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때로는 유쾌한 방송인으로, 때로는 창의적인 콘텐츠 기획자로 자신의 영역을 확장해 나가는 이가 있다. 바로 ‘비정상회담’과 ‘어서 와 한국살이는 처음이지?’로 대중에게 얼굴을 알린 크리스티안 부르고스(Burgos Atala Christian Shamed)다. 크리스티안은 자칫 단편적으로 비치기 쉬운 멕시코의 이미지를 한층 다채롭게 풀어내며 대중을 찾아가고 있다.
Q. 자기소개 부탁드린다
멕시코에서 온 크리스티안 부르고스다. 한국에서 산 지 12년 차로 비공식적으로 멕시코와 한국 사이 외교관 역할을 하고 있다.
Q. 오늘 화보 촬영 소감은 어떤가?
생각보다 어려웠다. 요즘 주로 영상 관련 작업을 하다 보니 카메라 앞에서 말하지 않고 가만히 포즈만 취하는 게 꽤 낯설더라. (웃음) 과거 ‘비정상회담’ 등 방송 포스터를 촬영했던 경험을 되살려 최선을 다해 임했다.
MC는 오케스트라 지휘자와 같아야 한다. 촬영 현장에는 다양한 성향을 지닌 출연진이 모인다. 바이올린 소리가 너무 크면 조절하고 비올라 소리가 작으면 키워주듯, 출연진 각자의 매력을 조화롭게 끌어내는 것이 MC의 역할이다. 과거 패널로 출연할 때는 내 분량을 챙기기에 바빴다면 이제는 게스트가 빛날 수 있도록 신경 쓴다. 적절한 타이밍에 골고루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수 있도록 나누고 대화를 매끄럽게 이끄는 데 집중한다. MC의 분량이 적게 나올수록 그 방송은 성공한 것이라 믿는다.

Q. 유튜브 영상 기획부터 편집까지 전담한다고 들었다. 원래 흥미가 있었나?
콘텐츠 크리에이터로서의 작업에 큰 흥미를 느낀다. 대본 구성부터 영상 편집까지 새로운 아이디어를 시각화하는 과정이 즐겁다. 어린 시절, 어머니 휴대폰의 비디오 기능만으로 영상을 제작하기 위해 스토리를 만들고 여동생에게 연기를 시켰을 정도로 열정이 남달랐다. 멕시코에서 영상 제작을 공부했던 경험이 도움이 되기도 했다.
Q. 한국에 정착하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다면?
Q. ‘비정상회담’ 데뷔 당시의 비하인드 스토리도 궁금하다.
사실 방송을 목적으로 한국에 온 게 아니었기에 처음에는 오디션 제안을 거절했다. 친구 덕분에 얼떨결에 제작진 30명 앞에서 춤을 추며 오디션을 보게 됐다. 당시에는 한국의 정서나 예절을 완벽히 알지 못해 오히려 자유롭게 임했다. 제작진분들이 그 신선한 스타일을 좋게 봐주신 덕분에 고정 멤버로 합류할 수 있었다.
Q. 지금까지의 활동 중 가장 인상 깊었던 순간은?
‘복면가왕’에 출연했을 때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사실 평소에 노래 부르는 것에 자신이 없는 편이었다. ‘비정상회담’ 오디션 때도 노래를 요청받았지만 하지 못했다. 그런데 얼굴을 가리고 노래하는 ‘복면가왕’의 콘셉트 덕분에 용기를 낼 수 있었다. 가면을 쓰니 관객이 보이지 않아 노래에만 집중할 수 있었다. 대중 앞에서 노래할 수 있다는 걸 처음 알게 된 뜻깊은 경험이다.

Q. 무대 위나 방송에서 흥이 넘치는 편인데, 평소 성격도 그런가?
여러 프로그램을 통해 밝은 모습을 보여드렸지만, 사실 멕시코 사람치고는 흥이 그리 많은 편이 아니다. (웃음) 가끔 멕시코에 가면 엄청난 에너지에 기가 빨릴 때도 있다. 오히려 적당한 흥을 가졌기에 한국 사람들과 일할 때 부담을 주지 않고 균형을 잘 맞출 수 있었던 것 같다.
Q. 한국 생활 중 가장 힘들었던 순간은 언제였나?
팬데믹 시기였다. 3년 동안 고향에 가지 못하면서 ‘완벽한 한국 사람이 되어 인정받아야 한다’라는 무의식적인 압박에 시달렸다. 멕시코인의 뿌리를 억누르려다 보니 행복하지 않았고, ‘나는 대체 누구인가’라는 깊은 내적 갈등을 겪었다. 하지만 결국 내 뿌리를 지켜야 나답게 살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 있는 그대로의 나를 존중해 주는 이들과 소통하며 혼란을 극복할 수 있었다.
Q. 멕시코를 알리는 일에 사명감을 느끼는 것 같은데,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멕시코의 실제 모습을 전하는 일은 영원히 끝나지 않는 숙제다. 미디어를 통해 고착화된 부정적인 인식을 바꾸는 것이 쉽지 않지만, 이것은 한 사람의 일이 아니고 꾸준히 이어가야 할 과정임을 안다. 멕시코와 한국 사이에서 기회의 문을 열어가는 이 과정 자체가 내게는 큰 의미다.
Q. 표창장 수상, 서울 명예시민 선정 등 특별한 이력이 많다. 소감을 들려준다면?
표창장을 받거나 평창 올림픽 성화 봉송 주자로 뛰었던 경험 모두 평생 잊지 못할 뜻깊은 순간들이다. 만약 한국에 오지 않았다면 멕시코에서 평범한 일상을 살았을 것이다. 한국에서의 삶은 내 인생에 없었을 스토리를 만들어줬다. 20살에 한국에 와서 31살이 된 지금까지, 자아를 찾아가는 가장 중요한 시기를 이곳에서 보냈다. 마치 두 번의 인생을 사는 기분이다.
Q. 2026년 새해, 새롭게 세운 목표가 있다면?
곧 열릴 2026년 북중미 월드컵 테마송 ‘오트라 베스(Otra Vez, 또 다시)’를 직접 만들었다. 멕시코에서 열리는 세 번째 월드컵인 만큼 큰 의미를 담았는데, 현지에서 공연하며 많은 분께 들려드리고 싶다. 또한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에 맞춰 끊임없이 발전하며 한국과 중남미를 잇는 연결고리 역할을 이어가고 싶다. 한국의 아티스트들이 멕시코에 진출할 기회를 만들어주는 든든한 조력자가 되는 것이 다음 목표다.
김연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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