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BC ‘메리 킬즈 피플’이 조력 사망에 대한 욕망과 실행 사이에서 고민하는 이보영의 절박한 ‘절규 엔딩’을 통해 묵직한 피날레를 안겼다.
먼저 우소정이 양신부(권해효 분)가 운영하는 마리아복지병원에서 원장으로 근무, 봉사를 해나가는 가운데 복역을 마친 최대현이 출소해 복지병원으로 복귀했다. ‘벤포나비탈 살인 사건’ 수사를 종결한 반지훈은 마리아복지병원을 후원하는 후원자로서 우소정과의 미묘한 관계를 이어갔다.
그러던 중 우소정은 암이 전이돼 극심한 고통에 시달리는 환자 김선주(김영옥 분)와 딸 영은(김국희 분)의 갈등을 보며 고민에 휩싸였다. 어린 시절 반지훈을 보살펴줬던 남다른 인연의 김선주와 영은은 힘들고 아픈 치료를 더 이상 받고 싶지 않다는 엄마와 빚에 시달려도 엄마에게 더 좋은 치료를 해주고 싶다는 딸의 입장으로 극명하게 대립했다.
결국 “치료 같은 거 받고 싶지 않아. 니 얼굴이나 실컷 보다가 가고 싶어”라는 김선주의 말에 영은은 엄마와의 마지막을 행복하게 보내기로 결심했지만, 갑작스럽게 치매 증세가 진행된 김선주는 반지훈에게 “나 너무 아파서 그만 살고 싶어”라며 안락사를 부탁했다. 엄마의 속마음을 알게 된 딸 영은은 우소정에게 김선주의 조력 사망을 요청했지만, 기억을 잃은 채 도로 한가운데에서 서 있는 엄마를 밀쳐내다가 대신 차에 충돌해 사망하고 말았다.
딸의 죽음 이후 넋을 잃은 김선주는 치매에서 잠시 정신이 든 순간 우소정에게 또다시 조력 사망을 부탁했고, 반지훈 또한 흔들리는 가치관을 드러냈다. 그때 구혜림(곽선영 분)이 우소정을 찾아와 또다시 사업을 제안하며 벤포나비탈을 선물로 남겼고, 혼자서 술을 마시던 최대현에게 역시 건강한 남편을 죽여달라며 광기 어린 미소를 지었다.
이와 관련 인간의 권리와 존엄성, 조력 사망이라는 사회적 화두로 무게감 있는 메시지를 던진 ‘메리 킬즈 피플’이 남긴 것들을 정리했다.
#인간의 삶과 죽음, 본질적인 철학적 질문으로 각별한 의미 남긴 ‘새로운 울림의 드라마’
‘메리 킬즈 피플’은 치료 불가능한 환자들의 조력 사망을 돕는 의사와 이들을 추적하는 형사의 이야기를 통해 조력 사망이라는 소재를 정면으로 다루며 지금 시대에 꼭 필요한 시의적절한 질문을 생각해 보게 만들었다.
극심한 고통 속에 마지막 선택을 스스로 내리고자 한 시한부 환자들과 그들의 고통을 줄여주고 싶은 가족들의 공감 어린 이야기는 인간이라면 언젠가는 맞닥뜨릴 마지막 순간인 ‘죽음’에 대해 환기하는 계기가 됐다. 특히 조력 사망과 관련해 ‘살인이냐 구원이냐’라는 다양한 시각과 의견의 갈등을 통해 인간 존엄성과 삶의 가치를 되짚어보게 했다. ‘메리 킬즈 피플’을 관통했던 삶과 죽음의 무게감 담긴 질문들은 오히려 ‘어떤 삶을 살 것인가’라는 각성을 일으키며 여느 드라마에서는 보기 드문 진정성 있는 의미를 전달했다.
이보영-이민기-강기영은 지금까지 선보인 적 없는 파격적인 변신을 통해 완벽한 캐릭터 소화력을 증명했다. 이보영은 환자를 살려야 한다는 사명감과 고통 속에 있는 환자의 마지막 선택을 존중하는 신념 사이에서 갈등과 고뇌를 거듭하는 독보적인 캐릭터 우소정의 복잡한 내면을 입체적으로 그려냈다.
이민기는 투철한 정의감이 넘치는 형사 반지훈의 본능적인 수사력과 올곧고 굳은 심지, 언더커버로 위장 잠입을 시도한 시한부 환자 조현우의 면모까지 탁월한 완급 조절 연기로 펼쳤다. 강기영은 환자를 향한 다정하고 따뜻한 인간미와 조력 사망에 대한 의지가 단단한 우소정의 조력자 최대현 역을 인간적인 매력을 극대화시킨 연기로 표현했다. 이보영, 이민기, 강기영은 색다른 장르, 새로운 캐릭터에 도전하며 몸을 사리지 않는 투혼의 열연을 선보여 “인생 캐릭터 경신! 캐릭터를 빛냈다”라는 찬사를 얻었다.
#서스펜스 장르적 묘미와 사회적 담론을 극적으로 결합한 새로운 장르 탄생
‘메리 킬즈 피플’은 기존 드라마에서 시도하지 않았던 조력 사망이라는 묵직하고 무거운 화두를 정면으로 파고들어 특별한 묘미를 안겼다. 조력 사망이라는 주제를 서스펜스에 녹여내며 심장을 두근거리는 긴장감과 어디로 튈지 모르는 기대감을 안겨주는 것은 물론 사회적 담론과 장르적인 흥미를 동시에 일으키는 새로운 특성의 장르를 탄생시킨 것.
특히 박준우 감독은 조력 사망을 행하려는 우소정과 최대현, 추격하는 형사 반지훈, 마약상 구광철(백현진 분), 경찰 내부의 배신자 안태성(김태우 분)에 이르기까지 캐릭터 플레이를 돋보이게 만드는 섬세한 연출력을 뽐냈다. 이수아 작가는 묵직한 메시지가 담긴 대사부터 치밀한 구성의 서사까지 현실적인 일상과 사회적 화두에 대한 무게감을 적절하게 담아냈다.
제작진은 “‘메리 킬즈 피플’에서는 조력 사망과 극심한 고통에 시달리는 환자들의 마지막 선택이라는 묵직한 화두를 통해 결국 ‘우리는 어떤 삶을 살 것인가’라는 질문을 남기고 싶었다”라며 “배우들과 제작진 모두 ‘메리 킬즈 피플’을 촬영하며 깊은 생각과 고민을 거듭하는 녹록지 않은 과정을 거쳤기에 의미가 남다르다. 시청자분들에게도 새로운 울림을 던지는 드라마가 됐기를 바란다”라는 소망을 전했다.
한편 MBC 금토드라마 ‘메리 킬즈 피플’은 지난 12일 방송된 12회 최종회를 끝으로 종영했다.
송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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