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의 대(對)이란 공격이 임박했다는 징후가 포착되는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9일(현지시간) 이란에 핵 합의 시한을 공개적으로 제시하며 강도 높은 압박에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워싱턴DC ‘도널드 트럼프 평화연구소’에서 열린 평화위원회(Board of Peace) 첫 이사회 회의 연설에서 현재 진행 중인 미·이란 핵 협상을 거론하며 “양측은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좋은 대화가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 수년간 이란과 의미 있는 합의를 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이 입증됐지만 우리는 의미 있는 합의를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나쁜 일이 일어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후 조지아주로 이동하는 에어포스원에서 기자들과 만난 트럼프 대통령은 ‘10일’이라는 시한에 대해 “충분한 시간일 것”이라며 “10일이나 15일. 거의 최대한도”라고 말했다. ‘나쁜 일’의 의미를 묻는 질문에는 “그건 말하지 않겠다”며 답을 피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이란은 핵무기를 가질 수 없다. 아주 간단하다”며 “그들이 핵무기를 보유한다면 중동은 평화를 가질 수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다만 이번 시한이 실제 협상 시간표인지, 공격을 앞둔 연막전술인지는 불분명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6월 이란 핵시설 3곳을 공습한 ‘한밤의 망치(Midnight Hammer)’ 작전을 명령하기 직전에도 유사한 행보를 보인 바 있다. 당시 실제 작전일 이틀 전인 6월 19일 “앞으로 2주 안에 대이란 공격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고, 이튿날에도 “2주가 최대치”라고 말했으나 바로 다음 날인 21일 전격 공습을 단행했다. 이 때문에 당시 ‘2주’ 언급은 연막전술이었다는 분석이 나온 바 있다.
현재 미군은 중동에 2003년 이라크 침공 이후 최대 규모의 군사력을 집결시킨 상태다.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최근 24시간 동안 F-35 스텔스기와 F-16 등 미군 전투기 50여 대가 중동 지역으로 이동했으며, 영국 레이큰히스 공군기지에서 F-35 약 20대, 미국 본토에서 F-16 약 25대가 출격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명령이 떨어지면 이르면 이번 주말에도 즉각 타격이 가능하다는 외신 보도가 잇따르며 긴장이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한편 이날 행사의 본래 취지는 가자지구 재건과 중동 평화 유지를 위한 평화위원회 출범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평화보다 중요한 것은 없고, 평화보다 더 저렴한 것은 없다”며 “전쟁에 나가면 평화를 만드는 데 드는 비용의 100배가 든다”고 말했다.
평화위원회에는 카자흐스탄, 아랍에미리트(UAE), 카타르, 사우디아라비아 등 9개국이 70억 달러(약 10조원) 이상을 기부했으며, 미국도 100억 달러(약 14조원) 기부를 약속했다. 인도네시아·모로코·알바니아·코소보·카자흐스탄은 가자지구에 국제안정화군(ISF)과 경찰 인력을 파견하기로 했다. 한국은 비가입국 자격인 옵서버로 이번 회의에 참석했다.
이란은 핵 협상이 결렬될 경우를 대비해 국가 시스템을 전시 체제로 전환하고 항전 의지를 밝히고 있어, 협상 결과에 따라 중동 정세가 다시 한번 격랑에 휩싸일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서정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