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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너’ 서현우, 악의 심연

한효주 기자
2026-02-25 09:3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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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너’ 서현우, 악의 심연 (제공: ENA)

ENA 월화드라마 ‘아너 : 그녀들의 법정’의 서현우가 차원이 다른 빌런 연기로 시청자들의 숨통을 조였다.

지난 8회 방송에서 박제열 검사(서현우 분)는 고위층 비밀 성매매 애플리케이션 ‘커넥트인’의 실체와 과거 성범죄 가해자라는 추악한 진실이 수면 위로 떠오르는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았다. 하지만 그는 외통수에 몰린 상황에서도 피해자 윤라영(이나영 분)을 심리적으로 난도질하는 잔혹함을 보이며, 극의 텐션을 한계치까지 밀어붙였다.

특히 어둠이 내려앉은 타운하우스에서 실루엣만으로 등장한 장면은 극 전체의 긴장감을 관통하는 백미였다. 서현우는 “기다리고 있었어, 라영아”라는 짧은 대사 한마디에 공기의 밀도를 바꾸는 무게감을 실었다. 소파에 깊숙이 몸을 묻은 채 상대를 함정에 빠뜨린 포식자의 비릿한 미소를 지어 보인 서현우는, 단숨에 화면을 장악하며 빌런으로서의 압도적 아우라를 증명했다.

서현우 연기력의 정점은 피해자의 트라우마를 유린하는 집요한 가스라이팅 장면에서 폭발했다. 과거 윤라영이 내뱉었던 “알았어. 내가 미안해. 이제 안 그럴게”라는 말을 서늘하게 되짚으며 상대의 영혼을 잠식해 들어가는 모습은 소름 돋는 전율을 선사했다. 윤라영의 반격을 비웃듯 “넌 그 밤에서 영원히 못 벗어나. 난 언제든 널 이렇게 짓밟을 수 있으니까”라고 쏘아붙이는 대사는 단순한 악행을 넘어선 인간 본연의 악의를 투영하며 시청자들을 질식케 했다.

무엇보다 서현우는 악인의 몰락을 입체적으로 그려내며 극적 카타르시스를 완성했다. 윤라영의 생방송 폭로 이후, 전 국민 앞에 정체가 탄로 나자 파르르 떨리는 안면 근육과 흔들리는 눈빛으로 박제열의 균열을 섬세하게 묘사했다. 성난 전화벨 소리만이 가득한 집무실에서 고립되어 가는 그의 모습은, 그간 쌓아온 견고한 성이 무너지는 과정을 처절하게 그려내며 극의 몰입도를 최고조로 끌어올렸다.

이처럼 서현우는 박제열이라는 인물의 복합적인 악의 층위를 치밀한 감정선으로 풀어내며 대체 불가한 존재감을 각인시켰다. 그의 밀도 높은 연기가 뒷받침되었기에 윤라영의 폭로가 지닌 무게감과 드라마가 관통하는 메시지가 더욱 선명하게 빛날 수 있었다는 평이다.

그간 선과 악의 경계를 유연하게 넘나들며 쌓아온 서현우의 내공은 이번 작품을 통해 비로소 악의 정점을 찍었다는 평이다. 전작의 흔적을 완벽히 지워낸 그의 광기 어린 변주는 시청자들에게 경이로운 배신감마저 안겨주고 있다.

이에 벼랑 끝에 선 박제열이 어떤 파멸의 종착역을 맞이할지, 서현우가 완성할 악의 마지막 페이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NA ‘아너 : 그녀들의 법정’ 매주 월, 화 밤 10시 ENA에서 방송, KT 지니 TV와 쿠팡플레이에서 공개.

한효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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