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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량 2부제 D-2…학교·유통 현장 ‘비명’

서정민 기자
2026-04-06 07:13:58
중동 사태에 따른 고유가 여파와 오는 8일부터 시행되는 공공기관 차량 2부제·공영주차장 5부제가 맞물리면서 전국 소비 패턴과 유통 구조가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중고거래 시장에서는 주유권이 쏟아지고, 전기차 구매 보조금은 예상보다 훨씬 이른 속도로 소진되는 등 친환경차 전환 흐름도 뚜렷해지고 있다. 그러나 대중교통 인프라의 현실적 한계를 외면한 ‘탁상 정책’이라는 비판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최근 중고 거래 플랫폼 ‘당근마켓’에는 주유권을 처분하려는 게시물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주유권 삽니다 위치 상관없어요’ 등의 글이 잇따르며, 일정 금액을 할인해 빠르게 거래를 성사시키려는 움직임이 전국 각지에서 확산되고 있다.

차량 2·5부제로 운행이 제한되는 데다, 향후 유류비 추가 상승에 대한 불안 심리까지 겹치면서 미리 확보해 뒀던 주유권을 서둘러 현금화하려는 수요가 급증한 것으로 분석된다.

전기차 수요도 급증세다. 전국 각 지자체의 전기차 구매 보조금이 예년보다 훨씬 이른 시기에 소진되며 친환경차 전환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지난해 상반기 내내 채워지지 않던 물량이 올해는 신청 개시 수주 만에 마감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신청 당일 물량이 동난 지자체도 다수 나타나고 있다.

고유가 충격은 유통업계의 물류 전략도 바꾸고 있다. 대형마트의 경우 산지-물류센터-점포로 이어지는 내륙 운송비 상승이 직접적인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기존 ‘품목별 정리 적재’ 원칙을 버리고 여러 품목을 섞어 싣는 ‘혼재 적재’를 검토하는 업체가 늘고 있으며, 소형차 대신 대형차 위주로 배차해 한 번에 더 많은 물량을 이동시키는 ‘벌크업’ 전략도 도입되고 있다. 운송비 증가는 결국 소비자 가격 인상으로 이어지는 구조인 만큼 업계의 고심도 깊어지고 있다.

쿠팡 등 이커머스 업체들도 기존 최단경로 중심의 빠른 배송 방식에서 벗어나 하나의 경로에 여러 물품을 함께 배송하는 ‘묶음 배송’ 전략 마련에 나서는 것으로 알려졌다. 배송 속도보다 원가 절감을 우선시하는 흐름으로의 전환이다.

정부와 공공기관들도 위기 대응 수위를 끌어올리고 있다. 청와대는 지난달 말부터 여민 2·3관 저층 엘리베이터 운행을 제한하고 조명·냉난방 효율화 조치에 나섰다. 행정안전부는 6일부터 3주간 일부 직원을 대상으로 재택근무를 시범 운영하고, 출장 자제·화상회의 활성화·‘15분 타임제’ 도입도 병행한다.

한국전력은 지난 3일 긴급 사장단 회의를 열고 전년 대비 에너지 사용량 5% 절감을 목표로 한 ‘초고강도 에너지 절감 종합 대책’을 확정했다. 이를 통해 약 513GWh의 에너지 절감이 가능하며, 이는 LNG 약 8만t을 대체할 수 있는 수준이다. 현 상황을 ‘경제 전시 상황’으로 규정한 이날 회의에는 한국수력원자력, 남동·중부·서부·남부·동서발전 등 전력 그룹사 사장단이 총출동했다. 김동철 한전 사장은 “국가적 에너지 위기를 지속 가능한 에너지 대전환의 기회로 삼겠다”고 밝혔다.

서울시도 동참에 나섰다. 6일부터 닷새간 광화문·명동 옥외광고물 자유표시구역 내 대형 전광판 30기의 운영시간을 하루 2시간 자율 단축하고, 한강공원 조명시설을 격등 점등으로 전환하며 반포 달빛무지개분수 운영도 하루 5회에서 3회로 줄이기로 했다.

과거 단기 효과는 입증된 정책이다. 2002년 한일월드컵 기간 서울시의 민간 2부제는 교통량을 19.2% 줄였고, 1995년 성수대교 붕괴 직후 도입된 차량 10부제는 4개월간 약 1956억원의 연료비 절감 효과가 있을 것으로 추산됐다. 전문가들은 연료 절감 효과가 단순한 운행 중단뿐 아니라 도로 밀도가 낮아지면서 생기는 주행 효율 향상에서도 기인한다고 분석했다. 평균 속도가 시속 10km에서 20km로 빨라지기만 해도 공회전이 줄고 엔진 효율이 최적화되기 때문이다.

교육 현장의 타격도 가시화되고 있다. 학생 등교 시간에 맞춰야 하는 직무 특성상 근무 시간 조정이 사실상 불가능한 학교는 제도의 타격이 일반 공무원보다 더 크게 나타나고 있다. 자가용으로 20~30분이면 도착하던 거리가 대중교통으로는 2시간 이상 걸리는 사례가 속출하며 사실상 ‘출퇴근 전쟁’이라는 반응도 나온다. 지방 읍·산간 지역은 버스 노선이 제한적인 데다 배차 간격도 길어 상황이 더욱 열악하다.

전은수 청와대 대변인은 “범부처 합동 추진체계를 통해 에너지 위기 대응과 시민 안전 관리까지 통합적으로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상황 변화에 따라 공공부문을 넘어 시차 출퇴근제의 민간 확대, 대중교통 이용 인센티브 부여 등 에너지 절감 대책을 단계적으로 강화한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