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오늘부터 나프타 수출 전면 금지…“산업의 쌀 지킨다”

서정민 기자
2026-03-27 06:42:03
기사 이미지
여수 국가산업단지 (사진=연합뉴스)


정부가 석유화학 핵심 원료인 나프타의 수출을 27일 0시부터 전면 금지했다. 중동 전쟁 장기화로 원료 수급 불안이 심화되자 산업 전반의 생산 차질을 막기 위한 긴급 조치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날 ‘나프타 수출제한 및 수급 안정을 위한 규정’을 관보에 고시하고 즉시 시행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시행 기간은 우선 5개월이며, 기존에 수출이 예정돼 있던 계약 물량도 원칙적으로 수출이 금지된다. 다만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의 승인을 얻은 경우에 한해 예외적으로 수출이 허용된다.

나프타는 에틸렌·프로필렌 등을 만드는 석유화학의 기초 원료로, 플라스틱·섬유·고무·포장재는 물론 반도체와 자동차 산업에까지 두루 쓰여 ‘산업의 쌀’로 불린다. 현재 국내 나프타 수요의 45%는 수입에 의존하고 있으며, 이 가운데 77%가 중동산이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의 전쟁이 한 달 넘게 지속되면서 원유 공급난에 시달리는 국내 석화 업계의 재고 여력은 약 2주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현재 국내 생산 나프타의 약 11%가 수출되고 있는 만큼, 이 물량을 전량 내수로 돌리면 수급 불안을 일부 완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정유사와 석유화학사에는 생산·도입·판매·재고 현황을 매일 보고하도록 의무화하고, 필요시 생산 확대나 특정 업체 공급 명령도 내릴 수 있도록 했다.

나프타 수급 불안은 의료 현장으로까지 파장이 번지고 있다. 수액백은 나프타에서 생산되는 폴리에틸렌(PE) 등 에틸렌 기반 소재로 만들어지는데,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수술·항암 치료 등 병실 내 필수 의료용품 생산에도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제약업계에서 나오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현재로선 업체별 자체 재고가 일정 수준 확보돼 있어 단기적인 생산 차질은 없다고 밝혔지만, 업계와 소통을 강화하며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한편 정부는 에너지 위기 전반에 대응하기 위한 종합 대책도 함께 내놨다. LNG 발전이 급증하는 오후 5시부터 8시까지 전기 사용 자제 캠페인을 추진하고, 공공부문과 대기업을 중심으로 시차 출퇴근제를 활성화하는 한편 민간 자동차 5부제 도입을 위한 인센티브도 제공할 방침이다. 전기·가스요금과 버스·지하철 등 대중교통 요금은 상반기까지 동결하고, 농산물·외식·택배 이용료 등을 특별 관리 품목으로 지정해 물가를 관리하기로 했다. OECD는 중동 전쟁 여파로 올해 한국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대비 0.4%포인트 낮춘 1.7%로 수정했으며, 물가 상승률은 2.7%로 상향 조정했다.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나프타는 대한민국 산업을 지탱하는 기초 원료인 만큼 정부는 국외 도입 지원 등을 통해 물량을 최대한 확보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보건의료, 핵심 산업, 생활필수품 생산에 영향이 없도록 나프타를 최우선 공급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