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에스콰이어’ 이진욱, 윤석훈 위해 총명탕까지… “시즌2 검토 중” [인터뷰]

이진주 기자
2025-09-08 07:00:02
| ‘멜로 장인’ 이진욱, 정채연과 러브라인 無 “내가 제일 아쉽다”
| 23년 연기 비결 “배우 하며 사람다워져… 워너비는 이병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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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욱 인터뷰 프로필 (제공: BH엔터테인먼트)

배우 이진욱의 연기 엔진은 꺼진 법이 없다. 지난해 설득력 부재라는 아쉬움을 남긴 ‘오징어 게임2’의 경석에도 불구하고, ‘에스콰이어’에서 그는 사람 냄새나는 정의감, 이상적인 선배미와 슈트핏, 투철하고 명석한 톤 앤 매너로 변호사 윤석훈을 완성했다. 역할을 위해 총명탕까지 찾았다는 열정과 진심이 시청자들에게 가닿은 것일까. 최고 시청률 9.1%의 호성적을 기록, 동시간대 1위를 차지하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이진욱은 최근 서울 강남구 소재의 소속사 사옥에서 ‘에스콰이어: 변호사를 꿈꾸는 변호사들’(이하 ‘에스콰이어’) 종영 기념 인터뷰를 진행했다. “많은 분들이 사랑해 주실 거라고는 미처 생각 못했다. 좋았던 촬영 분위기만큼 좋은 평가와 관심을 받아 행복하다. 현혹적인 요즘 작품들과 다르게 저희 드라마는 약간은 심심하다 느낄 수 있기에 더 감격스럽다. 성심성의껏 정성스레 만들어도 외면받는 경우도 있으니 말이다. 인기는 정말 다른 이야기”라며 얼떨떨해했다.

‘에스콰이어’는 사회생활이 서툰 법무법인 율림의 신입 변호사가 실력만큼은 최고인 파트너 변호사를 만나 완전한 변호사로 성장해 나가는 오피스물로, 천만 직장인들의 공감과 애환을 담았다. 이진욱은 냉철한 직장 사수와 따스한 인생 선배를 오가며 화수분 매력을 발산, 악과 불의에는 참지 않으며 스스로에게조차 엄격한 인물로 호감을 샀다. 

ENTP 성향의 그는 자신과 쏙 빼닮은 배역에 몰입이 어렵지 않았다며 “석훈은 옳고 그름을 떠나 자기만의 답을 확실히 갖고 있다. 나와 사고하는 방식이 크게 다르지 않더라. 대문자 T로서 의뢰인의 사건을 잘 처리하기 위해 효율적인 루트를 찾을 뿐 그렇게 이타적인 사람도 없다”면서 “어릴 때 적성 검사를 하면 추천 직업에 변호사가 나왔다. 사법고시가 있을 때라 선택사항에는 없었다. 현실에서 이루지 못했지만 이번 기회로 하게 돼서 최선을 다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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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욱 인터뷰 프로필 (제공: BH엔터테인먼트)

그러나 전처와의 관계에 대해서는 난색을 표했다. “나는 석훈이보다 좀스럽지 않게 잘할 수 있다. 연아에게 F 감성으로 접근했다면 사이가 이렇게까지 멀어지진 않았을 것”이라며 “향수와 강아지를 향한 미련은 상징적인 의미를 갖는다. 특히 해시에게는 아이를 원했던 마음이 더 투영됐다. 하지만 유산의 이유를 알면 아내의 행동도 충분히 이해된다. 시간이 흘러 아이를 원할 수 있는 것도 그럴 수 있는 일”이라고 옹호했다.

공교롭게도 이진욱은 구남친 현오, 싱글대디 경석, 이혼남 석훈에 이어 올 하반기에 개봉하는 영화 ‘실연당한 사람들을 위한 일곱 시 조찬 모임’ 역시 사랑에 실패한 지훈을 맡았다. 대중들은 만인의 이상형인 그의 캐스팅을 두고 납득 불가라는 반응이다. 이에 “나도 평범한 남자다. 실연도 당하고 똑같이 멍청한 짓도 한다. 욕도 먹고 혼나기도 많이 혼난다”고 수줍은 미소를 지으며 반박했다.

‘에스콰이어’는 정의 구현에 그치지 않았다. 변호사이기 전에 사람인 그들의 이야기에 집중했다. 경쟁작 ‘서초동’과의 차별점을 묻자 “우리 작품은 내가 나온다. 하지만 차별성이 곧 좋은 작품은 아니니 취할 건 취하고 배울 건 배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여기서 나쁜 짓을 한 박형수 배우가 ‘서초동’으로 갔다는 나름의 연결고리도 있다”면서 “꼭 정의의 편이라고 할 수 없는 변호사 직업에 대한 이해와 사건들 속에 존재하는 딜레마를 공유함으로써 누군가는 미연에 방지할 수 있겠고 사회도 보다 유연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방대한 대사량을 자랑한 법정 장면의 탄생 비화도 들려줬다. “무작위의 단어들의 집합됐다 보니 악몽을 꿀 정도였다. 전문 용어들도 생소해서 공부하듯 외웠다. 게다가 연차가 있기 때문에 현장에서 잘 못하면 그런 창피도 공포도 없으니. 이렇게 열심히 해본 적이 없다. 입시도 이렇게 안 했다”며 “대치동 키즈들이 먹는 총명탕을 알아보기도 했다. 들어보니 채연이는 술도 끊고 규칙적인 생활을 했다더라. 나도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려 노력했다. 다행히 송무 씬은 수월히 넘겼고 오히려 일상 대화에서 NG가 났다”고 회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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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욱 인터뷰 프로필 (제공: BH엔터테인먼트)

실제로 BH엔터테인먼트 선후배인 두 사람의 인연은 작품까지 이어졌다. 효민 역의 정채연에 대해 “아직 데이터가 많지 않은 신인이다. 어떨지 궁금했는데 대본 리딩 날 걱정을 종식시켜 줘서 나만 잘하면 되겠다 싶었다. 원래부터 잘 알던 사이라 호흡을 맞추는 데 크게 어려움은 없었다. 현장에서도 가깝게 잘 지냈는데 율림 동기들을 만날 때면 확실히 분위기가 다르더라. 나도 쓱 껴서 장난 치고는 했다”고 언급했다.

‘멜로 장인’의 러브라인을 바라는 이들도 많았던 터. 옴니버스 형식에 과감히 양보한 결과라며 “내가 제일 아쉽다. 잘할 수 있는데. 원래 대본에는 있었다. 하지만 드라마의 장점이 희석된다고 판단해 로맨스를 들어내고 담백하게 연출했다. 직접적인 요청이 있기 전까지 시청자보다 앞서나가지 말자고 의견을 모았다. 효민이가 석훈을 바라보는 시선이 묘하게 비칠 수 있겠지만 우리끼리는 그런 감정은 배제하기로 합의를 봤다”면서 “사랑이 시작되면 시즌이 끝을 봐야 한다. 난 더 오래 하고 싶다”며 시즌2에 대한 바람을 드러냈다.

지난 제작발표회에서 그는 유쾌한 시청률 공약을 내걸기도 했다. 사연을 받고 변호와 관련해 도움을 드린다는 것. “인스타그램에 ‘무물(무엇이든 물어보세요)’이라는 좋은 시스템이 있더라. 라이브로 따끔하게 혼내드릴 예정”이라며 “찍으면서도 감독님과 제작자한테 후속도 해야 한다고 강력하게 주장했다. 다행히 관심 가져주셔서 긍정적으로 검토 중인 걸로 안다. 개개인의 서사도 구체적으로 풀리지 않을까”라며 기대감을 보였다. 예고했듯 이날 진행된 실시간 소통은 약 3천 명의 팬들이 그의 촌철살인에 혀를 내둘렀다는 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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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욱 인터뷰 프로필 (제공: BH엔터테인먼트)

이진욱은 특유의 버석한 성격이 20년 남짓의 배우 생활을 지탱했다고 말했다. “외부 자극에 크게 영향을 받는 사람이 아니라 스트레스가 거의 없다. 검사 결과도 제로더라. 생각은 많다. 악플은 오히려 재밌어하는 타입이다. 가끔은 기발하다 느낀다. 성격은 굉장히 예민한데 이해가 되는 선에서 수용을 잘한다. 후회도 잘 안 한다. 하더라도 빨리 잊는 편”이라고 호탕하게 이야기했다.

이어 “배우 하면서 더 사람다워졌다. 말이 많은 스타일이 아니었다. 이 업계에서 건조하고 단조로운 성격은 최악이다. 변화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었다. 그렇게 벽에 부딪힌 시점도 있다. 나이를 먹고 동료 배우들을 보며 자연스레 깨달았다. 나를 표현하고 감정을 폭발시키다 보니 훨씬 좋아졌다. 지금은 에스트로겐 호르몬 때문인지 몰라도 완전 아줌마”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그러면서 “이미지 변신이 가장 어렵다. 그렇게 성공해서 인정받는 배우들이 위대한 것. 기본적으로 갖고 태어나는 게 있어서 크게 벗어날 수 없더라. 식상하다는 평가가 때로는 가혹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래도 연차가 쌓이면서 감이 생겼다. 캐릭터를 본능적으로 이해하게 됐다고 할까. 대본을 분석할 때 전보다 편해졌다”며 “수상에 대한 욕심은 없다. 삶과 죽음에 관심이 많을 뿐. 화가 나는 일이 생기더라도 죽음을 대입하면 많은 일들이 해결된다. 고통도 소중하다”고 관조적인 소신을 밝혔다.

이렇듯 이진욱은 그저 묵묵히 나아갈 따름이다. 도전의 한계를 두지 않았다는 그는 “비극적 결말을 맞는 이중 스파이가 매력적이더라. 한번쯤 해보고 싶다. 장르도 시기를 타겠지만 ‘나인’ 같은 제안이 주어진다면 얼마든 잘할 수 있다. 나중에는 디카프리오처럼 체중 증량 생각도 있다”면서 “이병헌 배우처럼 되면 좋겠지만 불가능한 이야기다. 믿고 보는 배우도 쉽지 않다. 기대감이 없지만 않으면 된다”고 웃어 보였다.

한편 이진욱은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에 공식 초청된 ‘실연당한 사람들을 위한 일곱 시 조찬 모임’에 출연한다. 2012년 발간된 백영옥 작가의 동명 원작 소설을 영화화한 작품으로 저마다의 사연을 지닌 이들이 조찬모임에서 실연 기념품을 교환하며 상실의 아픔을 극복해 나가는 이야기를 그린다.

이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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