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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3연패 악몽, 1위 결정 한화 손에

LG트윈스, 3연패로 자력 우승 실패…한화에 운명 넘겨
85승 3무 56패로 시즌 마감, 1위 결정은 한화 남은 경기에 달려
박지혜 기자
2025-10-01 22:2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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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3연패 악몽, 1위 결정 한화 손에 (사진: 연합뉴스)

프로야구 선두 LG트윈스가 믿기 어려운 결과를 맞았다. 1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5 신한 SOL Bank KBO리그 NC다이노스와의 정규시즌 최종전에서 3-7로 패하며 자력 우승 기회를 날려버렸다.

이날 패배로 LG는 시즌을 3연패로 마감했다. 최종 전적은 85승 3무 56패를 기록했다. 8월 7일 1위 탈환 이후 56일간 지켜온 선두 자리의 주인을 스스로 결정하지 못하게 됐다. 이제 정규시즌 1위의 운명은 2위 한화 이글스의 손에 넘어갔다.

한화가 이날 SSG 랜더스전과 3일 KT 위즈와의 최종전에서 모두 승리할 경우, 한화는 85승 3무 56패가 되어 LG와 동률을 이룬다. 이 경우 1위 결정전이 열리게 된다. 2020년 타이브레이커 제도 부활 후 2021년 KT와 삼성이 치른 이후 4년 만이다. 반대로 한화가 남은 2경기 중 한 경기라도 지면 LG가 정규시즌 1위를 확정한다. LG로서는 시즌 막판 3연패의 악몽이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초조하게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다.

LG의 위기는 예고됐다. 9월 26일부터 대전에서 시작된 2위 한화와의 3연전 직전까지만 해도 매직넘버를 3으로 줄이며 우승이 거의 확정된 분위기였다. 하지만 한화가 끈질긴 추격으로 2승 1패 위닝 시리즈를 만들며 판도가 급변했다. 특히 갑자기 식어버린 LG 타선이 결정타였다. 9월 29일 대전 한화전에서 6안타 3득점, 30일 3안타 무득점에 이어 이날도 4안타 3득점에 그치며 3경기 연속 부진에 빠졌다. 시즌 내내 강력했던 화력이 가장 중요한 순간에 침묵했다.

이날 경기에서 NC는 전날 에이스 구창모를 소진한 상태였지만, 불펜 데이 전략으로 완벽하게 LG를 막아냈다. 선발 김태경이 1이닝 1실점, 그것도 비자책으로 임무를 마친 뒤, 좌완 김영규가 3이닝 무실점, 전사민이 3이닝 퍼펙트 피칭으로 철벽을 구축했다. 특히 전사민은 전날 1⅔이닝 25구를 던진 후 하루 만에 다시 마운드에 올라 3이닝 41구로 단 한 명의 주자도 내주지 않는 역투를 펼쳤다. 5회부터 7회까지를 완벽하게 틀어막으며 NC의 8연승을 이끈 숨은 영웅이었다.

경기는 1회말 LG가 먼저 포문을 열었다. 2사 후 오스틴이 볼넷으로 출루했고, 투수 견제 실책으로 2루까지 진루했다. 김현수가 우익선상으로 적시타를 날려 선취점을 뽑아냈다. NC는 3회초 김주원이 안타로 출루한 뒤 2루와 3루를 연속으로 훔치는 대담한 플레이로 분위기를 바꿨다. 최원준이 우전 적시타로 1-1 동점을 만들었다.

NC의 역전은 4회초에 이뤄졌다. 1사 후 권희동이 좌전 안타, 서호철이 몸에 맞는 볼, 김휘집이 다시 좌전 안타로 출루하며 1사 만루 찬스를 만들었다. 김형준이 중전으로 2타점 적시타를 터뜨리며 3-1 역전에 성공했다. 5회초에는 다시 1사 만루 상황에서 서호철의 내야 땅볼로 1점을 추가해 4-1로 벌렸다.

LG 마운드는 점차 무너졌다. 선발 요니 치리노스가 4이닝 7피안타 1사사구 4탈삼진 3실점으로 아쉬운 모습을 보였고, 뒤를 이은 손주영도 1⅔이닝 1실점으로 흔들렸다. 반면 NC는 8회초 대폭발을 일으켰다. 천재환의 좌익선상 2루타로 시작된 공격은 연속 볼넷으로 1사 만루를 만들었고, 데이비슨의 희생플라이로 1점, 권희동의 2타점 적시타로 2점을 추가하며 7-1로 경기를 사실상 끝냈다.

LG는 8회말 신민재의 우익선상 2루타와 오스틴의 희생플라이로 2점을 만회했지만 역부족이었다. 2사 3루에서 김현수가 유격수 뜬공으로 물러나며 추격은 거기서 멈췄다. NC 마무리 김진호가 마지막 아웃카운트를 잡아내며 승리를 확정지었다.

NC는 이날 승리로 70승 6무 67패를 기록하며 5위 자리를 사수했다. 지난 21일 광주 KIA전을 시작으로 8연승 질주를 이어가며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가을야구 진출을 목전에 뒀다. 오는 3일 창원에서 열리는 SSG와의 시즌 최종전에서 승리하면 자력으로 5위를 확정짓고 와일드카드 결정전 티켓을 거머쥐게 된다. 시즌 막판 무서운 상승세로 KT 위즈를 따돌리고 있다. 최원준이 5타수 3안타 1타점, 김휘집이 3타수 2안타, 김형준이 5타수 1안타 2타점을 기록하며 맹타를 휘둘렀고, 불펜진이 완벽한 릴레이로 화답하며 시즌 최장 연승 행진을 이어갔다.

올 시즌은 여러 면에서 역대급으로 기억될 전망이다. 개막 전 우승 후보로 꼽히던 디펜딩 챔피언 KIA 타이거즈가 8위로 추락했고, 전반기 3위 롯데 자이언츠는 후반기 12연패로 무너지며 8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 실패의 쓴잔을 들었다. 반면 한화의 에이스 코디 폰세는 다승, 평균자책점, 승률, 탈삼진 투수 4관왕에 도전하고 있으며, 삼성의 르윈 디아즈는 KBO 리그 사상 외국인 최초로 50홈런 150타점을 동시 달성하며 MVP 경쟁을 펼치고 있다.

신인왕 경쟁도 치열하다. KT 안현민은 대체선수대비 승리기여도 7.00으로 야수 부문 1위를 달리며 타율 0.327, 출루율 0.444, 장타율 0.566을 기록했고, LG 송승기는 신인 자격으로 풀타임 선발 투수 역할을 해내며 11승 6패, 평균자책점 3.50을 기록해 막상막하의 경쟁을 벌이고 있다. 무엇보다 시즌 막판까지 1위와 5위가 결정되지 않는 초유의 상황이 펼쳐지며 팬들에게는 흥미진진한 볼거리를, 구단 관계자들에게는 피 말리는 긴장감을 선사하고 있다.

흥행 면에서도 대성공이다. 삼성이 164만여 명으로 최다 관중을 동원하는 등 7개 구단이 100만 관중을 돌파했으며, KBO 리그는 한국 프로스포츠 사상 최초로 1200만 관중 시대를 열었다.

오는 3일 한화가 수원에서 KT와 맞붙고, NC는 창원에서 SSG와 경기를 치른다. 한화가 KT전에서 승리하면 LG와 1위 결정전이 열린다. 패배하면 LG의 정규시즌 1위가 확정된다. NC는 SSG전에서 이기거나 KT가 지면 5위를 확정하고 와일드카드 결정전 진출이 결정된다. LG트윈스로서는 시즌 막판 3연패라는 악몽 속에서도 한화의 경기 결과를 기다리며 간절히 바라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56일간 지켜온 1위 자리의 주인이 누가 될지, 마지막 순간까지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는 2025 시즌이다.

박지혜 기자 bjh@bn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