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유 있는 건축-공간 여행자’ 홍진경이 첫 건축 여행부터 간헐적 ‘건축 찐천재’ 면모를 드러내며, “아는 만큼 보인다”의 재미를 선사했다.
지난 22일 첫 방송된 MBC 교양프로그램 ‘이유 있는 건축-공간 여행자’는 ‘한국을 설계한 두 남자, 김중업과 김수근’이라는 주제로 첫 번째 건축 여행의 포문을 열었다. 김중업과 김수근은 한국전쟁으로 폐허가 된 우리나라에 굵직한 건물들을 지으며 한국 도시 개발사에 큰 영향을 미친, 한국 현대 건축을 대표하는 1세대 건축가다.
첫 번째로 만나본 김중업의 명작은 ‘한국 현대 건축의 출발점’이라 평가 받는 주한 프랑스 대사관이었다. 곡선을 강조한 김중업의 시그니처 Y계단과, 자연과의 조화를 중시해 계단 아래 만든 연못, 그리고 하이라이트인 한옥 처마를 연상케 하는 지붕이 소개됐다. 특히 1960년대에 철근 콘크리트를 사용해 3차원 곡선 지붕을 시공한 김중업의 혁신적 시도가 주목받았다.
유현준 건축가는 프랑스 유학 중 ‘현대 건축의 아버지’라 불리는 르 코르뷔지에의 제자였던 김중업이 그의 영향을 받았을 것이라며, “한국과 프랑스 문화의 조화를 담은 건축적 걸작”이라고 덧붙였다.
서울 동대문 DDP 근처에 있는 두 번째 작품은 1967년 지어진 과거 산부인과 건물로, 병원이라고는 믿기지 않는 동글동글 독특한 곡선 외관이 눈길을 끌었다.
홍진경은 가우디의 카사 바트요 기둥과 비슷한 느낌을 포착해 간헐적 ‘건축 찐천재’ 면모를 드러냈고, 유현준은 “확실히 건축에 관심 많으신 것 같다”라고 놀라워했다. 이 건물의 반전 비밀은 스튜디오를 술렁이게 했다. 태아가 웅크린 형태, 여성과 남성의 신체기관을 표현한 건물의 공간에는 생명의 탄생 과정이 담겨져 있었다.
세 번째 작품은 김중업 후기 작품 중 하나인 1982년 준공된 ‘태양의 집’이었다. 박정희 군사독재 정권 시기 ‘와우 아파트 사건’, ‘8.10 성남(광주대단지) 항쟁’과 관련해 정부를 비판했던 김중업은 한국에서 추방을 당했고, ‘태양의 집’은 그가 귀국 후 설계한 작품이라는 근현대사적 설명이 배경 지식을 더 풍부하게 했다.
이 건물은 원래 영등포 최초의 백화점으로 지어졌지만, 현재는 마트로 이용되고 있었다. 홍진경과 김호영은 곡선, 경사로, 계단 등 김중업 건축의 특징을 찾아내며 “아는 만큼 보인다”라며 뿌듯해했다.
‘태양의 집’에는 공간을 이용하는 시민들의 즐거움을 최우선으로 생각했던 김중업의 의도가 담겨 있었다. 홍진경은 태양의 빛을 담는 공간이었던 옥상 유리 돔의 의미를 추측했고, 유현준은 “와~ 건축가야”라며 특급 칭찬했다. 유현준은 최근 백화점 옥상에 자연을 활용한 휴식공간을 만든 것이 트렌드라면서, “대형 백화점보다 ‘태양의 집’이 더 훌륭하다고 생각하는데, 돈을 내지 않은 사람도 와서 공간을 즐길 수 있다는 점이 그 이유다. 외부에 개방된 경사로를 만들었다는 게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전현무는 “요즘 사람들이 힙한 공간을 많이 찾는데, 연예인들 바자회 여기서 하면 되겠다”라고 아이디어를 내며, 더 많은 사람들이 이 공간에 왔으면 하는 바람을 드러냈다.
한편 다음 방송 예고편에선 전현무, 박선영, 정영한이 또 다른 1세대 건축가 김수근의 발자취를 따라가며 건축 여행을 이어가 기대감을 높였다. MBC ‘이유 있는 건축-공간 여행자’ 2회는 오는 29일 화요일 밤 9시 방송된다.
이현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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