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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한바퀴' 옥천 생선국수·알배기 붕어찜

장아름 기자
2026-02-14 18:2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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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한바퀴' 충청북도 옥천군 편, 맛집

백두대간의 끝자락과 금강의 물줄기가 만나는 곳. 현대 시의 거장 정지용이 "꿈엔들 잊힐리야"라고 노래했던, 민족의 '향수'가 깃든 충청북도 옥천군이다.

민족 최대의 명절 설을 맞아, 굽이치는 금강 물결 따라 소박한 정취가 배어나고 정겨운 고향의 푸근함이 있는 곳으로 떠난다. KBS 1TV '동네 한 바퀴' 357회는 잊고 지냈던 고향의 온기를 찾아 충청북도 옥천 편을 준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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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암사 운무대 '동네한바퀴'

▶ 세계가 주목한 일출 명소, 용암사 운무대
힘찬 산세를 자랑하는 옥천의 명산, 장령산. 그 서북쪽 기슭, 옥천 읍내를 굽어보는 자리에 천년 고찰 용암사가 좌정해있다. 고즈넉한 산자락에 앉은 사찰은 그 자체로도 운치 있는 풍경을 자랑하지만, 이곳을 찾는 이들이 가장 손꼽아 기다리는 순간은 따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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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한바퀴' 

이른 아침, 금강에서 밀려온 운해가 산허리를 감싸 안고, 붉은 해가 그사이를 가르며 떠오르는 장면이다. 이 장엄한 풍경 덕에 미국 CNN에서 선정한 한국의 아름다운 명소 50위에도 이름을 올렸다는데. 세계가 주목한 일출 명소, 용암사 운무대에서 옥천에서의 첫걸음을 힘차게 내디뎌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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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선국수·도리뱅뱅이 '동네한바퀴'

▶ 64년 전통 생선국수 맛집, 99세 노모와 막내딸
옥천의 가장 동쪽에 위치한, 금강의 제1지류인 보청천이 휘돌아 나가는 청산면. 이곳에 소문난 명물이 있다는데. 바로 생선국수이다. 거리마다 생선국수를 파는 집만 해도 7여 군데. 그중에서도 64년 동안 한 자리에서 원조의 이름을 지켜온 집이 있다. 올해 99살의 서금화 사장님과 막내딸 이미경 씨가 함께하는 생선국수 식당. 태어나서 단 한 번도 고향의 품을 벗어나 본 적 없다는 막내딸은 어머니 곁을 지키며, 2대째 손맛을 잇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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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리뱅뱅이 '동네한바퀴' 

금강 상류에서 잡힌 누치와 숭어 등의 민물고기를 사골 우리듯 12시간 넘게 푹 고아 낸 국물은 든든한 겨울 보양식이 따로 없다는데. 이제는 타지로 떠났던 자식들이 고향에 돌아오면 가장 먼저 찾는 추억의 맛이 되었단다. 99살 노모와 막내딸이 함께 지켜온 생선국수 한 그릇. 한 그릇으로 기억되는 고향의 맛을 맛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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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용 생가 '동네한바퀴'

▶ '향수'의 시인, 정지용의 고향을 걷다
옥천의 옛 중심지에 위치한, 시인 정지용이 태어난 곳인 옥천군 하계리. 고향의 풍경을 누구보다 아름다운 언어로 담아냈던 시인답게, 마을 곳곳 담벼락과 간판에도 그의 시와 정겨운 벽화가 이어져 마을 전체가 마치 한 편의 시가 된 듯한 풍경이 펼쳐진다. 현대 시의 아버지 정지용의 고향이자, 우리 민족의 공통된 정서인 ‘향수’가 태어난 곳. 시인의 유년 시절이 흐르던 거리를 따라 걸으며, 마음속에 오래 남아 있던 그리움을 마주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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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예가의 보물창고 '동네한바퀴'

▶ 100년 고택에 숨겨진 보물, 서예가의 수집품
정지용 생가가 위치한 구읍에 100년의 세월을 고스란히 품은 고택 한 채가 있다. 이 집은 1910년대, 조선 10대 갑부로 불리던 김기태가 당시 쌀 6천 가마에 달하는 거금을 들여 지었다고 전해지는 곳이다. 세월만큼이나 집의 쓰임도 여러 번 바뀌었는데, 한때는 육영수 여사가 교편을 잡던 옥천여중의 교무실로 사용되었으나 서예가 김선기 씨가 매입하면서 골동품으로 가득 찬 보물창고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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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한바퀴'

서민들이 즐겨 쓰던 민체에 매력을 느껴 고문헌을 모으기 시작한 것이 골동품 수집의 시작이라는데. 그렇게 40여 년 동안 모은 골동품들은 고택과 살림집 곳곳에 가득하다. 정지용 시인의 시집 초판본부터 옛날 농기계, 독립운동가의 태극기, 120년 된 풍금까지. 살아온 시간이 꾸밈없이 드러나 있는 골동품의 진솔함에 끌렸다는 김선기 씨. 옛 그리움을 수집하며 오늘을 살아가는 서예가의 보물 같은 공간을 찾아가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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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 주는 미용실 '동네한바퀴'

▶ 파마약 냄새보다 밥 짓는 냄새가 진한 사랑방
옥천 공설시장 한편에 위치한, 파마약 냄새보다 밥 짓는 냄새가 더 진하게 풍겨오는 미용실이 있다. 밥 먹으러 왔다가 머리까지 하고 간다는 이 미용실을 30여 년간 운영해 온 박숙자 사장님. 방 한 칸 얻어 살기도 빠듯하던 시절에 남의 가게에서 심부름부터 하며 몇 해를 버틴 끝에 어렵게 차린 곳이 지금의 미용실이다. 숙자 씨에게 미용실은 생계이자, 벼랑 끝에 몰렸던 자신을 붙잡아준 버팀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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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한바퀴'

그래서일까, 손님들의 배고프다는 말 한마디를 외면하지 못해 밥을 짓기 시작했고, 그렇게 30년 동안 무료로 점심 식사를 대접해 왔다. 이뿐만 아니라, 할머니들이 이고 지고 온 콩과 고추, 마늘을 대신 팔아주기도 한다는데. 머리도 만지고, 한솥밥도 나누고, 하루의 외로움도 덜어내는 사랑방이 됐다는 미용실에서 사람 냄새 나는 온기를 느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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짚풀공예 '동네한바퀴'

▶ 짚풀로 엮어낸 유년의 기억, 짚풀공예가 이준희
옥천군 동이면에 위치한 곳에는 볏짚 향기가 은은히 배어 있는 집이 있다. 5대째 이어져 온 고향집에서 짚풀로 유년 시절의 기억을 엮고 있는 이준희 씨의 집이다. 씨오쟁이, 항아리, 망태기 같은 추억의 살림 필수품은 물론 짚풀로 만든 옷까지. 집 한 편을 가득 채운 작품들을 만들기 위해 꼬박 10년이 걸렸단다. 그 10년 동안, 단 하루도 짚풀을 손에서 놓지 않았다는 준희 씨. 짚풀에는 유년 시절의 기억과 고향에 대한 애착이 들어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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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한바퀴'

새벽 네 시, 아버지의 손을 잡고 논으로 나가 물꼬를 살피던 기억. 밤새 별을 보라며 아버지가 쌓아준 볏가리의 온기. 그 기억은 결국 준희 씨의 발걸음을 다시 고향으로 이끌었다. 이제는 작업에 쓸 볏짚을 위해 직접 농사까지 짓는다는데. 그 덕에 퇴직한 남편도 어느새 10년 차 농부가 됐다. 아버지, 어머니. 그리고 6남매가 어울렁더울렁 살아온 시간을 짚풀로 엮는다는 짚풀공예가 이준희 작가를 만나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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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배기 붕어찜 '동네한바퀴'

▶ 대청호를 지키는 어부 부부의 알배기 붕어찜 맛집
대청호 물길을 삶의 터전으로 살아가는 군북면 방아실마을에 위치한, 대청호에서 고기를 잡아 식당을 꾸려가는, 군북면 유일의 어부 부부 류도원, 이병예 씨가 있다. 1980년 대청댐이 완공되자 평생 살아온 고향 땅이 호수 아래 잠기게 되었다는 도원 씨. 그 이후로 호미를 쥐고 밭을 일구던 농사꾼의 손은 그물을 쥔 어부의 손이 되었다. 날이 가물면 어렴풋이 보이는 고향 땅의 구들장과 집터를 발밑에 두고, 그리운 마음으로 고기를 잡아 온 지도 어느덧 30여 년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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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한바퀴'

그래도 물 맑은 대청호에서 고기를 잡아 생계를 이어갈 수 있었던 건, 고향이 남긴 또 다른 선물이라 여기기 때문이라는데. 대청호에서는 붕어, 누치, 빙어 등 다양한 어종이 잡히지만, 날이 추울수록 제맛을 내는 건 단연 붕어란다. 직접 농사지어 만든 시래기를 얹어 푹 끓여낸 붕어찜은 칼칼하면서도 깊은 맛을 자랑하지만, 그중에서도 단연 백미는 꽉 찬 붕어알. 평생 고향을 지켜온 어부가 끓여낸, 알배기 붕어찜을 맛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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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칠노래 '동네한바퀴'

▶ 600년 옻의 역사, 고당리 마을의 설맞이
금강을 따라 깊숙이 들어앉은 외딴 오지마을에 위치한, 고당리. 예부터 벼 한 포기 심을 농지조차 부족했던 이곳에서 겨울을 나게 해준 생계는 바로 ‘옻’이었다. 수분이 말라 진액의 농도가 높아지는 한겨울에만 채취하는 화칠. 불로 옻나무를 그슬려 얻는 옻 진액인 화칠을 얻기 위해, 주민들은 언 금강을 헤치며 옻 뗏목을 몰기도 했단다. 그 고된 기억 탓에 옻이라면 지긋지긋했지만, 역설적으로 옻 덕분에 삶의 길을 찾을 수 있었다는 천정봉 씨. 가난을 벗어나기 위해 떠난 서울에서 나전칠기 공방을 열고 옻칠을 하며 생계를 마련할 수 있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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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한바퀴'

그러다 2012년 육촌 형님이었던 천문식 씨가 귀향한 뒤로, 10년 전에 서울 생활을 접고 고향마을로 돌아왔다는데. 차례차례 오지마을로 돌아온 형제가 가장 먼저 나선 일은 예부터 전해 내려오던 노동요인 화칠노래를 복원하는 작업. 힘겨운 삶 속에서도 서로를 다독이던 노래는 다시 마을의 화합을 이끄는 노래로 재탄생했다. 고단했던 삶을 품은 고향마을에서 맞는 설날. 화칠노래와 함께 이어지는 겨울나기 풍경 속에서 고당리 사람들이 지켜온 고향의 시간을 만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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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한바퀴' 옥천 편

자연이 빚은 풍경 위에 사람의 정이 겹겹이 쌓인 곳, 충청북도 옥천군 편 '동네 한 바퀴' 방송 시간은 2월 14일 토요일 저녁 7시 10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