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드라마와 영화에서 깊은 인상을 남기는 인물들을 ‘씬 스틸러’라고 부른다. 드라마 ‘도깨비’에서 담임 선생님 역할로 눈도장을 찍은 배우 김난희가 이번에는 MBC 일일드라마 ‘태양을 삼킨 여자’의 ‘양말숙’ 캐릭터로 열연했다. ‘연인’, ‘굿파트너’ 등 다채로운 역할로 대중에게 얼굴을 알린 그는 이번 작품에서 배신, 복수 등 복합적 감정을 진정성 있게 풀어냈다.
인터뷰를 통해 연극, 영화, 드라마를 아우르는 그의 연기 열정을 들어봤다. 김난희는 연기는 할수록 어려워 자기 계발이 필요하다고 밝히며 배우로서의 자세를 전했다. 배우와 엄마로서 치열하게 살아가는 김난희의 진솔한 이야기를 만나본다.
“연극 무대와 매체를 넘나들며 열심히 활동하고 있는 배우 김난희이다”
Q. 요즘 근황
“아들이 고3이라 수능을 봤다. 1년 동안 수험생 엄마 코스프레에 최선을 다했다. 지금은 시원섭섭한 마음을 잘 달래고 있다. 배우 김난희로서는 올해 초부터 연극을 시작으로 일일드라마, 미니시리즈까지 바쁘게 달려왔다. 연기할 수 있음에 감사하며 열심히 한 스스로에게도 칭찬해 주고 싶다”
Q. 드라마 ‘태양을 삼킨 여자’ 출연 소감은?
“열정 넘치는 감독님과 자분자분 후배들을 지켜봐 주신 선배님들 그리고 누구 하나 모나지 않은 후배들과 즐겁게 촬영했다. 서로 배려하는 마음이 느껴지는 촬영 현장이었고 7개월 정도 함께 하다 보니 정이 많이 들어서 헤어질 때 아쉬웠다”
Q. ‘태양을 삼킨 여자’ 캐스팅 과정은?
“감독님과는 이미 전작을 함께 한 경험이 있다. 올해 새로운 작품을 하신다는 소식을 듣고 굉장히 적극적으로 어필했다. 감독님과 다시 한번 작품을 꼭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감독님께서도 제 연기 스타일을 알고 계셨기 때문에 ‘양말숙’ 역할에 어울린다고 생각하시고 좋은 기회를 주신 것 같다”
Q. ‘양말숙’ 캐릭터를 소화하기 위해 했던 노력은?
“작가님이 써 놓으신 ‘양말숙’ 캐릭터를 바탕으로 말투, 표정, 자세, 걸음걸이 등 구체적인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보이스 톤, 높낮이, 말의 템포를 잡는 것 외에도 양말숙의 개인 스토리를 노트에 적어보기도 했다. 특히 말의 톤을 높이고 빠른 템포로 대사를 전달하는 데 신경을 썼다. 다양한 표정을 구사하는 데 중점을 두기도 했다. 한편으로는 자칫 깍쟁이처럼 보일까 봐, 말할 때 밉게 보이지 않도록 주의 깊게 모니터링했다”

Q. 촬영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이나 에피소드
“극 중 남편으로 출연하는 박철민 선배님과 케미를 살리기 위해서 부단히 노력하고 연습했다. 촬영 중 박치기 씬이 있었는데 선배님께서 워낙 열정이 넘쳐 너무 세게 박치기를 했다. 그 결과 제 이마가 혹독한 시련을 겪었다. 그날 촬영 분량이 많이 남아 있어서 이마에 크게 부풀어 오른 혹을 얼음찜질로 가라앉히고 특수분장 수준의 메이크업으로 간신히 감췄던 기억이 있다”
Q. 배우들과의 호흡
“박철민 선배님과 함께하는 씬이 많았다. 워낙 열정적이고 성실히 임하시는 분이라서 같이 장면에 대해 연구하고 끊임없이 대사를 맞춰봤다. 선배님이 주로 리드하셨고, 선배님과 연기 호흡을 맞춰서 ‘양말숙’이라는 캐릭터가 더 빛날 수 있었던 것 같다”
Q. 연기 활동의 원동력은?
“가장 큰 원동력은 가족, 그중에서도 아들이다. 사실 저는 어린 시절부터 배우가 되는 게 꿈이었고, 연기를 하며 살아가고 싶었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았고 포기하고 싶은 순간도 많았다. 그런데 어느 순간 제가 엄마라는 사실이 제 머리를 ‘꽝’ 치는 기분이 들었다. 그때 아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엄마가 되어야겠다고 생각했다. 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사는 모습, 도전하는 엄마, 자기 삶을 사랑하는 당당한 엄마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그래서 오디션에 떨어져 낙심할 때도 매번 오뚜기처럼 다시 일어난다. 생계형 배우의 도전은 계속된다. 배우의 자리에서 아들의 든든한 엄마가 되는 게 또 하나의 꿈이다”
Q. 배우의 길을 걷게 된 특별한 계기
“특별한 계기는 없다. 어렸을 때 아버지가 노래를 자주 시켰다. 곧잘 불렀고, 사람들 앞에 서는 걸 좋아했다. 듣는 사람들도 좋아해서 스스로 대단한 재능이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가수도 하고 배우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돌이켜보면 우물 안 개구리랄까. 재능이 많은 것 같진 않다. 부단히 노력하는 쪽이다. 연기는 하면 할수록 잘 모르겠고, 더 어렵고 부족하게만 느껴진다. 배우는 끊임없이 배우고 자기 계발, 자아 성찰이 필요한 것 같다”
Q. 가장 애착이 가는 캐릭터는?
“아무래도 저라는 배우의 존재를 세상에 알리게 해 준 ‘도깨비’ 담임 선생님 캐릭터가 애착이 간다. 그때 욕 많이 먹었는데, 다시 욕먹는 캐릭터 해보고 싶다. 욕먹어도 기분이 좋았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오컬트 장르를 좋아해서 꼭 해보고 싶다. ‘더 글로리’에서 염혜란 배우가 연기한 ‘강현남’ 역할 같은 배역을 정말 해보고 싶다. 복수를 제대로 해보고 싶은 마음이 있어서 꼭 기회가 오길 소망한다”

Q. 연기에 대한 열정을 유지하는 비결은?
“생계형 배우에게 연기 열정이 식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끊임없이 도전해서 역할을 따내야 한다. 평생 연기만 해오신 선생님들처럼 저도 평생 연기만 하다가 죽고 싶다. 진짜 좋은 배우가 되는 게 꿈이다. 그래서 멈추지 않고 도전한다. 감각을 잃지 않으려고 배우고 공부하며 자기 관리한다. 점점 까다로워지는 것 같다. 주변에 있는 선생님, 선배님, 후배로부터 많이 자극받는 스타일이다. 나는 어떤가? 자꾸 묻게 된다. 나 자신을 돌아보는 게 열정을 유지하는 비결이 아닐까 싶다”
Q. 가장 큰 영향을 받은 작품이나 인물이 있다면?
“좋은 작품, 인상적인 인물이 너무 많아서 딱 하나를 꼽기는 어렵다. 순간순간 감동받고 덕분에 늘 많이 배우고 저 자신을 돌아본다. 난 과연 잘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이 늘 마음속에 있다. 요즘은 깨우침이 많은 만큼 감동도 더 잘 받는다. 현장에서 귀감이 되는 배우를 보면 ‘나도 저런 사람이 되어야지’하고 기억해 둔다”
Q. 촬영이 없을 때는 무엇을 하는가?
“산에 가거나 작년부터 시작한 러닝을 한다. 카페에서 멍때리거나 책을 읽으며 기분을 전환하는 편이다”
Q. 함께 작업하고 싶은 동료 배우가 있다면?
“아직 못 만난 배우가 너무 많다. 어떤 배우든 만나서 그 배우의 연기를 통해 자극받고 설레고 싶다. 얼마나 즐거운 작업이 될까, 상상만으로도 즐겁다”
Q. 어떤 배우로 기억되고 싶은가?
“진지하게 생각해 본 적은 없지만, 믿고 보는 배우면 좋겠다. 연기 잘하는 배우로 기억되면 진심으로 좋을 것 같다”
Q. 앞으로의 계획은?
“넷플릭스 드라마 촬영 준비 중이다. 분량이 많지 않지만, 의미 있는 작업이 될 것 같다. 앞으로 더 노력하는 배우가 되겠다”
김연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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