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관 4명 중 1명 고발·3명 수사 의뢰, 전원 징계 권고

국가인권위원회가 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을 수사하던 민중기 특별검사팀의 조사를 받은 뒤 숨진 양평군청 공무원 사건과 관련해 특검 수사관을 직권남용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기로 결정했다.
인권위는 1일 오후 제22차 임시전원위원회를 열고 82쪽 분량의 직권조사 결과 보고서를 의결했다. 조사 결과 특검 조사 과정에서 고인에게 진술을 강요하는 등 강압 수사 정황이 확인됐다는 것이 인권위의 판단이다.
김용직 인권위 비상임위원은 “검찰총장에게는 고인을 조사했던 수사관 중 1명을 형법상 직권남용 혐의로 고발하고, 나머지 3명을 수사 의뢰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수사 의뢰 대상 3명 중에는 특검9팀 팀장 1명과 참여조사관 2명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인권위는 팀장의 경우 팀에 의해 이뤄진 부적절한 조사 행위에 대한 관리·감독 책임을, 참여조사관들의 경우 직권남용 행위를 방지하지 못한 책임을 물었다.
동시에 인권위는 경찰청장에게 이들 수사관 4명 모두에 대해 징계 조치를 권고했다.
인권위가 직권남용을 판단한 핵심 근거는 고인이 남긴 21장 분량의 일기 형식 유서다.
지난 10월 4일부터 9일까지 작성된 유서에는 ‘안 했다고 했는데 계속 했다고 해라’ ‘누가 시켰다고 해라’ ‘계속 다그친다’ ‘반말로 이야기한다’ ‘회유·압박이 너무 힘들다’ 등의 내용이 담겨 있었다.
조 과장은 “실제 이야기하지 않았다면 모를 만한 내용이 유서에 포함됐다고 판단했다”며 “유서에서 나온 표현들을 직권남용으로 봤다”고 말했다.
인권위는 또한 고인이 피의사실이 구체적으로 적시되지 않은 출석 요구 통지를 받았고, 4차례에 걸친 급박한 출석 일정 변경이 있었으며, 실제 조사시간 8시간 48분, 총 조사시간 14시간 37분 등 수사준칙 기준을 초과했다고 지적했다.
이번 인권위 결정에 대해 고발 당사자를 비롯한 특검 수사관들은 강압 행위가 없었다고 반박한 것으로 전해졌다.
인권위 내에서도 일부 위원들은 유서 내용만으로 직권남용을 판단할 수 없다는 이유 등을 들어 반대표를 던진 것으로 알려졌다.
인권위는 양평경찰서장에게 고인의 부검 및 유서 업무를 담당했던 경찰관 2명에 대해 자체 직무교육을 실시할 것을 권고했다. 해당 경찰관들은 유족에게 고인의 유서 원본·사본 제공을 거부했고, 사망 후 3일이 지나서야 사본 일부를 필사 형태로만 제공한 것으로 드러났다.
인권위는 이에 대해 “헌법에서 보장한 유족의 가족 사생활 통제권을 침해했다”고 판단했다.
또한 국회의장에게는 향후 특검법 제정 시 수사 과정에서 인권 보호를 위해 수사 관계자들이 준수해야 할 사항을 규정하거나, 인권 수사 관련 타 법령상 규정들을 준용하도록 하는 조항을 포함할 것을 권고했다.
민중기 특검에게는 향후 피의자 조사 시 인권 수사 규정을 준수해 피의자들의 수사절차상 권리를 두텁게 보호할 것을 권고했다.
양평군청 공무원 조모씨(50대)는 김건희 여사 일가의 ‘양평 공흥지구 개발 특혜’ 의혹과 관련해 민중기 특검팀의 조사를 받던 중 지난 10월 10일 오전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조씨는 조사 8일 만에 극단적 선택을 했다.
당시 현장에서는 강압, 회유, 특정 진술 강요 등의 내용이 담긴 메모와 유서가 발견돼 특검의 강압 수사 여부를 두고 사회적 논란이 확산됐다. 이에 인권위는 지난 10월 23일 특검에 직권조사 개시를 통보하고 조사팀을 꾸려 조사를 진행해왔다.
박지혜 기자 bjh@bntnews.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