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네 한 바퀴'는 광주 해물갈비찜 식당, 1913송정역시장의 홍어국숫집, 무등산 떡갈비 한정식 맛집, 청춘발산마을의 샌드위치 가게까지 광주의 다채로운 맛을 찾아 떠난다.

광주가 어디 있느냐고 물으면 무등산 아래에 있다고 대답하고, 무등산이 어디 있느냐고 물으면 광주에 있다고 말한다. 광주 사람들이 이 땅에 터를 잡기 시작할 때부터 무등산은 늘 곁을 지키는 버팀목이었고, 쉼을 건네는 안식처였다.

▶방직공장 여공 할머니들과 청춘을 나누는 마을
광주의 동·서·남·북구가 만나는 지리적 요충지, 서구 양동. 일제강점기부터 큰 시장과 상업지구가 자리하며 광주 도심 확장의 출발점이 됐다. 1935년 일제가 설립한 방직공장은 해방 이후 방추 3만 5천 개와 직기 1,400대를 가동하며 호남 최대 제조공장으로 성장했다. 광주천 건너 방직공장들이 잇따라 들어서자 팔도에서 가진 것 없는 청춘들이 일자리를 찾아 양동으로 모여들었고, 싼 셋방을 찾아 자연스레 언덕 위 발산마을에 판자촌을 이루었다. 한때 여공들로 북적이던 발산마을은 방직산업이 사양기에 접어들며 함께 쇠락했고, 공장이 모두 이전한 뒤로는 광주의 산업화 흔적만 남긴 채 사라지는 듯했다.
그러던 2015년, 도시재생사업을 계기로 청년들이 마을에 들어오며 ‘청춘발산마을’이라는 새 이름과 함께 다시 숨을 틔우기 시작했다. 그 흐름 속에 2018년 청년 지원사업으로 마을에 샌드위치 가게를 연 이미옥 사장님. 새벽마다 혼자 주문을 소화하느라 고군분투하던 청년 사장에게 전직 여공 할머니들이 하나둘 손을 보태며 이른바 ‘할벤저스 아르바이트 군단’이 만들어졌단다. 덕분에 샌드위치 가게도 자리 잡았을 뿐만 아니라, 이곳에서 남편도 만나 아이를 낳으며 둥지를 틀었다는데. 과거 여공으로 치열하게 청춘을 보냈던 할머니들과 새로운 시작을 한 청춘들이 함께 만들어가는 청춘발산마을. 그 온기가 담긴 샌드위치를 맛본다.

▶임방울거리 골목형 상점가의 칠전팔기 해물갈비찜 가족
지금의 식당이 자리 잡기까지 전자제품 판매장부터 옷 가게까지 안 해본 일이 없다는 이금희 사장님 부부. 그러다 2003년, 지금의 식당을 열며 다시 도전에 나섰단다. 돈 한 푼 없이 시작했기에 인테리어 공사부터 직접 한 것은 물론. 초장·맛간장·발효식초까지 모든 양념을 손수 만들어가며 입소문을 탔다는데. 그러나 2019년 확장 리모델링 직후 코로나19가 닥치며 큰 위기를 맞았지만,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이사장 박성효) 정책자금 지원과 인근 군부대 가족들, 상인회의 응원 속에 다시 일어설 수 있었단다. 지금은 임방울거리 골목형 상점가의 대표 가게로 자리 잡은 칠전팔기 가족의 이야기를 만난다.

▶반백 년 외길, 꽃살창호를 꽃피우다
매화꽃이 땅에 떨어진 형국의 명당, ‘매화낙지형(梅花落地形)’에서 유래했다는 북구 매곡동. 이곳에 56년 경력의 꽃살창호 명장, 임종철 씨의 공방이 자리하고 있다. 창호는 단순히 공간을 나누는 문이 아니라, 문살의 문양을 통해 의미와 상징을 담아온 전통공예인데. 그중에서도 사찰의 전각에 쓰이는 꽃살창호는 전통창호의 백미로 꼽힌다. 문살 배치에 맞춰 문양을 정교하게 그려 넣은 뒤,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짜맞춰야만 비로소 완성되기 때문. 증심사·해인사 등 국가중요유산의 창호를 제작하며 대한민국 명장의 자리에 오른 임종철 장인. 내소사 꽃살창호를 보고 경탄했던 그 마음을 담아, 다음 세대에도 지금의 아름다움이 전해지길 바라는 사명감으로 꽃살창호를 만든다는데. 그 손끝에서 이어지는 호남 공예의 자부심을 느껴본다.

▶ 3년 만에 다시 찾은 홍어국숫집

▶시민들이 지켜낸 예향의 정신 – 전국 유일 90년 단관극장
광주광역시 행정·금융 중심지인 금남로를 따라 걷다 보면 한국에서 가장 오래된 단관 극장을 만나게 된다. 1935년 개관 이후 광주 시민들의 추억과 시간을 품어온 극장으로, 이곳만의 명물인 손간판을 볼 수 있다. ‘국내 마지막 간판 화가’로 불리는 박태규 화백이 지금도 직접 붓을 잡고 있으며, 2015년부터는 ‘시민간판학교’를 운영해 광주극장과 영화를 사랑하는 시민들과 함께 손간판 전통을 함께 이어가고 있다. 광주 시민들의 자부심이 된, 90년 역사의 전국 유일 단관극장에서 광주가 품은 예향의 정신을 마주해본다.

▶참말로 게미져라~ 한식 달인 가족의 남도식 떡갈비 한정식
무등산 장원봉 아래 자리한 지산동에는 남도식 밥상의 진수를 선보이는 한정식집이 있다. 떡갈비를 시키면 나오는 반찬만 해도 대략 20여 가지. 여기에 40년 한식 한 우물을 파 명인 타이틀을 얻은 장모님과 31살에 호남 최연소 조리기능장을 딴 사위, 그리고 조리학 박사인 딸까지 합세해 만드는 떡갈비는 한우 갈빗살만을 다져 만들어 부드러운 식감이 남다르다는데. 또한 보리새우, 육젓, 생새우는 물론 청각과 갓을 아낌없이 더한 남도식 김치는 엄연히 식탁의 중심. 겨울 한 철에만 1,000포기씩 담그는 일이 연례행사처럼 이어진단다. 한식에 진심인 가족의 연륜과 실력이 쌓인 게미진 떡갈비 한 상을 맛본다.

▶서창 감성 전망대에서 누리는 장엄한 공연
전남 최대의 강 영산강을 따라 펼쳐진 3.5km의 서창억새길. 올해 10월, 물결 위로 날아오르는 듯한 나비 모양의 전망대가 새롭게 문을 열면서 새로운 노을 명소로 떠올랐다. 광활한 은빛 억새밭과 영산강의 탁 트인 풍경, 붉게 물드는 하늘이 어우러지는 황홀한 순간을 다 함께 나눠 본다.
별일 없이 모이고, 수시로 마음과 정을 나누며, 기어이 따순 온기를 꽃처럼 피워내는 정다운 사람들의 이야기는 12월 6일 토요일 저녁 7시 10분 '동네 한 바퀴' [348화 나누고 산다 – 광주광역시] 편에서 공개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