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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우드 3관왕 ‘피렌체’ 투자자 강광민 “감독 순수성 지키려 전액 투자 결심” [인터뷰]

김연수 기자
2025-10-28 17:0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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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우드 3관왕 ‘피렌체’ 투자자 강광민, “감독 순수성 지키려 전액 투자 결심” (사진: bnt뉴스 DB)


영화는 시대를 비추는 거울이자, 대중의 삶에 깊은 공감과 간접 경험을 선사하는 문화 콘텐츠로 자리 잡았다. 이러한 영화가 세상에 나오기까지는 창작자와 배우, 스태프들의 묵묵한 노력이 필요하다. 그리고 이들을 지원하는 숨겨진 조력자, 바로 투자자의 역할이 절대적이다. 

최근 한국 영화가 침체기를 겪는 가운데, 대중성보다는 순수성과 작품성에 집중한 예술영화 한 편이 해외에서 큰 상을 받아 화제다. 중년의 고독과 삶의 의미를 되돌아보게 하는 영화 ‘피렌체(감독 이창열)’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피렌체’는 올해 ‘글로벌 스테이지 할리우드 영화제’에서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3관왕이라는 영예를 안으며 한국 영화의 가능성을 세계에 입증했다. 

저예산 순수 예술 영화의 가능성에 전폭적인 지지와 응원을 아끼지 않은 투자사 케이팬덤의 강광민 대표를 만나 뚝심 있는 투자 비하인드 스토리와 문화 콘텐츠에 대한 그의 소신을 들어봤다. 강 대표는 베스트셀러 도서 ‘비행기’의 작가이자 문화 콘텐츠 관련 강연자로도 활동하며 국내외 한국 문화를 알리는 데 힘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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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우드 3관왕 ‘피렌체’ 투자자 강광민, “감독 순수성 지키려 전액 투자 결심” (사진: bnt뉴스 DB)


글로벌 스테이지 할리우드 영화제에서 큰 상을 품에 안은 강 대표는 “영광스러운 무대에서 큰 상을 받게 되어 기쁘다”라며 말문을 열었다. 그는 “그는 피렌체 작품에 아낌없는 지지와 응원을 보내주신 심사위원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라며 “앞으로도 더 좋은 작품으로 여러분의 사랑에 보답하겠다”라고 수상 소감을 전했다.  

이어 그는 영화제 기간 중 가장 특별히 기억에 남는 순간으로 무대에 올라 수상하던 때를 꼽았다. 강연을 위해 수많은 무대에 서 본 경험이 있지만, 미국 할리우드에서 큰 상을 받고 심지어 3관왕을 한 것은 의미가 남다르다고 소회를 밝혔다. 

그 감격이 더욱 벅찼던 이유는 수상의 기쁨을 누리기 전 투자자로서 많은 고민이 있었기 때문이다. 강 대표는 “영화 제작 과정에서 나름대로 애환이 많았기에 무대에 섰을 때 마음이 울컥했다”라며 당시를 회상했다. 그는 “갖은 어려움 끝에 세상 밖에 나온 영화가 좋은 결과를 거둬 감정이 벅차올랐던 기억이 있다. 그 과정들이 주마등처럼 떠오르는 뭉클한 자리였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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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우드 3관왕 ‘피렌체’ 투자자 강광민, “감독 순수성 지키려 전액 투자 결심” (사진: 강광민 대표)


최근 한국 영화 시장 상황이 녹록지 않은 만큼, 이런 시점에 예술 영화인 ‘피렌체’ 투자를 결심한 그의 선택은 단연 눈길을 끈다. 강 대표는 이창열 감독과의 첫 미팅에서 문화적 미래와 비전에 관해 소통하며 가까워졌다고 설명했다. 특히, ‘피렌체’가 이 감독이 직접 작성한 시나리오라는 이야기에 ‘연출자의 순수성을 지켜주고 싶다’는 생각이 투자 결심의 가장 큰 계기가 됐다는 솔직한 감정을 전했다.

영화가 잘 만들어질 수 있었던 것은 ‘역할 분담’이 명확했기 때문이다. 강 대표는 “본인은 투자자로, 감독님은 연출자로서 역할을 확실히 분담하는 것이 협업의 포인트였다”라고 말했다. 그는 제작팀으로부터 지출 내역서를 전달받았으나, 이를 영화 제작팀의 고유 역할이라고 판단하고 직접적인 개입을 자제했다. 하나부터 열까지 관여하는 것이 오히려 감독의 권한을 침해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대신 그는 “스스로 요청된 자본을 잘 마련해 전달하는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려 노력했다”라고 밝히며, 제작팀이 온전히 작품에 전념할 수 있도록 돕는 데 집중했음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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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우드 3관왕 ‘피렌체’ 투자자 강광민, “감독 순수성 지키려 전액 투자 결심” (사진: bnt뉴스 DB)


강광민 대표가 이끄는 회사 ‘케이팬덤’은 한류 문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을 의미한다. 강 대표는 “문화적 가치에 힘을 보태는 것이 자신이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며 자신의 소신을 밝혔다. 또한 “4차 산업혁명 시대가 되면서 세상 모든 것이 변화하는 데 유일하게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면 문화가 아닐까 싶다”라며 “AI 기술 발전에 따라 인간과 AI가 협업하는 체계를 모색해 더 나은 콘텐츠를 만들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개봉을 앞둔 영화계의 현실에 대한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강 대표 역시 “요즘 영화관을 찾는 관객이 거의 없어 영화관이 문을 닫고 있는 상황을 잘 알고 있다”라며, “사람의 마음을 끌 수 있는 마케팅 방법을 고민 중”이라고 전했다. 그는 ‘피렌체’가 대중의 시선을 사로잡는 기획과 홍보를 진행해 영화 업계에 긍정적인 바람을 불러일으키는 스타트 역할을 했으면 하는 소망을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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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우드 3관왕 ‘피렌체’ 투자자 강광민, “감독 순수성 지키려 전액 투자 결심” (출처: 영화사 순수)


끝으로 강 대표는 앞으로의 목표와 비전을 묻는 질문에 “문화적으로 대한민국에 꽃 피우는 역할”을 할 수 있다면 좋을 것 같다고 답했다. 신인 발굴과 국가 문화에 이바지하고 싶은 마음이 큰 그는, 앞으로도 이창열 감독과 몇 편의 영화를 함께 작업할 예정이라고 전해 기대감을 높였다. 

강 대표는 인터뷰를 통해 ‘피렌체’를 스토리텔링이 탁월한 영화라고 소개했다. 주인공이 젊은 시절 절친했던 친구의 기대를 저버렸던 일을 후회하며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는 영화라며, 개인적으로 공감한 부분이 많다고 밝혔다. 그의 말처럼 오는 11월 26일 개봉을 앞둔 ‘피렌체’는 바쁜 일상을 살아가는 관객들에게 깊은 울림을 선사할 것으로 기대된다. 

김연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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