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ccer

손흥민 토트넘 뜨거운 귀환

박지혜 기자
2025-12-10 07:32:33
“여러분을 잊지 않겠습니다”…손흥민, 4개월 만에 ‘집’ 토트넘 찾아 뜨거운 작별
10년 454경기 173골 레전드, 홈커밍 행사로 팬들과 감동의 재회
기사 이미지
손흥민 토트넘 뜨거운 귀환 (사진=토트넘 SNS)

손흥민(33·LA FC)이 약 4개월 만에 ‘집’으로 돌아왔다.

회색 롱코트 차림으로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 그라운드에 걸어 들어온 그는 잠시 주변을 둘러보며 감회에 젖었다. 전광판에 그의 얼굴이 뜨자 6만여 관중은 동시에 일어나 기립박수를 보냈다. 10년 동안 454경기 173골을 기록하며 프리미어리그 득점왕과 유로파리그 우승을 일궈낸 ‘한국산 특급 골잡이’를 향한 뜨거운 환대였다.

손흥민은 10일(한국시간) 영국 런던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열린 슬라비아 프라하와의 UEFA 챔피언스리그 리그 페이즈 6라운드 경기를 앞두고 구단이 마련한 홈커밍 행사에 참석했다. 지난 8월 MLS LA FC로 이적하며 팬들에게 제대로 된 작별 인사를 남기지 못했던 그는 4개월여 만에 북런던을 찾아 약속을 지켰다.

마이크를 잡은 손흥민은 떨리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안녕하세요 여러분, 손흥민입니다. 여러분이 저를 잊지 않기를 바랐어요. 믿기 힘들 만큼 놀라운 10년이었습니다.” 짧은 인사에 경기장은 다시 함성으로 가득 찼다.

“난 언제나 스퍼스일 것입니다. 여기는 항상 나의 집입니다. 여러분을 잊지 않겠습니다. 항상 여러분과 함께하겠습니다. 언제든 LA를 방문해주세요. 여러분을 사랑합니다.” 감격에 겨운 손흥민의 말이 끝나자 관중석에서는 ‘COYS(Come On You Spurs)’ 응원 구호와 함께 우레와 같은 박수가 터져 나왔다.
기사 이미지
손흥민 토트넘 뜨거운 귀환 (사진=토트넘 SNS)

토트넘의 레전드 수비수 레들리 킹이 그라운드로 나와 수탉 엠블럼 형태의 트로피를 전달하며 헌정 행사는 절정에 달했다. 구단은 손흥민이 유로파리그 우승으로 남긴 상징성을 강조했다. 팬들은 ‘웰컴 백 홈 쏘니’라고 적힌 팻말과 응원가로 답했다.

대형 스크린에는 가레스 베일의 영상 메시지가 재생됐다. “마지막 시즌에 트로피를 들고 떠나는 선수는 많지 않다. 넌 진짜 살아있는 전설이다. 토트넘의 리빙 레전드로서 받는 찬사는 당연한 것이다. 오늘 밤을 즐겨라. LA FC에서도 트로피를 들어 올리는 모습을 보고 싶다.” 2020-2021시즌 함께 뛰었던 베일의 진심 어린 축하였다.

토트넘은 손흥민을 위해 특별한 선물도 준비했다. 스타디움 인근 토트넘 하이로드 건물 외벽 전체에 대형 벽화를 제작한 것. 유로파리그 트로피를 들어 올리는 모습, 트레이드마크인 ‘찰칵 세리머니’, 태극기를 두른 모습이 담긴 벽화에는 ‘토트넘의 전설 손흥민’이라는 문구가 새겨졌다.

경기 전 벽화를 찾은 손흥민은 “특별한 기분이다. 이 유산이 사라지지 않고 토트넘에 영원히 남길 바란다. 좋은 선수, 좋은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다”며 벽화에 직접 서명을 남겼다.

손흥민은 2015년 8월 토트넘 입단 후 공식전 454경기 출전 173골을 기록하며 클럽 역대 최다 득점 5위에 이름을 올렸다. 2021-2022시즌 EPL 득점왕(23골), 지난 시즌 유로파리그 우승 주역으로 활약하며 명실상부한 ‘레전드’로 자리매김했다.

손흥민의 방문은 토트넘에 단순한 추억 이상의 의미를 지녔다. 현재 토트넘은 미드필더 이브 비수마의 이산화질소 흡입 스캔들로 팀 분위기가 어수선한 상황이다. 영국 BBC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비수마는 이산화질소 흡입 의혹과 함께 지각 문제 등 훈련 태도 논란에 휩싸여 구단 조사를 받고 있다.

이러한 혼란 속에서 손흥민의 귀환은 팬들에게 큰 위안이 됐다. UCL 16강행을 위한 중요한 경기를 앞두고 팀 분위기를 다잡는 동시에, 전설적인 선수에 대한 예우를 통해 팬들의 마음을 달랬다는 평가다.

손흥민이 라커룸으로 향할 때까지 환호는 계속됐다. 그는 제임스 매디슨, 굴리엘모 비카리오 등 몇 달 전까지 함께 뛰던 동료들과 짧은 인사를 나눴다. 이날만큼은 LA FC 공격수도, 한국 대표팀 주장도 아닌 토트넘의 ‘10년 상징’으로 존재했다.

“항상 여러분과 함께하겠다. LA에서도 기다리겠다.” 손흥민은 마지막 인사를 남기며 그라운드를 떠났다. 눈시울이 붉어진 그의 모습에 팬들은 다시 한 번 기립박수로 화답했다. EPL 사무국도 이날 공식 SNS를 통해 “손흥민, 영웅의 환영을 받다”라며 벽화 사진과 함께 그의 귀환을 조명했다.

박지혜 기자 bjh@bn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