이 작품 속 내숭녀는 혼자 앉아 있다. 그러나 외로워 보이기보다는 당당한 표정과 몸짓이다. 혼밥과 혼술은 한때 청승의 장면처럼 여겨졌지만, 이제는 자기 시간을 지키는 하나의 방식이 되었다. 둥근 불판 앞에 혼자 앉은 인물은 누군가를 기다리는 사람이 아니라, 자신의 밤을 스스로 차려낸 사람이다. 여느 시대와 다른 요즘 사람들의 초상이다. 상추쌈을 크게 베어 물고 소주잔을 든 그의 모습은 공허함을 감추는 장면이면서 동시에 스스로를 위로하는 장면이다. 먹는다는 것은 단순한 섭취가 아니라, 하루를 다시 자기 몸 안으로 데려오는 행위다.
한복과 삼겹살의 만남도 중요하다. 한복은 흔히 명절과 예식, 격식의 옷으로 여겨진다. 반면 삼겹살집은 기름 냄새와 연기, 소란스러운 말소리가 뒤섞인 생활의 공간이다. 이 둘을 한 화면 안에 겹쳐 놓으면 전통은 갑자기 살아 움직인다. 한복은 더 이상 박물관의 옷이 아니라, 불판 앞에 앉아 쌈을 싸 먹을 수 있는 오늘의 몸이 된다. 한국화 역시 마찬가지다. 한국화는 산수와 화조만 그려야 하는 장르가 아니다. 오늘의 식탁, 오늘의 술잔, 오늘의 냄새와 피로를 기록할 수 있을 때 비로소 동시대의 풍속화가 된다.
결국 〈내숭: 삼겹살 한 잔 하고 싶은 밤〉이 묻는 것은 삼겹살이 맛있는가의 문제가 아니다. 한국적인 것이란 무엇인가. 그것은 오래된 것인가, 고급스러운 것인가, 외국인이 인정한 것인가. 아니면 너무 익숙해서 우리가 미처 보지 못했던 생활의 태도인가. 둥근 불판 앞에서 사람들은 고기를 굽고, 잔을 따르고, 하루의 무게를 내려놓는다. 그 평범한 밤이야말로 한 사회의 정서와 관계, 위로의 방식을 가장 정확히 보여주는 풍속일 수 있다.

한국화가 김현정은 선화예중·예고를 거쳐 서울대학교 경영학과와 동양화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 동양화과에서 석사 학위를 취득했으며 박사 학위를 취득할 예정이다. 김현정 작가는 21세기 풍속도 〈내숭 시리즈〉로 널리 알려졌으며, 다수의 개인전과 전시 작품 완판, 6만 7400명의 국내 개인전 최다 관람객 기록 등으로 화제를 모았다. 김현정 화가의 작품은 초·중·고 교과서 31종에 수록되어 있으며, 현재 서울시 홍보대사로 활동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는 그림에세이 《김현정의 내숭》, 컬러링북 《내숭이야기 컬러링북》, 《한국화를 배우는 시간: 개념편》, 《한국화를 그리는 시간: 실기편》 등이 있다. 또한 미술강연과 강의를 이어가는 교수로서 전통 회화와 동시대 시각문화를 연결하고 있으며, 30만 팔로워와 소통하며 국내외 전시와 교육, 집필을 통해 한국화의 새로운 가능성을 확장하고 있다.
글_김현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