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오는 24일 오후 9시(현지시간) 워싱턴DC 국회의사당 하원 본회의장에서 집권 2기 첫 공식 국정연설(State of the Union)에 나선다. 경제·외교·이민 정책 성과를 강조하며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겨냥한 정치적 메시지를 발신할 전망이지만, 야당인 민주당의 이례적인 집단 보이콧이 예고되면서 미국 사회의 분열상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자리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번 국정연설은 방송 황금시간대에 미 전역에 생중계되며, 약 2시간 가까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3월 의회 연설에 나선 바 있으나, 이는 공식 국정연설이 아니었다. 미국 대통령은 취임 첫해 상·하원 합동회의 의회 연설을 한 뒤, 집권 2~4년 차부터 본격적인 국정연설을 이어가는 것이 관례다.
뉴욕타임스(NYT)와 정치전문매체 더힐 등에 따르면, 다수의 민주당 의원이 연설 보이콧을 선언하며 이번 국정연설이 ‘반쪽짜리 행사’에 그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크리스 반 홀렌(메릴랜드), 에드워드 마키(매사추세츠), 티나 스미스(미네소타) 상원의원과 베카 발린트(버몬트), 그렉 카사르(텍사스), 프라밀라 자야팔(워싱턴), 델리아 라미레즈(일리노이) 하원의원 등은 연설 불참 의사를 공식화했다. 반 홀렌 의원은 “트럼프가 헌법을 짓밟는 상황에서 들러리 역할을 할 수 없다”고 직격했으며, 크리스 머피(코네티컷) 상원의원은 “40가지 거짓말을 늘어놓으며 민주당원을 모욕하고 자신의 부패를 덮으려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재러드 허프만(캘리포니아) 하원의원은 연설 도중 퇴장 의사를 밝히며 “내게 유일한 질문은 그의 어떤 발언이 나를 자리에서 일어나게 할 것이냐는 것”이라고 말했다.
보이콧에 나서는 의원들은 연설 시각에 맞춰 의사당 인근 내셔널몰에서 열리는 ‘국민의 국정연설(People’s State of the Union)’ 집회에 참석할 계획이다. 이 행사는 진보 성향 시민단체 무브온(MoveOn)과 미디어 기업 메이다스터치(MeidasTouch)가 공동 주최하며, 트럼프 행정부의 경제·보건 정책 피해 당사자, 해고된 연방 공무원, 이민자 등이 민주당 의원들과 직접 대담하는 방식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민주당 지도부는 노골적 방해보다 절제된 대응을 주문했다. 하킴 제프리스(뉴욕) 하원 원내대표는 연설 참석 방침을 밝히면서도 의원들에게 “회의장 내 소란보다 차라리 조용한 불참이 낫다”며 침묵 유지나 보이콧 중 하나를 택하도록 권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트럼프가 우리 집(의회)에 오는 것”이라며 지도부로서 존재감을 지키겠다는 뜻을 밝혔다.
한편 그웬 무어(위스콘신), 제니퍼 웩스턴(버지니아) 하원의원 등은 연설에 참석하되, 건강보험 위기를 겪고 있는 일반 시민 등을 방청석에 초청하는 방식으로 조용한 항의 의사를 표할 계획이다.
이번 국정연설은 미네소타주에서 이민 단속 요원의 총격으로 민간인 2명이 사망한 사건 이후 이민정책 개혁안을 둘러싼 양당 갈등이 이어지고, 국토안보부(DHS)가 예산 미확정으로 부분 셧다운에 돌입한 상태에서 열린다. 트럼프 대통령이 연설에서 이 사안을 놓고 야당을 강하게 압박할 경우, 잔류한 민주당 의원들이 집단 퇴장하는 초유의 사태로 번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통상 압박 수위도 관심사다. 미 행정부가 한국산 자동차 등 주요 품목에 대한 관세를 기존 15%에서 25%로 인상하겠다고 위협해온 가운데, 중간선거를 앞두고 지지층 결집을 위해 보호무역 카드를 다시 꺼내 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NYT는 “연례 국정연설 불참은 기존 관례를 깨는 행보”라며 실제 얼마나 많은 민주당 의원이 불참할지는 불분명하다고 진단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