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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비디아, 게임 VRAM 판도 바꿀 신경 텍스처 압축 공개

서정민 기자
2026-04-06 07:5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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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비디아 (사진=연합뉴스)


“6.5GB→970MB로 줄었다”…엔비디아, 게임 VRAM 판도 바꿀 신경 텍스처 압축 공개

엔비디아가 게임 그래픽의 핵심 병목인 VRAM 사용량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신기술을 공개했다. 기존 텍스처 압축 방식의 한계를 인공지능(AI) 신경망으로 돌파하겠다는 전략이다.

엔비디아는 최근 ‘Introduction to Neural Rendering’을 주제로 한 기술 세션에서 신경 텍스처 압축(NTC, Neural Texture Compression) 기술의 작동 원리와 실질적인 성능 개선 효과를 상세히 공개했다. 발표는 엔비디아 시니어 DevTech 엔지니어 알렉세이 베킨이 맡았다.

이번 발표에서 가장 주목받은 수치는 VRAM 절감 효과다. 기존 블록 기반 압축 방식(BCn)으로 처리할 경우 6.5GB의 VRAM을 소모하던 벤치마크 씬이 NTC 적용 후 970MB까지 압축됐다. 약 85% 이상의 메모리 절감이 이뤄진 셈이다. 엔비디아는 화질 역시 육안으로 차이를 구분하기 어려운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NTC의 핵심은 텍셀(텍스처 픽셀) 데이터를 직접 저장하는 대신, 해당 텍스처의 시각적 특성을 학습한 소형 신경망의 가중치와 잠재 특성만 보관하는 방식에 있다. 렌더링 시점에 GPU가 이 신경망을 실행해 필요한 텍셀 값을 실시간으로 복원한다. 대용량 텍스처를 통째로 메모리에 올려두는 기존 방식과 구조적으로 다른 접근이다.

연산은 GPU 내부 텐서 코어가 전담한다. 셰이더 코어의 기본 성능에 영향을 주지 않는 구조이며, DLSS 등 AI 업스케일러와 동일한 하드웨어 블록을 공유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엔비디아가 NTC를 신경 렌더링 전략의 일환으로 묶어 설명하는 배경이기도 하다.

반면 기존 BCn 방식은 텍스처를 4×4 픽셀 단위의 작은 블록으로 쪼갠 뒤 블록마다 대표 색상과 팔레트 인덱스를 저장해 압축하는 구조다. BC1 기준으로 비압축 48바이트를 8바이트까지 줄일 수 있지만, 블록당 고정 크기 방식이어서 더 이상의 압축은 불가능하다. 여러 텍스처를 개별로 처리해야 하기 때문에 채널이 많을수록 VRAM 사용량이 빠르게 누적된다는 한계도 있었다.

엔비디아는 NTC를 두고 텍스처 압축 기술 사상 가장 큰 세대 교체라고 직접 표현했다. 이 기술을 통해 현재 GPU가 처리 가능한 것보다 최대 4배 높은 해상도의 텍스처를 구현할 수 있다는 주장도 내놨다.

같은 세션에서는 신경 재질(Neural Materials) 기술도 함께 공개됐다. 신경망이 빛의 방향과 각도에 따른 재질 반응을 미리 학습해두는 방식으로, 데모 기준 1080p 해상도에서 렌더링 속도가 최대 7.7배 빨라지는 결과가 나왔다.

NTC는 엔비디아 독점 기술이 아니라는 점도 주목된다. 엔비디아, 마이크로소프트 등 주요 GPU 벤더들이 공동으로 개발한 협동 벡터(Cooperative Vectors) 기능을 기반으로, 엔비디아 텐서 코어는 물론 인텔 XMX 엔진, AMD AI 액셀러레이터에서도 작동 가능하도록 설계됐다.

공식 최소 요건은 RTX20 시리즈지만, GTX10 시리즈, AMD 라데온 RX6000 시리즈, 인텔 Arc A 시리즈에서도 동작이 검증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협동 벡터 없이 NTC를 구동할 경우 렌더링 패스 처리 시간이 최대 5.7ms까지 치솟는 것으로 전해져, 기술 보급을 위한 광범위한 하드웨어 지원의 필요성도 함께 거론되고 있다.

NTC는 2023년 처음 발표됐지만 SDK는 2026년 초에야 제공되기 시작했다. 실제 출시 게임에 적용된 사례는 아직 없는 상태다. 이번 엔비디아의 대규모 시연 배경에 개발사들의 실제 도입을 촉구하려는 의도가 담겨 있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일부 유출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소니가 플레이스테이션6(PS6)의 게임 설치 용량 절감 수단으로 NTC 방식 솔루션 도입을 검토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NTC가 특정 생태계에 묶이지 않는 개방형 기술이라는 점이 콘솔 플랫폼으로의 확장 가능성을 열어두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