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 희곡의 고전 ‘아르카디아’가 27일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에서 한국 초연으로 개막했다.
두 시대의 인물들은 각기 다른 방식으로 진실과 지식을 탐색하고, 관객은 이들의 여정을 따라가며 과학과 감성, 철학과 인간성, 과거와 현재가 하나의 수식처럼 맞물리는 서사를 경험하게 된다. 또한, 지성과 열정, 시간과 진실이 교차하는 구조 속에서, 작품은 단순한 재현을 넘어 사유의 공간으로 확장된다.
연출을 맡은 김연민은 무대와 언어를 통해 작품의 복합적 구조를 명확하게 전달하는 데 성공했다. 특히 이번 작품에서 가장 주목받는 성과는 번역의 우수성이다. 톰 스토파드 특유의 지적 유희와 복잡한 문장을 한국어로 자연스럽게 옮기며, 리듬감 있는 대사를 통해 배우들이 인물에 온전히 몰입할 수 있도록 했다.
‘아르카디아’의 무대는 200년의 시간을 잇는 길고 단단한 무대 구조를 중심으로, 시간이 한 방향으로 흐르지 않는다는 이 작품의 주제를 시각적으로 구현해낸다. 두 시대의 시간이 겹쳐지듯 무대 위에 쌓이고 흘러가며, 배우들이 사용하는 소품—거북이 인형, 손글씨 노트, 책, 편지 등—은 시대를 상징하는 은유이자 기억의 장치로 기능한다. 각 인물의 이야기는 층층이 쌓여 하나의 ‘방정식’처럼 공간을 구성한다.
관객들의 반응도 뜨겁다. “이성적 세계와 낭만적 상상이 동시에 존재하는 공연”, “말이 어렵지만 계속 빠져든다”, “수학, 문학, 사랑, 죽음까지 다 있는 느낌”이라는 다채로운 평가가 이어졌다. 공연장을 찾은 한 관객은 “현재와 과거를 오가며 그 관계를 따라가는 과정이 흡사 추리소설을 보는 듯했다”고 평했고, 또 다른 관객은 “거북이 인형이 모든 걸 지켜보는 유일한 존재처럼 느껴졌다”는 인상적인 해석을 직접 전하기도 했다.
이다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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